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연' 아베 물러나도…한·일 관계 극적 변화 없을 듯

입력 2020-08-28 19:53   수정 2020-08-29 01:04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전격 사의를 밝히면서 악화일로를 걷던 한·일 관계에 반전의 계기가 마련될지 주목된다. 한국에 대해 강경한 입장을 고수해온 아베 총리와의 ‘차별화’를 위해 새 총리는 전향적인 자세로 나올 것이란 기대도 있다. 하지만 차기 총리 후보군의 면면을 볼 때 한·일 관계가 크게 호전되긴 힘들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28일 국내 정치권에서는 아베 총리의 사퇴와 관련해 한·일 관계 개선에 대한 기대를 내비치는 목소리가 많았다. 강민석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서면브리핑에서 아베 총리의 사의 표명에 대해 “일본 헌정사상 최장수 총리로서 여러 의미있는 성과를 남겼고, 특히 오랫동안 한·일 양국 관계 발전을 위해 많은 역할을 해온 아베 총리의 급작스러운 사임 발표를 아쉽게 생각한다”며 “아베 총리의 빠른 쾌유를 기원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우리 정부는 새로 선출될 일본 총리 및 새 내각과도 한·일 간 우호 협력관계 증진을 위해 계속해서 협력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김은혜 미래통합당 대변인도 “새로 선출되는 일본 총리는 한·일 관계에 더욱 전향적인 시선으로 임하는 각료이길 바란다”며 “역사의 아픔을 인정하는 참회와 화해의 토대 위에 양국 간 협력과 미래를 도모하는 새로운 길이 열리길 희망한다”고 밝혔다.

이 같은 분위기의 배경에는 보통 지도자가 바뀌면 전임 정권과의 차별화를 꾀할 것이란 기대가 깔려 있다. 아베 총리가 강제징용 피해 배상 문제, 위안부 문제 등에서 한국에 강경한 대응을 고수해온 만큼 새 총리는 다를 수도 있을 것이란 낙관적 전망이다. 새 총리가 취임하면 축전 송부, 상견례 등 소통할 수 있는 외교적 ‘계기’가 마련되는 것도 관계 개선에 긍정적인 요인이다. 지난해 12월 한·일 정상회담 이후 양국 정상이 아직 한 차례도 통화하지 않고 있는 상황을 고려하면 의견을 나눌 기회가 생긴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그러나 한·일 관계 상황이 그리 낙관적이지만은 않을 것이란 시각도 있다. 한·일 양국은 2018년 10월 내려진 한국 대법원의 일본 전범기업에 대한 강제징용 배상 판결을 둘러싼 갈등으로 관계가 최악으로 치닫고 있다. 일본은 연내 이뤄질 수도 있는 자국 기업 자산 매각이 현실화한다면 보복조치에 나설 것을 공언하고 있는 상황이다.

‘포스트 아베’ 후보로는 이시바 시게루 전 자민당 간사장과 스가 요시히데 관방장관, 기시다 후미오 자민당 정조회장 등이 거론되고 있다. 이들 모두 외교 문제 기조에서 아베 총리와의 차이가 두드러지지 않는다는 평가다. 기무라 간 고베대 교수는 “유력 후보자 중 한·일 관계에 특별히 부정적 인식을 갖고 있는 인물은 없다는 점은 기조 변화를 기대해볼 수 있는 대목”이라면서도 “다만 한국에 대해 일본 여론이 강경한 상태로 굳어져 있어 일본 정부가 쉽게 공식적인 입장을 바꿀 것 같지는 않다”고 말했다.

임락근/강영연 기자 rkli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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