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광 HUG 사장 "182조 주택기금으로 도시재생 선순환 체계 만들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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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20-09-01 17:20   수정 2020-09-02 00:28

이재광 HUG 사장 "182조 주택기금으로 도시재생 선순환 체계 만들 것"


2018년 3월 민간 금융권 출신인 이재광 주택도시보증공사(HUG) 사장이 취임하자 그가 어떤 경영을 펼칠지에 이목이 집중됐다. 그동안 HUG 사장은 주로 국토교통부 관료, 건설사 대표 등이 맡아왔기 때문이다. 이 사장은 취임하자마자 시험대에 올랐다. 바젤은행감독위원회의 ‘거액 익스포저(리스크 노출금액) 규제’가 2019년 1월부터 시행될 예정이었기 때문이다. HUG의 대출보증 업무가 중단될 위기에 처했다. 당시 HUG의 대출 익스포저는 63조원에 달해 규제 한도(29조원)를 34조원이나 초과했다. 규제가 시행되면 시중은행들이 HUG 보증을 담보로 취급할 수 없어 신규 대출을 못하는 것은 물론 기존 대출까지 회수해야 할 상황이었다.
민간 금융사 출신 첫 HUG CEO
이 사장은 문제의 심각성을 파악한 뒤 즉시 실무진에게 손실 보전 조항을 손보라고 지시했다. 조항에 ‘손실 보전금이 부족할 때는 정부가 보전할 수 있다’는 내용을 넣어 ‘거액 익스포저’ 규제의 예외 대상이 되도록 한 것이다. 이를 반영한 주택도시기금법을 들고 정부 부처와 국회 등 관계 기관을 찾아나섰다. 직접 설득한 결과 지난해 8월 법안으로 공포됐다.

이 사장의 리스크 관리 능력이 돋보인 순간이다. HUG 임직원들은 당시를 주택산업 붕괴까지 갈 뻔한 위기로 기억하고 있다. 이 사장은 이후에도 사장 직속 조직으로 리스크관리실을 신설해 위험 요인을 수시로 점검하고 있다.

이 사장이 처음 금융인의 길에 들어선 건 유학비를 벌기 위해서였다. 서울대 경제학과를 졸업한 그는 같은 대학에서 노동경제학으로 석사학위를 받았다. 이후 학자의 길을 걷고자 했지만 유학자금이 부족했다. 그는 “3년 정도만 직장에서 돈을 모아 유학을 갈 생각이었다”고 회상했다.

대학원 졸업 후 투자자문사에서 3년간 일한 뒤 1991년 외국계 증권사인 UBS워버그증권(현 UBS증권)으로 옮겼다. 이곳에서 당시엔 생소했던 애널리스트 업무를 맡으면서 증권업계의 매력에 빠졌다. 크레디리요네증권, 다이와SBCM증권, 한일투자신탁운용, KDB자산운용, 한국투자증권 등 국내외 증권사에서 다양한 경력을 쌓았다.

1990년 초 국제재무분석사(CFA)라는 전문 자격증을 알게 된 뒤 업무로 바쁜 와중에도 공부를 이어나갔다. 12년 만인 2002년 드디어 자격증을 취득했다. 이 사장의 끈기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그 덕분에 2011년 CFA 홍콩협회에서 2년간 근무하게 됐다. 이때 해외 선진 금융을 두루 경험했다.

그는 2001년 국민연금으로 자리를 옮기면서 공공성과 사회적 가치에 대해 고민하게 됐다. 국민연금에서 리서치팀장을 맡아 투자 포트폴리오 모델을 개발하고 분석·운용 시스템을 구축하는 데 공을 들였다. 기금운용본부장 대행을 맡기도 했다.

금융권 출신답게 숫자에 강하다는 게 내부 평이다. 취임 초기 업무 파악도 끝나지 않은 상황에서 보고서 수치 오류를 발견해 직원들은 진땀을 빼야 했다. 이 사장은 직원들에게 “돈을 다루는 기관은 숫자가 정확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는 “HUG는 주택과 관련한 각종 보증을 발급하고 주택도시기금을 운용하며 대출도 하는 종합금융회사”라고 입버릇처럼 말한다.
서민의 내 집 마련 꿈 돕는다
HUG는 국내 유일의 주택보증 전문기관이다. 주택 사업의 모든 단계를 보증해주는 상품을 갖고 있다. 집을 짓는 주택사업자는 분양 전에 의무적으로 HUG의 분양 보증을 받아야 한다. 분양계약자들의 자금을 보호하기 위한 장치다. 새집 구입자금 보증과 전세 세입자를 위한 전세보증상품도 있다. 이 사장은 “돈이 부족한 서민들의 내 집 마련 꿈을 이루도록 돕는 게 HUG의 보증상품”이라고 설명했다.

