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자금의 블랙홀은 미국과 중국이었다. 특히 뉴욕증시 시총은 지난달 말 사상 최대인 37조달러로 불어났다. 세계 증시에서 차지하는 시총 비중은 2010년 30%에서 42%로, 10년 만에 12%포인트 뛰었다.
IT 기업에 돈이 몰리면서 지난달 31일 테슬라 한 개 기업의 거래대금은 589억8600만달러나 됐다. 도쿄증시(1부) 전체 2171개 상장사의 거래대금(175억5000만달러) 대비 약 세 배 규모다. 테슬라 거래대금은 한국 증시 전체(약 260억달러)보다도 많다. 테슬라는 증시에서 50억달러(유상증자)를 조달키로 했다. 시총 세계 1위 애플은 올 들어서만 1조달러 가까이 몸집을 키웠다. 전문가들은 “글로벌 유동성이 뉴욕증시로 몰리면서 미국 기업들은 돈을 보다 쉽게 조달해 더 공격적인 투자를 하게 될 것”이라며 “상장(IPO)과 기업 인수합병(M&A)도 활발해질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코로나19 사태를 조기 수습한 것으로 평가받는 중국 증시도 급성장했다. 상하이·선전 등 양대 증시의 지난달 말 시총은 8조7000억달러로 올 들어 40% 증가했다. 국영은행들이 시총 상위를 싹쓸이했던 과거와 달리 IT 기업들이 선두권을 차지한 점도 돋보이는 부분이다. 아오키 다이주 UBS증권 최고투자책임자(CIO)는 “중국에서 신산업이 활발하게 성장하면서 세대 교체가 원활하게 이뤄졌다는 뜻”이라고 평가했다.
도쿄·오사카증시 시총 역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던 2018년 1월 대비 10% 넘게 쪼그라든 6조1000억달러에 불과했다. 작년 말보다 4% 감소한 규모다. 시총 상위 종목인 자동차 및 전기 관련주가 살아나지 않고 있는 게 가장 큰 배경이다. 이 때문에 2010년 국내총생산(GDP) 기준으로 세계 2위 자리를 중국에 내준 일본이 시총 경쟁에서도 완전히 밀렸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일본의 세계 시총 비중은 6.8%로, 중국(9.7%) 대비 2.9%포인트 낮다.
한국 증시는 비교적 선방했으나 전 고점은 넘어서지 못하고 있다. 유가증권시장 시총은 지난달 말 기준 1580조원으로, 작년 말보다 7% 늘었지만 2018년 4월의 고점 대비 6% 감소했다.
일각에선 미·중 증시의 회복 속도가 지나치게 빠르다는 지적을 내놓고 있다. 실물 경기가 가라앉아 있는 데다 일부 IT 기업을 빼놓고선 기업 실적도 좋지 않다는 점에서다. 뉴욕증시의 주가수익비율(PER·주가를 주당 순이익으로 나눈 수익성 지표)은 현재 23배 정도로, 작년까지의 16~18배를 크게 웃돌고 있다. 1990년대 후반 IT 버블 때와 비슷한 수준이란 게 시장의 평가다.
도쿄=정영효/뉴욕=조재길 hug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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