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경영의 보편성

입력 2020-09-03 17:16   수정 2020-09-04 00:05

나는 어린 시절 스위스 작은 마을에서 조그마한 자동차 대리점을 운영하는 아버지를 도왔다. 자금이 늘 부족했던 아버지는 사업의 어느 곳에 투자할지 매우 신중했고, 나를 포함한 몇 명 안 되는 직원들을 항상 독려했다. 아버지 사업체는 몇 번의 고비를 겪었으며 부도 직전까지 간 것만 해도 여러 번이었다. 하지만 아버지는 더 큰 업체들과의 경쟁에서 결국 살아남았고, 막내 아들에게 사업체를 물려줬다.

한국에서 지내다 보니 돌아가신 아버지처럼 여러 방면으로 고군분투하는 많은 작은 사업체가 눈에 들어오곤 한다. 그럴 때마다 그 사업체들 역시 당면한 여러 난관을 아버지와 같은 관점에서 바라볼지 궁금해진다. 현대 경영에서 마케팅, 판매, 재무, 투자, 인적자원 관리, 위기관리 등의 용어로 설명되는 관점 말이다.

많은 나라에서는 기업 경영에 드러나는 각 나라의 독특한 색채에 제각기 다른 이름을 붙였다. 19세기 말 ‘독일식 경영’이 출현했고, ‘프랑스식 경영’도 있었다. 대부분은 마이클 포터, 피터 드러커 같은 앵글로색슨 경영 교수의 개념을 공부했겠지만 ‘일본식 경영’을 설명하는 교수들도 있고, ‘한국식 경영’을 말하는 사람들도 있다. 고려대 교수가 쓴 유용한 책 역시 《타이거 매니지먼트의 진화》라는 제목으로 눈길을 끈다.

특정 국가에 맞는 경영 시스템 및 이론이라는 것은 정말 존재할까? 나는 이 부분에 굉장히 회의적이다. 물론 한 국가의 역사적, 문화적, 사회적, 정치적 배경과 경제 발전 단계는 회사 경영에 지대한 영향을 준다. 이런 영향은 특히 기업 문화, 가치, 커뮤니케이션에서 큰 차이를 드러낸다. 그러나 결국 기업이 맞닥뜨리고 있는 문제라는 것은 크게 보면 어느 나라에서든 똑같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수단 역시 국가적 특색이 들어갈 수는 있겠지만, 거의 비슷하다.

지난달 유아 식품을 생산하는 유명 한국 기업을 방문할 일이 있었다. 창업자이자 회장이신 분은 돌아가신 나의 아버지가 살아계셨다면 비슷한 나이였을 것 같은 80대였다. 그분은 업계에서 지난 60년의 세월을 고스란히 드러내는 분이었는데, 그 세월이 지나도 그분의 회사는 여전히 마케팅, 판매, 상품 개발, 사업 확장, 재무, 인사와 같은 똑같은 과제를 반복해서 맞이한다. 그리고 이를 해결하기 위한 경영의 도구 역시 많은 다른 나라의 중견 기업에서도 비슷하게 발견할 수 있다.

결국 한 나라에만 해당되는 경영 이론이라는 것은 없지 않을까. 수많은 나라의 비즈니스맨이 있을 뿐. 누군가는 작은 자동차 대리점을 운영하고, 누군가는 중견 식품 기업을 운영한다. 비슷한 경영 문제에 맞닥뜨리고, 비슷한 방법으로 문제를 해결한다. 결국 우리 모두는 크게 보면 인지적으로도, 물리적으로도 비슷한 능력을 갖춘 사람이기 때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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