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나항공 M&A 결국 무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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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20-09-03 17:40   수정 2020-09-28 16:40

아시아나항공 M&A 결국 무산


HDC현대산업개발의 아시아나항공 인수가 결국 무산됐다. 아시아나항공은 기간산업안정기금을 지원받아 채권단 관리체제에 들어갈 전망이다.

3일 채권단에 따르면 아시아나항공 대주주인 금호산업은 다음주 초 HDC현산에 거래 종결을 공식 통보할 예정이다. 지난해 12월 HDC현산과 주식매매계약(SPA)을 체결한 지 9개월 만이다.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은 지난달 26일 정몽규 HDC그룹 회장과 만나 인수가를 최대 1조원가량 깎아주겠다고 제안했다. 그러면서 이달 초까지 인수 여부에 대한 확답을 요구했지만 HDC현산은 재실사를 먼저 해야 한다는 기존 입장을 고수했다.

채권단 고위 관계자는 “HDC현산의 인수 의지가 없다고 결론내렸다”며 “거래 종결 절차와 함께 매각 무산에 따른 플랜B(대안)를 개시할 것”이라고 밝혔다. 아시아나항공은 다음주 최대 2조원가량의 기간산업안정기금을 신청할 계획이다. 채권단은 아시아나항공을 산은 주도 관리체제에 편입시킨 뒤 시장 상황을 봐서 재매각에 나설 방침이다.
産銀 '플랜B' 돌입…아시아나 2兆 수혈 후 채권단 관리체제로
HDC현대산업개발의 아시아나항공 인수 무산은 “예견된 수순이었다”는 것이 시장의 반응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항공업이 직격탄을 맞은 상황에서 불가피한 선택이었다는 분석이다. 인수 강행 시 그룹의 생존이 위태로울 수 있다는 위기감에 대외신인도 저하를 감수한 고육지책을 썼다는 평가가 나온다.

채권단 제안 끝내 거부
코로나19 사태가 본격화된 뒤 수개월째 답보 상태에 빠졌던 아시아나항공 인수 논의가 새 국면을 맞은 건 지난달 26일이었다.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은 정몽규 HDC그룹 회장과 만나 인수가를 최대 1조원가량 낮춰주겠다고 제안했다. 채권단은 HDC현산과 함께 1조5000억원씩 총 3조원을 아시아나항공 경영 정상화에 투입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당초 계약금보다 1조원가량 적은 1조5000억원으로 아시아나항공을 인수하는 길을 열어주겠다는 의미였다. 채권단 내부에서도 지나치게 파격적이라는 얘기가 나올 정도였다.

채권단의 기대는 빗나갔다. 묵묵부답으로 일관하던 HDC현산은 채권단이 답변 마감 시한으로 제시한 지난 2일에서야 이메일로 재실사가 필요하다는 기존 방침을 고수한 답장을 보냈다. 채권단 제안을 사실상 거부한 것이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가 장기화되는 현 상황에서 HDC현산은 아시아나항공 인수가 ‘밑 빠진 독에 물 붓기’가 될 수 있다고 본 것”이라고 평가했다.

HDC현산의 거부로 HDC와의 공동투자 및 유상증자를 통해 현재 2291%인 아시아나항공 부채비율을 400%대까지 떨어뜨린 뒤 회사 정상화에 나서려던 채권단의 시나리오도 물거품이 됐다. 채권단 관계자는 “더 이상의 협상은 없으며, 계약 해지와 책임 문제를 정리하는 절차만 남았다”고 말했다. 2500억원의 계약금 반환을 둘러싼 HDC현산과 금호산업의 소송전도 예상된다.
2조원 규모 기안기금 ‘수혈’
산은은 매각협상 결렬에 대비한 ‘플랜B(대안)’ 작업도 마쳤다. 코로나19로 국제선 여객 수요 회복이 요원한 상황에서 즉각적인 추가 자본 투입이 불가피하다. 당초 정해진 일정에 따라 아시아나항공 채권단과 대주주인 금호산업은 즉시 2조원 규모의 기간산업안정기금(기안기금)을 신청할 계획이다.

정부는 다음주 초 산업 경쟁력 강화 관계장관회의를 열어 아시아나항공 경영 정상화 계획을 논의할 예정이다. 이어 40조원의 기안기금 운용을 담당하는 기안기금운용심의회가 회의를 열어 자금 투입 여부를 최종 결정한다.

기안기금이 지원되면 아시아나항공은 6년 만에 또다시 채권단 관리체제로 들어간다. 앞서 아시아나항공은 경영위기로 2010년 1월 산은 주도 채권단과 자율협약을 체결한 뒤 2014년 12월에 졸업했다. 산은과 수출입은행이 보유한 영구채 8000억원을 주식으로 전환할 가능성도 높다. 주식으로 전환되면 산은 등은 아시아나항공 지분 37%를 보유한 최대주주가 된다.
재매각 나선다지만…
채권단 관리가 시작되면 구조조정이 뒤따를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나온다. 아시아나항공이 화물영업 덕분에 2분기 ‘깜짝 실적’을 올리기는 했지만, 관건은 국제선 여객 수요 회복 여부다. 아시아나항공은 앞으로 1~2년간 여객 대신 화물영업에 주력하겠다는 계획이다. 채권단 관계자는 “안전, 정비, 조종사, 화물분야 등을 제외한 나머지 인력의 구조조정이 불가피할 것”으로 내다봤다.

산은은 곧바로 아시아나항공 재매각에 나서겠다는 방침이다. HDC현산에 마지막으로 제시했던 인수 조건도 새로운 후보자에게 그대로 적용한다는 게 채권단 계획이다. 항공사들이 경영상 어려움을 겪고 있는 지금이 매각 적기라는 것이 이 회장의 판단이기도 하다.

하지만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새 후보자를 찾는 건 현실적으로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향후 1~2년간 국제선 여객 수요 회복이 요원한 상황에서 인수 부담을 짊어질 기업을 찾기는 어려워 보인다”며 “시장 상황을 지켜본 뒤 재매각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강경민/이상은 기자 kkm1026@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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