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11%P↑…소득세 가장 가파르게 올린 한국

입력 2020-08-30 17:35   수정 2020-08-31 07:31


한국의 소득세 최고 세율 인상 속도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가장 빠른 수준인 것으로 파악됐다. 정부가 부족한 나라 곳간 재원을 부자증세로만 채우려고 한 결과로 분석됐다. 최고 세율은 극소수에만 적용돼 조세 형평성을 저해할 뿐 아니라 소득재분배 효과도 미미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30일 한국경제신문이 OECD 국가의 2010년 이후 소득세 최고 세율(지방세 포함) 인상폭을 조사한 결과 한국의 소득세 최고 세율이 11%포인트 올라 주요국 중 가장 가파르게 인상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의 소득세 최고 세율은 2011년까지만 하더라도 38.5%(지방세 10% 포함)였지만 네 차례 인상을 거쳐 내년부터 49.5%(국세는 45%)가 적용된다.

비교 대상 OECD 35개 회원국 중 한국보다 최고 세율 인상폭이 큰 나라는 리투아니아(12%포인트)뿐이었다. 리투아니아는 경제 규모가 작은 데다 소득세 최고 세율이 27%에 그친다. 경제 규모가 어느 정도 되는 OECD 국가 중에선 한국이 최근 10년간 소득세 최고 세율이 가장 빠르게 상향 조정된 국가로 파악됐다.


2010년 대비 2019년 주요국의 소득세 최고 세율 인상폭을 보면 미국 1.8%포인트, 일본 5.9%포인트, 캐나다 7.1%포인트, 프랑스 8.6%포인트 등이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부족해진 재정을 보충하기 위해 소득세 최고 세율을 인상하긴 했지만 속도가 한국만큼 가파르지는 않았다는 얘기다.

한국은 최고 세율이 부과되는 과세표준 구간도 OECD 회원국 중 최고 수준으로 높아졌다. 최고 세율 적용 구간은 2011년 8800만원 초과에서 내년 10억원 초과로 조정된다. 평균임금 대비 소득세 최고 구간 적용 과표 금액배수는 2010년 4.0배에서 내년 22.0배 이상으로 높아진다. 2019년 OECD 평균치 5.8배의 4배에 육박한다. OECD 국가 중 한국보다 이 배수가 높은 곳은 멕시코(26.6배) 정도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부자증세 ‘과속’이 세수를 증가시키는 효과는 작은 반면 각종 부작용을 야기할 것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우선 경제적 효율성이 낮다는 점이 문제로 지적된다. 정부는 2020년 세법 개정안 발표에서 소득세 최고 세율 상향으로 인해 세수가 9000억원가량 증가할 것으로 봤다. 하지만 이는 전체 소득세수의 0.01%에 불과하다. 한 국책연구원 연구위원은 “10억원 경계 구간의 고소득자들이 과세 회피를 위해 소득 조정을 하면 이 같은 효과도 내지 못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매뉴얼 사에즈 UC버클리 경제학과 교수는 고소득자의 세율을 3%포인트 높이면 과세 대상 소득이 최대 9%포인트까지 줄어들 수 있다는 연구 결과를 내놓기도 했다. 경제 전체의 생산량이 감소하고, 세수 역시 소득 감소분만큼 줄어들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10억원 이상을 버는 극소수 소득계층에 과도한 세율을 부과하는 것이 과세 형평상 옳지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점을 고려해 소득세 최고 세율 인상보다는 40%에 육박하는 면세 비중을 줄이는 공제 혜택 축소를 추진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강동익 조세재정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소득세가 누진적으로 설계돼 있기 때문에 각종 공제와 면제를 축소하면 저소득자보다 고소득자의 세 부담 비중이 높아져 소득재분배 효과가 나타나게 된다”며 “경제적 효율성, 소득재분배, 과세 형평성 측면에서 모두 열위에 있는 현 개정안보다 각종 공제를 축소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강진규 기자 jose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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