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사이트]박삼구 전 금호아시아나 회장 발목 잡은 '부속계약서'

입력 2020-08-29 08:00   수정 2020-08-29 12:21

≪이 기사는 08월28일(20:23) 자본시장의 혜안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지난 27일 박삼구 전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을 검찰에 고발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금호아시아나 그룹 내에서 아시아나항공의 기내식 사업권을 대가로 받은 돈을 '종잣돈' 삼아서 그룹 재건을 시도한 것이 '부당한 내부거래를 통해 총수의 지배력을 확대한 일'이라고 공정위는 보고 있다.

◆종전 사법기관 판단과 달라
이러한 스토리는 그동안 여러 차례 다뤄졌다. 그러나 논란이 있었던 내용이기도 하다. 금호 측에서는 즉각 "공정위에 기내식 계약과 금호홀딩스에 대한 신주인수권부사채(BW) 투자 계약 거래 등이 정상적인 거래라고 충분히 소명했는데도 이런 결론이 나와서 당혹스럽다"며 "이 같은 거래는 특수관계인에 대한 부당한 이익 제공과 전혀 관련이 없고, 그룹 차원의 지시에 따라 진행되지도 않았다"고 강조했다.

금호 측은 또 검찰이 기내식 관련 배임 혐의에 대해 이미 불기소 처분을 내렸고, 지난 5월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LSG스카이셰프코리아가 아시아나항공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에서 아시아나항공이 승소한 점을 들어 공정위가 무리한 주장을 하고 있다고 했다.

공정위 역시 이러한 주장을 수차례에 걸쳐 금호 측으로부터 들어왔다. 2017년에 LSG스카이셰프코리아로부터 기내식 공급업체가 부당하게 변경되었다는 신고를 받았는데 결론에 이르기까지 무려 3년이나 걸렸다. 이처럼 오랜 시간이 지났는데도 공정위가 결론을 내지 못했다는 것은 지난 5월 서울중앙지방법원 판결의 한 근거이기도 했다. 당시 재판부는 "원고가 2017.5.2 공정위에 이 사건과 동일한 주장으로 피고를 신고했는데 현재까지도 공정위가 공정거래법 위반에 관한 처분을 하였다는 증거도 없다"며 피고인 아시아나항공 승소 판결을 내렸다.



◆부속계약서 등 핵심증거 확보
공정위가 앞서의 사법기관들과 다른 판단을 내린 핵심적인 차이는 '부속계약'을 비롯한 여러 증거물을 조사권을 통해 직접 확보했다는 데서 비롯했다. 공정위는 지난달 15일과 22일 두 차례에 걸쳐 아시아나항공 기내식 문제를 다루는 전원회의를 개최했다. 15일 열린 1차 전원회의에서 공정위는 "2015년 금호홀딩스를 설립할 때부터 2세(박세창 아시아나IDT 사장)와 공동 소유 체제를 꾸려 경영권을 이전하려는 목표가 있었고, 그룹 전체에 대한 지배력 유지가 관건인 가운데 막대한 차입을 통해 계열사 지분을 인수했다"고 설명했다.

공정위는 이 차입금을 상환하기 위해 금호홀딩스가 계열사로부터 금리 연 1.2~4.5% 무담보로 1306억원을 빌렸고, 아시아나항공의 기내식을 미끼로 BW를 발행했다고 봤다.

여기서부터 공정위는 기존에 등장하지 않았던 여러 근거를 제시한다. 그 중 하나는 당시 금호그룹에서 아시아나항공의 기내식 사업권을 대가로 금호홀딩스의 BW에 투자하라는 제안을 여기저기에 뿌렸다는 점이다. 공정위에 따르면 싱가포르의 싱가포르에어터미널서비스사(SATS)가 첫 번째 접촉 대상이었다. 30년 기내식 사업권을 줄 테니 2000억원어치 BW를 인수하라고 했지만, SATS는 BW의 이자율을 연 8~10%로 요구해 무산됐다. 당시의 금호홀딩스는 연 160억~200억원씩 떼어줄 형편이 되지 못했다. 이어 금호그룹은 아랍에미리트연합(UAE)의 한 업체도 접촉했으나 일이 성사되지 않았다.



현 아시아나항공 기내식 공급업체인 게이트고메코리아(GGK)의 지분 60%를 보유하고 있는 게이트고메스위스(게이트그룹파이낸셜서비스의 자회사)는 스위스 게이트그룹 계열사였다. (당시에는 중국 하이난항공그룹이 갖고 있었으나 현재는 주인이 바뀌었다.) 게이트그룹과 접촉하면서 결국 BW를 원하는 조건(30년 무이자)으로 발행할 수 있게 된 금호그룹은, 현재까지도 아시아나항공 기내식 문제와 BW 투자는 별개의 거래이며 정상적인 투자 계약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금호산업은 27일 공정위의 검찰 고발 결정 발표 후 즉각 "금호고속(당시 금호홀딩스)에 대한 BW 투자는 전략적 제휴에 따른 금호아시아나 그룹의 지주회사로서 성장 가능성을 고려해 이루어진 통상적인 거래로 전혀 이례적인 것이 아니다"고 강조했다.

◆배임 여부는 재판 통해 다시 가려야
공정위가 찾아낸 부속계약(side agreement)은 이것을 반증하는 강력한 증거다. 2016년 12월 체결된 해당 계약서에는 "BW 계약의 불성립·해지 시 기내식 계약도 해지된다"는 결부조건이 있었다. 공정위는 지난달 22일 2차로 열리 전원회의에서도 "기내식 사업 계약과 BW 발행은 일괄(패키지) 계약"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아시아나항공 측은 "기내식 사업 계약과 BW 발행은 우연히 동일 시점에서 진행되었을 뿐, 두 행위 간 연계성은 없다"고 했다. 또 "일괄거래라는 단어보다 대가이전 연계거래라든가 전략적인 제휴로 보는 것이 맞다"고 반박했다.

공정위 전원회의 상임위원들은 양측의 의견을 들은 후 "부속계약에 그 내용이 명확히 써 있다"며 "기내식 계약을 먼저 체결한 후 BW 인수 계약을 체결하는데, BW 인수 계약을 체결하지 않으면 그 이전에 맺은 기내식 계약은 해지된다는 내용이 있다"고 지적했다. "두 가지 행위가 연계된 하나의 계약임을 명확히 보여주며 이를 다르게 해석할 수는 없다"고도 했다. 아시아나항공 이사회는 이러한 내용이 보고되지도 않았다.

다만 이것만으로 바로 배임 등이 확정되는 것은 아니다. 한 자본시장 전문 변호사는 "아시아나항공 기내식에 대한 30년 사업권이 매개가 되어 BW 투자가 이뤄졌다 하더라도 이것이 곧바로 아시아나항공에 대한 배임이 되는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그는 "해당 거래와 관련하여 아시아나항공에 손해가 발생할 우려가 있음을 입증해야 하는데, 영업양수도 등이 없이 단지 미래의 사업을 같이 하기로 약속한 것이기 때문에 기내식 사업의 구체적인 거래조건이 통상적인 경우에 비해 아시아나항공에 불리한 것인지 여부까지 추가적으로 살펴보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공정위가 검찰에 고발하고 형사 재판이 진행된다 해도 아직 그 결과를 단정하기는 어렵다는 뜻이다.




이상은 기자 se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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