[사설] 내년에도 超슈퍼예산…임기 뒤는 눈 감은 '재정 난폭운전'

입력 2020-08-27 17:51   수정 2020-08-28 00:22

내년 예산이 550조원을 넘어설 것이란 전망이다. 512조3000억원인 올해 본예산과 비교하면 7% 이상 늘어나는 확장 재정이다. 나라살림의 주요 기준인 경제성장률이 올해는 -2% 아래로 내려갈 수도 있다는 한국은행 전망에 비춰 보면 아찔해진다.

경제위기 때 재정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것을 부인할 경제전문가는 거의 없다. 문제는 어디에 어떻게 쓸 것이며, 부족한 세수(稅收)는 무엇으로 충당할 것이냐 하는 점이다. 아울러 국가채무를 어디까지 감내할 것인지에 대해 국민적 컨센서스를 도출하고, 미래세대에 전가될 부담을 줄이는 노력도 중요하다.

문재인 정부 들어 3년간 해마다 나라살림이 7.1~9.5%씩 팽창했고, ‘초(超)슈퍼예산’이라는 평가도 이어졌다. 하지만 장기 저성장 국면에서도 재정의 고유 기능을 존중하고 경기 마중물 역할을 용인해온 결과는 어떠한가. ‘일자리 예산’으로만 100조원 이상을 쏟아부은 성과가 무엇이며, 13조원을 동원한 긴급재난지원금의 효과는 어떠했나. 제대로 된 성과 점검도 없이 청년지원 20조원, 지역상품권 배포 15조원 등의 선심성 돈풀기는 내년에도 계속된다. 논란 많은 고교 무상교육을 공약보다 1년 앞당겨 내년부터 시행하겠다는 대목에서는 낮춘 선거연령에 맞춘 사전 선거운동이 아니냐는 의혹까지 제기될 판이다.

이제라도 투입예산에 따른 정책 성과분석이 국민에게 정확히 제시돼야 한다. 아무 제재조치 없는 재정준칙을 만드는 것보다 더 절실한 일이다. 현 정부만의 오류가 아니지만, 지난 10년간 ‘저출산 예산’으로 200조원 넘게 투입하고도 6년째 OECD 꼴찌인 합계출산율(지난해 0.92명) 추락도 문제투성이다.

5년 단임 정부라 해서 임기 뒤 재정상황에 대해 ‘나 몰라라’ 하는 식은 정말 곤란하다. 지방자치단체에서 흔히 나타나는 ‘NIMT(not in my term·내 임기 중에만 아니면 그만)’ 현상과 뭐가 다른가. 지자체의 재정 포퓰리즘은 중앙정부라는 의지처라도 있지만, 빚더미 대한민국 정부는 어디에 의존할 것인가. 장기불황으로 세수가 급감하면서 올해 상반기에만 110조원을 넘은 재정적자가 얼마나 더 커질지, 20% 선을 넘어선 조세부담률은 얼마나 치솟을지 모두 두렵다. 국회도 거대 여당이 장악하고 있어 면도날 같은 심의를 기대하기 어렵게 됐다. 오히려 권한을 넘어선 증액 시도나 하지 않을까 벌써부터 걱정이다. “힘겹게 집권하고 보니 나라곳간이 텅 비었더라”고 탄식했던 김대중 정부의 후일담을 같은 민주당 계통인 여당이 깊이 새겨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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