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는 왜 '급진 좌파' 이재명을 지지할까? [정치TMI]

입력 2020-08-29 08:00   수정 2020-08-29 10:05


더불어민주당 내에서 '급진 성향'으로 분류되는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각종 여론조사에서 보수층 지지를 받는 특이한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이와 관련해 29일 정치권에서는 여론조사 신뢰도를 의심하거나, 보수 진영의 '역선택'(본선 구도를 유리하게 만들려고 상대 진영 약체 후보를 지지하는 행위)에 불과하다는 주장도 나온다. 보수 진영에서는 왜 이재명 지사에 대한 지지가 늘어난 것일까.

여론조사전문기관 한국갤럽이 이달 13일 발표한 결과에 따르면 차기 정치 지도자 선호도에서 이재명 지사는 19%로 오차범위 내 1위로 올라섰다. 7개월 연속 1위를 달리던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17%를 기록했다.

(※ 조사기간은 2020년 8월 11~13일이고 휴대전화 RDD 표본 프레임에서 무작위 추출해 전국 만 18세 이상 1001명이 응답. 표본오차는 ±3.1%포인트. 그 밖의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해당 여론조사에서 이재명 지사는 민주당 지지층으로부터 28%의 지지를 얻는 데 그쳐 이낙연 의원(37%)에게 밀렸다. 하지만 미래통합당 지지층(이재명 10%, 이낙연 3%), 정의당 지지층(이재명 33%, 이낙연 17%), 무당층(이재명 13%, 이낙연 7%)에서는 이낙연 의원에 앞섰다. 정치 성향상 양극단 진영으로부터 골고루 지지를 받는 특이한 현상이 나타난 것이다.

정치평론가인 장성철 공감과 논쟁 정책센터 소장은 "보수에 지지할 만한 마땅한 인물이 없어 나타난 일시적 현상"이라며 "문재인 대통령과 민주당에 경고를 보내려는 보수층이 대안을 찾다 보니 (친문 진영과 각을 세우는 위치인) 이재명 지사를 선택하게 된 것"이라고 분석했다.

장성철 소장은 "물론 반사 효과라고만 폄하할 수는 없다. 이재명 지사의 소위 '사이다 행보'도 영향을 미쳤다고 본다"면서 "문재인 정부에 답답해하는 보수층에서도 저 사람은 뭔가 바꿀 거 같다고 기대하는 심리도 나올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단 보수층 지지가 실제 대선까지 이어질 가능성은 낮다고 진단했다. 장성철 소장은 "실제 대선에선 보수층이 결집할 가능성이 높다. 이재명 지사가 보수 우파 후보가 될 가능성은 없지 않나"라며 "민주당 내 지지율이 낮은 이재명 지사로선 당내 경선 통과가 더 큰 과제"라고 짚었다.

당 외곽에서의 높은 지지가 이재명 지사에게 '양날의 검'이 될 수 있다는 얘기다.


이재명 지사에 대한 보수층 지지가 '역선택'이라는 주장에 대해선 평론가 사이에서도 의견이 엇갈렸다.

황태순 정치평론가는 "진보층을 분열시키기 위한 전략전 선택"이라고 분석한 반면 최진 대통령리더십연구원 원장은 "역선택도 일부 있겠지만 아직 대선이 2년 가까이 남은 상황이다. 이 시점에 과연 일반 시민들이 전략적으로 집단 역선택을 했을지 의문"이라고 했다.

최진 원장은 "보수층에서 이재명 지사 지지율이 상승한 것은 '여당 내 야당'으로 인식되기 때문이다. 이명박 전 대통령에 대한 비호감도가 높아도 차기 대선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이 당선된 것과 비슷한 현상"이라며 "보수층에서는 진보·보수를 초월해 이재명 지사가 '비문(비문재인)'으로 인식되는 것"이라고 풀이했다.

최진 원장은 "개인적으로 이재명 지사 지지율이 상승한 원인을 꼽으라면 '사이다 행보'"라며 "이낙연 의원의 경우 '엄중 낙연'이라는 별명이 있을 정도로 신중한 데 반해 이재명 지사는 실행력이 뛰어나다. (정부 실정) 반사 효과만으로 지지율이 올랐다고 보긴 어렵고 이재명 지사 개인기에 의한 것도 분명히 있다"고 평가했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이재명 지사가 '급진 좌파'라는 것은 오해"라고 짚었다.

신율 교수는 "기본소득, 국토 보유세 등 이재명 지사가 추진하는 일부 정책이 급진적인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이재명 지사는 의외로 이념 경직성이 덜한 사람이다. 진보적 정책도 있고 보수층이 열광할 정책도 있어 이념상 좌우를 오가는 인물"이라고 설명했다.

신율 교수는 "차기 대선까지 2년 가량 남은 현 시점에서 대선 지지도는 인기 투표에 불과하다"고 전제한 뒤 "이재명 지사가 의미 있는 지지율을 얻고 있는 것은 그의 정책이 실용적이고 일반 국민이 공감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한 정치권 인사는 "포퓰리즘 정책에 보수층이 반대한다는 것도 편견일 수 있다"면서 "재난지원금 지급과 각종 복지정책 때문에 보수층에서 여당 지지율이 크게 오르기도 했다. 이재명 지사가 추진하는 기본소득, 국토 보유세 등이 보수층에도 먹히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TMI는 '너무 과한 정보(Too Much Information)'의 준말입니다. 꼭 알지 않아도 되는 정보지만 독자들이 궁금해할 만한 정치 뒷이야기를 전하겠습니다.]


김명일 한경닷컴 기자 mi737@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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