혈세 115억 들어간 4개월 일자리, 실효성 논란에 관리부실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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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20-09-06 08:00   수정 2020-09-06 10:17

혈세 115억 들어간 4개월 일자리, 실효성 논란에 관리부실까지


문화체육관광부가 세금 115억원을 투입한 단기 일자리 '문화예술교육자원조사'가 허술한 관리로 도마에 올랐다.

6일 <한경닷컴> 취재 결과 이 일자리는 전문가들 사이에선 실효성에 대한 우려가 나온다. 2000명의 대규모 인력을 비대면으로 운영하면서 관리 부실 문제도 노출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문체부는 앞선 7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어려움을 겪는 예술계 생태계 회복을 위해 문체부 3차 추가경정예산(추경)의 45%에 달하는 1569억원을 지원한다고 밝혔다.

115억 투입해 2000명 단기 일자리 만든 문체부
문체부는 그 일환으로 안정적 창작활동 기반을 마련하고 새로운 예술활동 기회도 제공한다는 취지로 문화예술교육자원조사 관련 일자리를 만들었다. 세금 115억원을 투입해 △서울·인천 700명 △경기 400명 △영남 400명 △호남·제주 300명 △강원·충청 200명 등 2000여명을 선발했다. 주5일 20시간 근무하는 조건이다.

임금으로만 약 55억원이 투입된다. 근무는 올해 12월까지 모두 비대면으로 진행된다. 문체부는 선발된 인력 2000여명이 '조사 대상의 홈페이지 및 문헌 등 자료를 참고해 정보를 조사·정리하고 제출하는 업무'를 수행한다고 설명했다.

이들은 단 4개월 근무를 하지만 4대 보험에 가입됐다. 고용보험의 경우 1개월간 소정근로시간이 60시간 미만인 근로자는 적용 제외 대상이다. 국민연금도 마찬가지다. 1개월 근로시간이 60시간 미만인 근로자, 비상근 근로자는 국민연금 및 건강보험 적용 대상에 제외된다.

다만 생업을 목적으로 3개월 이상 계속 근로자는 가입할 수 있다. 문화예술교육자원조사 근로자의 경우 매월 80시간씩, 4개월간 근로한다. 고용보험과 국민연금 가입 기준을 넘겼지만 전문가들은 문체부가 '꼼수 가입'을 시킨 것 아니냐고 꼬집었다.
김태기 단국대 경제학과 교수 : 근로 기간과 근로 시간을 보면 4대 보험 요건에 억지로 맞추기 위해 만들어진 것으로 보인다. '비정규직 제로'를 추진하는 정부인데 4대 보험 가입을 안 시키면 비정규직 문제 등에 대한 비판이 많이 나올 수 있다. 그래서 3개월 이상, 4개월 이하 및 월 80시간 근무로 잡은 것 아니겠는가. 그러지 않을 경우 4대 보험 가입도 시키지 않는다는 비판을 받을 수 있어 면피용으로 이 같은 일자리를 만든 것이다.
조동근 명지대 경제학과 명예교수 : 냉정히 말하면 추경에 편성된 4개월짜리 단기 아르바이트다. 급여는 당연하 지출해야 하지만 급여 이외의 것이 왜 필요한지 묻고 싶다. 산업재해 가입 정도면 모를까, 4대 보험 가입은 납득이 잘 안 된다. 이 경우엔 행정업무에서 인력 낭비가 생긴다. 공무원과 당사자들도 부속서류가 많아질 것이다.
그러나 문체부는 4개월짜리 꼼수 일자리는 지적에 "예산이 통과된 시점을 기준으로 마련된 것"이라고 해명했다. 내년도 진행 예정인 사업과도 연계되는 사업이라고 설명했다.
문체부 관계자 : 꼼수라는 지적엔 동의할 수 없다. 3차 추경 통과 이후 시점을 기준으로 활동 기간이 잡혔다. 올해 예산에 한정되기 때문이다. 내년엔 4차 산업혁명에 대비한 '온라인 디지털 자원 지도사업'도 준비 중이다. 올 초부터 진행하는 사업의 시스템을 만들면서 데이터베이스 구축을 문화예술교육자원조사 관련 업무로 수행하는 것이다.
관리 부실도 노출…혼선 지적에 문체부 '사과'
문화예술교육자원조사 근로자들은 지난달 31일부터 본격 업무에 돌입했다. 주로 각 지역에 있는 문화예술시설을 조사해 보고하는 형식이다.

오리엔테이션(OT)은 같은 날 화상회의 시스템 줌(ZOOM)으로 진행됐다. 그러나 접속자가 몰리며 OT 진행이 제대로 진행되지 않았다. 서버가 계속 불안정한 탓에 이미 공지된 시간 이외의 다른 시간에 참여하라고 공지하기도 했다. 때문에 일부 근로자들은 OT 참여를 위해 개인 일정을 바꿔야 했다.

업무 보고를 위해 활용하는 '네이버 밴드' 역시 관리가 잘 안 된다는 평가다. 서울·인천 권역의 경우 800명이 밴드에 가입돼 있다. 밴드는 사업 관련 공지를 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그러나 때때로 오전 6시나 오전 12시에도 글이 올라오며 다소 주먹구구식으로 운영되고 있다.

공지 전달에서의 혼선도 이지고 있다. 노트북으로만 출퇴근 등록이 가능하다고 공지됐지만 핸드폰, 태블릿 PC로도 출퇴근 등록이 된다. 문체부는 여기에 공지를 위해 블로그를 하나 더 만들 계획이다. 아울러 근로계약을 하면서 이미 받았던 서류들을 급여 정산 목적으로 재차 요구하기도 했다.

정작 업무 목표 제시는 현실성이 떨어진다. 첫 업무 과제로 1인당 주변 문화시설 조사를 40개씩 하라고 했지만, 지역에 따라선 5개도 찾기 힘들다는 소리가 나온다. 문체부가 업무 지시를 위한 사전 현황 파악에 부실했다는 지적이 나오는 대목이다.

문체부는 이 같은 관리 부실 지적에 사과하며 조치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문체부는 <한경닷컴> 취재 이후 뒤늦게 몇몇 조치에 들어간 것으로 확인됐다. 문체부는 코로나19 국면에서 만들어진 비대면 사업으로 처음으로 진행되는 사업인 만큼 취지 자체에 주목해달라고 당부했다.
문체부 관계자 : 불편이 있다는 점에 대해선 사과 드리고 싶다. 비대면이란 제한적 문제가 있는데 실시간 대응하고 있다. 해당 지적들에 대해선 운영단체 등과 협의를 통해 조치하겠다. 블로그 개설도 민원에 대응하는 차원에서 결정된 내용이다.

저희도 준비를 해나가면서 진행하는 사업이다. 당연히 부족함이 있지만 전국의 예술인들이 53만명이나 된다. 6개월 동안 일이 없다고 하는 민원들이 많이 들어왔다. 문화예술계에 종사하는 장애인 83명, 중증장애인 36명이 포함되기도 했다. 이들을 위한 일자리라는 것에 주목해줬으면 한다. 사업 취지를 봐달라.
조준혁 한경닷컴 기자 pressch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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