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순철의 글로벌 북 트렌드] 곰팡이·버섯…균류의 신비로운 삶

입력 2020-09-03 17:42   수정 2020-09-04 02:58


독일의 숲 전문가이자 생태 작가 페터 볼레벤의 《나무들의 숨겨진 삶(The Hidden Life of Trees)》이 전 세계에 ‘생태 에세이’ 열풍을 불러일으켰다. 이 책의 대성공 이후 세계 출판계는 다양한 지구 생명체의 삶에 주목하기 시작했다. ‘인간이 지구의 주인’이라는 교만함에 취해 마음대로 생태계를 파괴하다가 자연의 역습을 당하고 있는 터에 생태 에세이는 인류에게 자각과 성찰의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최근 영국에서는 《뒤엉킨 생명(Entangled Life)》이란 책이 화제다. 검정 바탕에 빨강, 파랑, 노랑의 화려한 버섯 모양 표지 이미지에서 범상치 않은 기운이 느껴진다. 지하 땅속 곰팡이 네트워크를 연구하는 생물학자 멀린 셸드레이크는 이 책을 통해 곰팡이와 버섯 등 균류(菌類)의 신비로운 삶을 다룬다. 다양한 종류의 곰팡이가 어떻게 세상에 영향을 미치고, 인간의 몸과 마음을 조종하며, 지구생태계와 교류하는지 소개하면서 매력적인 균류의 세계로 독자들을 초대한다.

이 책은 서점에 나오기 전부터 이미 화제를 모았다. 저자가 기발한 홍보 아이디어를 떠올려 출간 전부터 소셜미디어에 소개했다. 균류가 얼마나 대단한 생명력을 지니고 있는지 확실하게 독자들에게 보여주기 위해 균류를 대표하는 버섯 포자를 책에 배양했다. 잡식성 생물로 무엇이든 닥치는 대로 먹어치우는 성질을 가진 버섯은 단 2주 만에 책을 집어삼킬 정도로 엄청나게 자랐다. 저자는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버섯으로 뒤엉킨 책(사진)을 보여주고, 책에서 자란 버섯을 잘라 프라이팬에서 구워 먹으며 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어 보였다. 젊고 발랄한 생물학자다운 발상이었다.

동물도 식물도 아닌 생명체 균류. 지구에는 200만 종 이상의 균류가 살고 있다. 균류는 버섯이나 곰팡이처럼 우리 눈에 띄기도 하지만, 보이지 않게 우리 주변에 그리고 우리 안에 살고 있다. 균류는 모든 생명체와 공존하며, 동식물의 표면과 토양 아래, 공기 중, 깊은 바닷속, 심지어 단단한 바위 속에서도 살 수 있다. 플라스틱, 폭발물, 살충제, 원유를 먹어치울 수 있고, 핵방사능 유출도 견뎌낼 수 있고. 우주에서도 살아남을 수 있다.

저자는 “균류가 인류와 함께 역사를 써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고 역설한다. 균류는 인류에게 빵과 술뿐 아니라 생명을 살리는 백신을 제공했고, 최근 들어 균류의 환각적 특성을 활용해 여러 신경정신 질환을 치료하는 물질로도 활용되고 있다. ‘우드 와이드 웹(Wood Wide Web)’이라고 불리는 나무들의 신비로운 소통 네트워크는 균류들로 인해 가능하다.

곰팡이와 같은 균류를 포함해 지구상의 모든 생명체는 각자의 역할이 있어 존재한다. 아직 인간이 모르는 숨겨진 세계가 너무 많다. 이 책을 읽고 나면 우리가 사는 세계를 완전히 다른 시각으로 바라보게 될 것이다.

홍순철 < BC에이전시 대표·북칼럼니스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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