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춘호의 글로벌 Edge] 스가가 받아든 '성장전략 화살'

입력 2020-09-03 17:58   수정 2020-09-04 00:16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지난주 사임 의사를 밝힌 뒤 일본 언론들이 아베노믹스를 일제히 비판하고 나섰다. 마이니치신문은 “고령화와 인구 감소라는 일본 사회의 구조 변화를 감안한 장기 전망을 내놓지 못한 정책”이라며 “(구조 변화에 맞서는) 광범위한 세대 부담이 필요한데도 무책임한 재정 팽창만 계속해 왔다”고 지적했다. 아사히신문은 “아베노믹스 시작 때 약속했던 경제성장률 2%와 물가상승률 2%의 절반도 지키지 못했다”며 “임금 인상과 소비 증가 등 경제의 지속적 확대를 이루지 못했다”고 꼬집었다.

니혼게이자이(닛케이)신문은 어제 통사설을 싣고 “기술혁신 정책 등을 마련하지 않고 잠재성장률을 끌어올리는 데 무관한 진통제 격의 금융재정 정책에 너무 의존했다”며 “제1의 화살(양적 완화)과 제2의 화살(재정 확장)에서 제3의 화살(성장 전략)로 정책이 넘어가야 하는데도 제대로 바통을 넘기지 못했다. 코로나 위기 극복이 절실하다지만 그보다 절실한 건 제3의 화살”이라고 역설했다.
日언론 아베노믹스 비판 잇달아
아베노믹스가 민간 수요를 일으키지 못하고 기업 혁신을 이끌지 못하면서 일본 경제가 침체한 것에 대한 통한이 묻어나온다. 실제 일본 명목 국내총생산(GDP)은 2012년 495조엔에서 2019년 553조엔으로 불과 58조엔밖에 늘지 않았다. 평균 성장률도 1%에 그친다. 하지만 그사이 일본은행의 자금 공급량은 2013년 3월 약 135조엔에서 약 576조엔(올 7월 말 기준)으로 4배나 늘어났다. 국가채무도 1110조엔이 넘는다. 일본 GDP의 두 배다. 저금리와 양적 완화는 좀비기업만 양산했다. 스위스 국제경영개발원(IMD) 발표 국가경쟁력 순위에서도 일본은 34위로 한국보다 6계단 낮다.

차기 일본 총리로 예상되는 스가 요시히데 관방장관이 어제 기자회견에서 아베노믹스 계승을 선언했다. 아베 내각의 핵심 멤버로서 당연한 발언이지만, 이 같은 아베노믹스의 불만 여론을 잠재울지는 미지수다. 스가는 이를 감안한 듯 어제 몇 가지 정책 의견을 내놨다.

우선 지방은행 수가 많은 게 사실이라며 재편·통합할 것이라는 의지를 보였다. 관광 유치 정책을 적극 펼치겠다는 얘기도 했다. NHK 방송 회견에선 ‘자조(自助) 공조(共助) 공조(公助)’라는 슬로건도 소개했다. 자기 힘으로 일한 뒤, 지역과 지자체가 서로 돕고, 마지막으로 정부가 책임을 갖고 대응한다는 뜻이다. 칸막이 행정과 부처 이기주의에 대한 강한 경고의 목소리도 냈다.
기업주도 혁신 韓·日경쟁력 좌우
스가는 정작 성장 전략의 화살에 대해서는 아직 별다른 언급이 없다. 닛케이가 사설에서 주문한 건 제대로 된 성장 전략을 만들어달라는 것이었다. 정부가 슬로건을 내걸고 목표치를 전면에 내세워 가계와 기업을 유도하는 가부장적 체질에서 하루빨리 벗어나 암반규제를 없애고, 기업이 창조적으로 신제품을 개발하고 새 시장을 열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달라는 것이다.

한국도 똑같다. 문재인 정부는 초기 혁신 성장을 내세워 기업 혁신을 이끌려고 했지만 규제는 제대로 풀리지 않고 기업들은 신사업 투자를 주저하고 있다. 디지털 뉴딜과 그린 뉴딜 정책을 만들어 자금을 공급하려 하지만 아베노믹스의 두 번째 화살 성격과 비슷하게 보인다. 스가가 세 번째 화살을 어떻게 쏘느냐, 문 정부의 혁신 성장이 남은 집권 2년간 어떻게 추진되느냐에 따라 한·일 간 경쟁력은 변화할 것 같다.

ohchoo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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