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중공업 줄기차게 사들이는 연기금, 뭘 보고 이렇게 사나?

입력 2020-09-01 16:10   수정 2020-09-01 20:18

두산중공업을 향한 국민연금 등 연기금의 뜨거운 구애가 이어지고 있다. 4월 이후 이들이 두산중공업주식 585억원어치를 쓸어담으면서 주가는 올해 저점대비 약 645% 급등했다. 전문가들은 두산중공업 추진하고 있는 계열사 매각 및 풍력발전, 소형원자로사업 진출이 순항하면서 연기금이 두산중공업의 부활에 대거 베팅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1일 두산중공업은 0.93% 하락한 1만5950원에 거래를 마쳤다. 이날 두산중공업은 조정을 받았지만 장중에는 지난 2018년 5월 28일 이후 최고가(1만6800원)를 경신하기도 했다. 연기금은 이날도 두산중공업 주식을 1억4600만원어치 순매수했다. 17거래일 연속 순매수다. 두산중공업은 3월 23일 저점(종가 기준 2470원) 이후 약 5개월 동안 주가가 645.74% 올랐는데, 이 기간에 연기금의 순매수 규모는 584억원에 달한다.
○재무·사업 리스크 해소 국면
전문가들은 연기금이 두산중공업의 단기·중기 리스크가 상당부분 해소되었다고 판단에 매수에 나섰다고 설명했다. 이들이 분석하는 두산중공업의 기존 리스크는 크게 4가지다. 첫째는 탈원전으로 인한 원자력발전 사업 축소, 둘째는 석탄발전 산업의 수요 위축이다. 이들이 실적 측면의 리스크라면 재무 측면의 리스크로는 두산건설에 대한 지속적인 자금지원 부담 및 밥캣 인수를 위한 차입금 동원의 후유증을 꼽을 수 있다.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한 이 리스크들이 어느 정도 수습국면으로 진입하면서 매수세가 유입됐다는 평가다. 최진명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채권단의 3조원 추가지원과 수출입은행의 리파이낸싱에 힘입어 당장 올해 도래하는 회사채만기 6조원의 위기는 넘길 수 있게 됐다”며 “여기에 두산인프라코어 등 계열사 및 보유자산 매각도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어 투자자 입장에서는 두산중공업의 부도가능성이 제거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여기에 원전 및 석탄발전 사업 축소의 공백을 매꿔줄 새로운 기대주가 등장했다. 해상풍력발전이다. 두산중공업은 지난달 해상풍력을 연 매출 1조원 이상의 주력 사업으로 성장시킨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정부가 2030년까지 12GW(기가와트) 규모의 해상풍력 발전방안을 추진하는 만큼 국내 유일의 해상풍력 발전기 제조사인 두산중공업의 수혜 가능성이 크다는 평가다. 두산중공업은 이미 서남권 해상풍력 프로젝트를 위한 시범단지에 3MW(메가와트)급 풍력발전기 20기를 공급한 경력이 있다.
○주가는 SMR을 통한 정상화+@를 말한다
그러나 실적이 급감한 가운데 주가는 2017~2018년 수준까지 오른 만큼 지금의 주가에는 재무구조 개선 및 사업내용의 정상화를 넘어 추가적인 성장 기대가 반영됐다는 평가다. 그 핵심에는 소형모듈원자로(SMR) 사업이 있다. 두산중공업은 지난 30일 미국 SMR 제조사인 뉴스케일이 미국 원자력규제위원회(NRC)의 설계인증 심사를 통과했다고 발표했다. 두산중공업은 지난해 뉴스케일에 약 520억원 가량을 투자했다. 이를 기반으로 뉴스케일의 SMR에 투입될 13억달러(약 1조5000억원) 규모의 원자로 모듈 등 기자재 납품 계약을 수주했다. 이번 계약은 잠재수주로, 현재 뉴스케일이 추진중인 아이다호주 SMR 프로젝트를 포함한 향후 사업을 대상으로 한다. 뉴스케일 투자사 중 기자재 제조사는 두산중공업이 유일하다.

최 연구원은 "SMR은 핵잠수함이나 항공모함에 설치되던 소형 원자로가 원형으로, 미국이 주도하는 가운데 한국도 2011년부터 한국형 SMR 프로젝트를 통해 개발을 이어가고 있다"며 "지금의 주가는 밸류에이션(실적 대비 주가 수준)을 넘어 SMR이 전력 발전 및 공급의 모습을 뒤바꿀 것이라는 미래에 대한 기대를 반영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유상증자 가능성... 추격매수는 주의해야
다만 개인투자자가 기관의 장밋빛 전망을 참고해 올라타기에는 유상증자 가능성을 고려해야 한다는 경고가 나온다. 유상증자는 신주를 발행해 자본금을 확충하는 만큼 기존 주주들의 지분율이 희석되는 결과로 이어진다. 한 신용평가업체 관계자는 “신사업의 잠재력이 크다는 점을 인정하더라도, 현재로서 두산중공업은 상반기에만 당기순손실 6231억원을 기록하고, 부채비율은 292%에 달하는 기업”이라며 “오히려 실적에 비해 주가가 높게 형성된 지금이 유상증자에 나서기 적합한 시기”라고 경고했다.

전범진 기자 forward@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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