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희영 대한적십자사 신임 회장 "北은 '의학연구 보물섬'…보건협력 절실"

입력 2020-08-27 17:59   수정 2020-08-28 14:44

“북한과의 보건협력을 주장하면 흔히 좌파적 시각 아니냐고 물어요. 그런데 정말 잘못된 생각입니다. 대한민국의 안보를 지켜내기 위해선 북한과의 의료·보건 분야 협력이 필수입니다.”

지난 16일 대한적십자사 회장에 취임한 신희영 서울대 의대 소아과학교실 교수(64·사진)는 26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70년간 세계로부터 격리된 북한엔 우리가 모르는 다양한 질병이 존재하는데, 이들을 연구하지 않고 덜컥 통일이라도 되면 북에서 넘어온 질병으로 우리 사회가 극심한 혼란을 겪게 될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서울대 연구부총장을 지낸 그는 같은 대학 통일의학센터 소장을 맡으면서 일관된 목소리로 북한과의 보건협력 필요성을 강조해왔다. 인도주의적 측면도 물론 있지만, “남한의 소아과 의사로서 남한의 소아 건강을 책임지기 위해서”라고 그는 말한다.

“북한에 존재하는 질병은 대부분 세균에 의한 것입니다. 반면에 우리의 질환은 대부분 바이러스성 질병이에요. 서로 완전히 치료법이 다르다는 말입니다. 한국 국민을 치료하는 의사로서 어떻게 이 사실을 무시할 수 있겠어요. 특히 영양 상태가 좋지 않은 북한은 바이러스에 더욱 취약합니다. 건강하지 않은 2500만 명의 북한 주민과 통일되면 우리에게도 비극이죠. 남북 보건협력은 ‘건강안보’를 담보하기 위한 작업입니다.”

신 회장은 “대학이라는 울타리를 벗어나 대한적십자사 회장으로서 이제는 북한과의 보건협력을 어느 정도 주도하고 책임지는 자리에 앉게 됐다”며 “북한에도 적십자사가 있는 만큼 보건협력을 위한 물꼬를 트는 데 역량을 집중하겠다”고 말했다.

신 회장은 의료인으로서 북한에 존재하는 질병의 위험성을 강조하면서도 그 질병을 연구할 학술적·경제적 가치가 크다고 강조했다. 그는 “세균은 인체에 해를 끼칠 수 있는 동시에 신약을 개발할 원료이기도 하다”며 “결핵균만 13만 개, 결핵 내성균이 5000여 개 존재하는 북한은 세계 어디에도 없는 의학연구의 보물섬”이라고 했다. 2000년대부터 수차례 북한을 오가면서 소아병동 등 네 개의 병원을 북한에 지은 경험이 있는 그는 “북한과 연구만 같이 하면 당장 노벨의학상을 탈 수 있는 아이템이 최소 10개”라고 말했다.

대한적십자사는 보건복지부 산하 공공기관이지만 국제적십자운동의 구성원인 국제기구이기도 하다. 신 회장은 “대한적십자사가 그동안 국내 재난·재해 구호활동엔 즉각적으로 잘 대응해왔다”며 “임기 3년 동안엔 국제적인 구호 활동에도 성과를 낼 수 있도록 이 분야에 인력과 자원을 더 투입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의진 기자 justji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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