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 칼럼] 대세가 된 1인 가구

입력 2020-08-30 18:19   수정 2020-08-31 00:07

코로나 위기 전부터 경기침체가 장기화하면서 한동안 ‘캥거루족’이 회자됐다. 청년 취업절벽으로 인해 어미 캥거루의 아늑한 뱃속에 든 새끼처럼 부모에게 경제적으로 기대는 청년들이 적지 않다는 얘기였다. 그런데 웬걸, 통계청의 ‘2019년 인구주택총조사’를 보면 그렇지도 않다. 청년 취업난이 심각한데도 ‘1인 가구’ 증가세가 더 가팔라진 것이다.

지난해 1인 가구는 614만여 가구로 전체 가구(2089만 가구)의 30.2%를 기록하며 처음 30% 선을 넘겼다. 2018년 23만 가구(4.1%)가 늘었는데, 지난해에는 30만 가구(5.1%) 증가해 속도가 더 빨라졌다. 연령대로는 ‘70대 이상’ 노인이 18.4%로 가장 많고 이어 20대(18.2%), 30대(16.8%), 50대(16.3%) 순이었다.

1인 가구 급증은 20대가 주도하고 있다. 2018년 102만 가구였던 20대 1인 가구가 작년 9.6% 늘어 112만 가구로 집계됐다. 서구 청년들처럼 독립 생활을 추구하는 ‘Z세대’의 취향, ‘나홀로족’ 유행의 결과라는 설명도 있고, 집값 급등기에 생애최초특별공급 등 기회를 잡으려는 수요 때문이란 해석도 나온다. 부양가족 1명당 5점씩 가점을 주는 현행 주택청약 가점제 아래선 미혼 1인 가구 세대주라면 분양 당첨은 꿈도 못 꾼다. 그나마 특별공급 물량에 도전을 해보는 게 확률이 있다는 얘기다.

1인 가구 증가세에 비례해 ‘나홀로 소비’, ‘1코노미’ 현상은 더 거세질 전망이다. ‘혼밥’ ‘혼술’은 물론, ‘혼캠’(나홀로 캠핑)까지 등장한 마당이다. 가전제품과 가구도 1인용 모델이 갈수록 다양해지고 있다. 이런 사회변화에 맞춰 각종 정책과 행정제도 보완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 전용 40㎡ 이하 소형 아파트 공급을 더 늘릴 필요가 있다. 독일에선 청년 취업자 대상 요양보험 제도를 시행 중이다. 혼자 살다가 일상생활이 어려운 질병에 걸렸을 때 요양시설에서 ‘돌봄서비스’를 제공한다.

코로나 사태는 1인 가구를 더 늘릴까, 아니면 줄일까. 취업문이 막힌 청년들이 부모 품으로 향한다면 1인 가구 증가세가 한풀 꺾일 수도 있다. 유럽의 1인 가구 비중은 대략 30%대 후반이다. 이런 점에서 한국도 이 비중이 크게 높아질 여지는 많지 않아 보인다. 통계청 2019년 조사는 각종 행정자료 25종을 집계한 ‘등록 센서스’ 방식이다. 5년마다 실시하는 현장방문 인구총조사가 오는 10월 예정돼 있어 결과가 주목된다.

장규호 논설위원 danielc@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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