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전·월세 거래량 '반토막'

입력 2020-08-31 17:39   수정 2020-09-01 01:25

지난 7월 31일 전·월세상한제와 계약갱신청구권제가 시행되면서 주택 임대차 시장이 얼어붙은 것으로 나타났다. 8월 서울의 전·월세 거래량은 역대 최저 수준으로 쪼그라들었고, 보증금 일부를 월세로 받는 반전세 비중은 크게 늘었다.

31일 서울시 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서울의 8월 전·월세 거래량은 6078건으로 전달(1만1600건)보다 47.6% 감소했다. 작년 8월(1만4865건)에 비해선 절반 이상 줄었다.

전·월세 신고 기한이 아직 한 달 정도 남았지만 1만 건을 넘기는 어려울 것으로 관측된다. 서울시가 관련 통계를 집계한 2011년 1월 이후 최저 수준이 될 가능성이 높다. 이전 최저치는 2013년 11월의 1만908건이다.

자치구별로는 중구가 7월 162건에서 8월 52건으로 전·월세 거래량이 67.9% 줄었다. 광진구(200건→77건)와 성동구(535건→215건)도 60% 안팎의 높은 감소율을 보였다. 강남구(799건→366건) 서초구(756건→343건) 양천구(559건→254건) 등 학군 우수지역도 거래량이 절반 이상 증발했다.

전세 매물은 반전세와 월세로 빠르게 전환하고 있다. 서울의 8월 전체 임대차 거래 중 반전세 비중은 14.3%(868건)로, 전달(10.1%)보다 4.2%포인트 높아졌다. 기존 전세 계약도 반전세와 월세로 바뀌고 있어 전세 품귀는 더 가속화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지난 8월 반전세 거래 비중은 송파구가 42.8%로, 서울 지역에서 가장 높았다. 전월(14.4%)에 비해 세 배 가까이 늘었다. 성북구(16.4%) 강남구(15.6%) 서초구(14.0%) 강동구(14.0%) 등도 반전세 거래 비중이 높은 편이었다.

박원갑 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새 임대차보호법 시행으로 전·월세 계약 기간이 사실상 4년으로 늘어나고 보증금 인상률이 5%로 제한되면서 전세의 월세화가 속도를 내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전세를 급격히 월세로 돌리기에는 충격이 너무 크기 때문에 당분간 반전세 계약이 대세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가을 이사철 오면 전세 매물 씨마를 듯
부동산 전문가들은 올가을 이사철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면 전세 매물이 더 부족해질 것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임대차 시장의 주 공급자인 다주택자들이 매물을 내놓을 유인이 없기 때문이다.

다주택자들은 재건축 2년 실거주 요건 등을 충족하기 위해 직접 거주하는 방안을 택하거나 증여 등을 통해 보유세 부담을 덜고 있다. 반면 세입자들은 3기 신도시 등 청약에 대비해 비싼 전셋값을 부담하더라도 무주택 자격을 유지하려 한다.

서울 아파트 전셋값은 지난 8월 전 지역에 걸쳐 최고가를 경신했다. 자치구 중 전·월세 거래량이 가장 큰 폭으로 감소한 중구도 마찬가지다. 중구 주요 아파트 전셋값은 한 달 새 5000만~1억원가량 올랐다. 중구 신당동 남산타운 전용 59㎡ 전세는 지난달 8일 역대 최고가인 4억7000만원에 거래됐다. 광진구 광장동 광장11현대홈타운 전용 84㎡ 전세도 지난 11일 최고가인 10억원에 계약이 성사됐다.

학군 수요가 풍부한 인기 지역들은 전세 매물이 아예 없다. 월 300만원 이상 고가 반전세들의 거래도 속속 이뤄지고 있다. 강남구 대치동 대치삼성1차 전용 97㎡는 지난 8월 보증금 1억원, 월세 460만원에 거래됐다. 전체 960가구인 이 단지의 임대 매물은 현재 반전세 두 건이 전부다. 대치동 D공인 대표는 “대치동 일대는 반전세 매물까지 품귀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심은지 기자 summi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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