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디피 ‘15만원 시대’가 열렸다. 일부 고급 회원제 골프장이 최근 잇따라 캐디피 인상에 나서면서다. “비싸도 너무 비싸다”는 비판론과 “열악한 처우를 감안하면 비싸지 않다”는 여론이 부딪치는 등 후폭풍이 일고 있다.
전국 골프장 캐디피를 일 단위로 파악하고 있는 캐디 전문 기업 캐디세상에 따르면 전국 500여 개 골프장 중 50% 이상이 지난 7월을 기점으로 캐디피를 13만원으로 올렸다. 이미 14만원으로 올린 골프장도 전국적으로 20여 곳에 이른다. 최근 캐디피 인상 결정을 내린 한 골프장 대표는 “수급원리상 불가피한 선택이었다”며 “그 정도 주지 않으면 캐디들의 이탈이 너무 심하다”고 말했다. 원활한 서비스를 하려면 최소 5만 명의 캐디가 필요한데, 현재 캐디 수는 3만 명에 불과해 공급이 턱없이 부족하다는 게 골프장업계의 시각이다.
한국레저산업연구소가 펴낸 ‘레저백서 2020’에 따르면 5월 기준 국내 대중제 골프장 캐디피는 평균 12만2900원, 회원제 골프장은 12만5200원이다. 약 10년 전인 2011년 조사 때의 9만원대 중반에 비해 약 27% 올랐다. 같은 기간 물가 상승률(10.7%)보다 두 배 넘는 상승폭이다. 연구소에 따르면 4인 1팀당 4명의 캐디가 따라붙던 1980년대 1인당 1만7000~2만원 정도였던 캐디피는 1990년대 4만원대로 가파르게 오르기 시작해 2000년대 8만원대(1팀 1캐디)에 진입했으며, 2010년대 들어서 10만원대를 처음 넘어섰다. 캐디 한 명이 가져가는 절대금액으로만 보면 40여 년간 10배 정도 오른 셈이다. 같은 기간 그린피는 1만5000원 안팎에서 22만원대(회원제 24만8000원, 퍼블릭 20만9000원)로 15배가량 상승했다.
캐디피 인상 등 처우 개선을 둘러싼 캐디와 골프장 간 갈등도 불거지고 있다. 연내 국회 통과가 유력한 ‘고용보험 가입 의무화’ 시행을 앞두고 자신들의 입지를 강화하려는 캐디들의 집단화 움직임도 가시화되고 있다. 최근 충북 충주의 A골프장과 전북의 B골프장을 비롯한 5개 골프장 캐디들은 골프장과의 ‘복지’ 마찰로 파업에 들어가기도 했다.
한 수도권 골프장 관계자는 “고용보험 의무화가 실행되면 캐디 수급이 더 힘들어질 것”이라며 “내년부터 ‘마셜 캐디제’나 ‘노캐디 인증제’ 같은 새로운 형태의 서비스를 도입하는 것을 심각하게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조희찬 기자 etwood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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