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조원 국채 팔아치운 외국인…시장금리·환율 밀어올린다 [김익환의 외환·금융 워치]

입력 2020-09-04 08:57   수정 2020-09-04 10:47


외국인 투자자가 이달에만 3·10년 만기 국고채(국채) 6조원어치가량을 순매도했다. 증시에서도 2700억원어치가 넘는 물량을 팔아치우는 등 외국인의 한국 시장 이탈이 본격화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적자국채 물량이 쏟아질 것이라는 우려에 한국 경기에 대한 불안감 등이 겹친 결과다. 덩달아 시장금리가 오름세(국채 가격은 하락)를 보이고 원·달러 환율도 뛰고 있다.

4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외국인은 이달 1~3일에 3년 만기 국채선물을 4조8295억원어치를 순매도했다. 10년 국채선물은 1조2623억원어치를 순매도했다. 3·10년물 국채를 이달에만 6조918억원어치 팔아치운 것이다. 외국인은 지난달에도 3년물 국채선물과 10년물 국채선물을 각각 2조5436억원(5만6463계약), 6조3229억원(1만9291계약) 순매도했다. 외국인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전세계로 확산되면서 금융시장이 출렁인 지난 3월만 제외하고 월간 기준으로 올들어 지난 7월까지 매달 국채를 순매수했다.


한국은행이 올들어 기준금리를 연 1.25%에서 연 0.5%로 0.75%포인트 낮춘 데다 외국인이 올 4~7월에 국채를 대거 사들이면서 국채 등 시장금리도 하향세를 이어갔다. 3년 만기 국채 그리가 지난 8월5일 연 0.795%로 사상 최저로 내려갔다. 올 초에 연 1.7%대를 웃돌았던 10년 만기 국채 금리도 지난 7월30일 연 1.281%로 뚝 떨어졌다.

하지만 외국인이 국채 물량을 8월 중순 들어 집중적으로 시장에 쏟아내면서 국채 금리가 치솟고 있다. 지난 1일 3년 만기 국고채 금리가 연 0.977%를 기록하는 등 지난 4월29일(연 1.006%) 후 넉달 만에 가장 높았다. 지난달 25일부터 이달 1일까지 6거래일 연속 오름세를 보이며 이 기간 0.153%포인트 뛴 영향이다. 10년 만기 국채 금리도 지난 1일 연 1.582%를 기록해 지난 3월 25일(연 1.647%) 후 5개월여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처럼 외국인이 국채시장에서 발을 빼는 것은 국채 금리가 상승(국채값 하락)할 것이라는 전망에 따른 것으로 파악된다. 이미선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국채물량 매입에 다소 신중한 태도를 보인 데다 한국 정부의 확장재정 정책이 현실화했다"며 "외국인이 장기금리 상승을 우려해 국채 매물을 내놓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기획재정부는 내년 예산안을 올해 본예산보다 8.5% 늘린 555조8000억원 규모로 편성했다. 재정 실탄 마련을 위한 적자 국채 발행과 국채 금리 상승 가능성을 내다보고 외국인들이 미리 국채를 처분했다는 것이다. 올해와 내년 대규모 재정지출로 각각 160조원을 웃도는 국채가 발행될 것이란 우려 때문이다.

한은이 국채 매입 등 완화적 통화정책에 신중한 태도를 보인 것 영향이다. 이주열 한은 총재가 지난달 27일 금융통화위원회 직후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기준금리 인하와 국채 매입에 신중하겠다는 원론적 답변을 내놓자 완화적 입장을 기대한 외국인이 ‘실망 매물’을 내놓고 있다는 분석이다.

한국 국채가 다른 투자 대상과 비교해 상대적으로 매력이 떨어지는 점도 부각됐다. 이미선 연구원은 "미국 국채 금리가 오름세를 보이면 미 중앙은행(Fed)에서 국채 매입에 나서고 그만큼 미 국채 가격 변동성이 한국보다는 낮다"며 "미국 대선을 앞두고 있는 만큼 큰 변동성 장세가 오기전에 한국을 비롯한 신흥국 자산을 처분하는 것도 영향을 미쳤다"고 평가했다. 외국인은 지난달 31일에 유가증권시장(코스피)에서도 역대 최대 규모인 1조6361억원어치를 순매도한 데 이어 이달 1~3일에 2702억원어치를 더 팔아치웠다. 외국인이 한국 시장을 등지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외국인 이탈이 본격화하면서 원화도 약세를 나타내고 있다. 지난달 8월19일에 1181원20전까지 떨어진 환율은 지난 3일 1188원30전까지 뛰었다.

김익환 기자 lovepe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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