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호의 캐피털마켓 워치] 美 장기금리 상승이 가져올 충격은

입력 2020-09-03 10:01   수정 2020-09-03 16:56

≪이 기사는 09월02일(06:46) 자본시장의 혜안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금융시장이 미국의 장기금리 움직임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습니다. 미국 장기금리는 지난 27일 제롬 파월 미 중앙은행(Fed) 의장의 ‘2% 이상의 인플레이션 용인’ 발언 이후 상승 탄력을 키우고 있어, 글로벌 자금 흐름에 변화 조짐이 보이고 있기 때문입니다.

파월의 발언이 장기금리 상승을 자극한 이유는 앞서 나온 7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의사록과도 관련돼 있는데요. 당시 FOMC에선 장기채를 사들이는 ‘수익률곡선 제어(YCC)’의 효과에 부정적인 의견이 오갔습니다. 투자자들은 두 이벤트를 종합해 ‘Fed가 인플레이션을 용인하되, 그로 인해 장기금리가 올라도 인위적으로 끌어내리는 데 소극적일 것’이라고 해석했습니다. 장단기 금리차의 확대(수익률 곡선이 가팔라짐) 신호로 받아들인 셈입니다.

장기금리의 상승은 Fed에 반가운 소식이 아닙니다. 인위적으로 금리를 낮춰 경기를 부양하려는 지금까지의 노력에 찬물을 끼얹을 수 있으니까요. 국채를 발행할 때 더 많은 이자를 내야 하는 미국 정부도 불편하기는 마찬가지입니다.

그럼에도 한 가지 중요한 장점이 존재하는데요. 달러의 약세를 방어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해외 투자자들이 전보다 더 많은 이자를 지급받을 수 있는 미 국채 투자에 매력을 느낄 테니까요.

해외 투자자의 유인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을 상대로 싸우고 있는 미국에 반드시 필요한 일이기도 합니다. 앞으로도 대규모 국채를 꾸준히 찍어야 하는데, 최근 달러 가치 하락으로 해외 수요가 움츠러드는 모습을 보이고 있어서입니다. 달러화 가치는 코로나19 확산 이후 이후 최근까지 4개월 동안 내리막을 걸어왔습니다. 그러다보니 일부 비관론자들은 ‘모두가 원하는 통화’로서 달러화의 지위가 흔들릴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미 국채 금리가 더 오르고 달러 가치가 상승으로 방향을 튼다면 뜻밖의 피해자를 양산할 수 있습니다. 외환보유액이 넉넉하지 않은 신흥국인데요. 달러화 의존도가 높은 신흥국은 외국인 투자자금의 유출이라는 당혹스러운 상황에 직면할지도 모릅니다.

외국인 자금의 유출을 막으려면 재정지출 축소와 금리인상에 나서야 하는데요. 코로나19 상황에선 상당히 어려운 결정일 수밖에 없습니다. 경기 부진 속에서 나타난 외국인 자금의 유출은 1990년대 중후반 남미와 아시아 외환위기의 주요 원인이기도 했습니다.

이태호 기자 th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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