이 사장은 HUG의 연혁과 업무를 꿰고 있다. HUG는 1993년 설립된 이후 지난해까지 1593만 가구, 1511조원 규모의 보증을 통해 주택 공급을 지원했다. 작년에는 연 기준 역대 최대인 175조원의 보증 실적을 달성했다. 올 들어서도 상반기까지 90조원을 넘어섰다. 특히 전세보증금반환보증 등 전세금 보증은 가입요건 완화, 보증료 할인 대상 확대 등 제도 개선에 따라 실적이 대폭 증가했다. 지난해에는 2018년(31조원)보다 55% 급증한 47조원으로 불어났다.

HUG는 2015년 7월부터 주택도시기금을 전담 운용하고 있다. 임대리츠(부동산투자회사), 도시재생 등 새로운 분야로 업무 범위도 넓어졌다. 그 결과 작년 말 기준 총자산이 7조5964억원에 달한다. 전담 운용 중인 주택도시기금은 182조원에 이른다.

이 사장은 주택도시기금을 어떻게 효율적으로 운용할지 고민하고 있다. 그동안 주택도시기금은 공공주택을 짓는 데 주로 사용했다. 그는 “인구 감소, 산업구조 변화 등으로 쇠퇴하는 도시를 살리는 도시재생 활성화를 위해 어떤 일을 할 수 있을지 검토하고 있다”고 했다.

새로 생각해낸 기금 활용 방안 중 하나가 도시재생 뉴딜을 지원하기 위한 모자(母子)리츠다. 신금융기법인 모자리츠는 모(母)펀드가 다수의 자(子)펀드에 투자하는 구조를 의미한다. 도시재생 뉴딜 사업에 공격적으로 투자하되 리스크는 분산하도록 고안했다. 도시재생 금융 지원을 위해 작년 5404억원의 예산을 집행했다. 2018년 3335억원에 비해 62%나 증가했다. 올 상반기에도 3642억원을 집행하는 성과를 거뒀다. 이 사장은 “앞으로도 다양한 신상품을 개발하고 새 금융기법을 도입하겠다”며 “이를 통해 민간 자본이 많이 유입되면 도시재생 사업의 선순환 체계가 형성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공기업은 사회적 가치 지켜야
이 사장의 경영원칙은 ‘금융사로서의 윤리’와 ‘공기업으로서의 사회적 가치’의 조화다. 금융기관으로서 경영 원칙을 지켜야 하지만 그렇다고 성과만 좇아서도 안 된다는 얘기다. 그는 직원들에게도 “HUG의 경영 실적은 실질적으로 ‘국민 삶의 질 향상’이라는 사회적 가치에 있다”고 강조한다.

지난 7월 발표한 HUG의 ‘공공성 강화방안’은 이 사장의 손을 거치면서 파격적으로 바뀌었다. HUG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따른 경기 위축에 대응하고 공공기관의 사회적 책임을 다하기 위해 HUG의 주요 수입원인 보증 수수료를 조정키로 했다. 당초 주택사업자의 보증료율은 30% 정도 깎아줄 예정이었다. 하지만 이 사장이 “코로나 사태로 모두가 힘든데 주택업계와의 상생을 더 고려해야 한다”며 추가 인하를 제안했다. 그 결과 전세보증금반환보증 등 4개 보증상품의 보증료율을 올해 말까지 70~80% 인하하고 주택분양보증 보증료율을 연말까지 50% 낮췄다. 이 사장은 “공공성 강화방안 마련으로 서민들의 주거 부담을 완화하고 서민경제의 안전판 역할을 확대해 HUG의 공적 기능을 강화할 것”이라고 했다.

■ 이재광 HUG 사장

△1962년 광주 출생
△서울대 경제학과 졸업
△서울대 경제학 석사
△1996년 크레디리요네증권 이사
△1997년 다이와SBCM증권 상무
△2001년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장 대행
△2002년 한일투자신탁운용 전무
△2005년 KDB자산운용 상무
△2008년 한국투자증권 상무
△2011년 CFA 홍콩협회 임원
△2013년 이에스지모네타 대표
△2018년 주택도시보증공사 사장


심은지 기자 summi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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