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重 1.3조 증자…유동성 위기 해소

입력 2020-09-04 17:55   수정 2020-09-28 16:53


두산그룹이 채권단에 약속한 연내 3조원의 자구안 이행 작업이 막바지 단계에 접어들었다. 두산중공업은 1조3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통해 유동성 위기 해소에 나서고, (주)두산은 두산솔루스와 모트롤 등 핵심 사업부 매각을 마무리했다. 박정원 두산 회장 등 대주주 일가는 ‘책임경영’ 차원에서 5700억원어치의 주식을 무상으로 내놓기로 했다.

두산중공업은 4일 이사회를 열어 1조3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모기업인 (주)두산과 대주주가 지분만큼 참여하고 실권이 발생하면 주관 증권사가 인수하기로 했다.

이를 위해 (주)두산은 두산솔루스 지분 18.05%를 사모펀드 스카이레이크인베스트먼트에 2382억원에 매각하기로 계약을 체결했다. 박 회장 등 대주주 일가가 보유한 지분 34.88%도 스카이레이크가 4604억원에 인수하기로 했다. (주)두산은 모트롤사업부도 4530억원을 받고 소시어스-웰투시 컨소시엄에 매각하기로 했다. 이를 통해 (주)두산에 유입되는 자금 6912억원은 두산중공업 유상증자에 투입된다.

박 회장 등 대주주 일가는 보유 중인 두산퓨얼셀 지분 23%, 5740억원을 두산중공업에 무상 증여하는 결정도 내렸다. 이 방안이 마무리되면 두산퓨얼셀의 최대주주는 두산중공업이 된다.
인프라코어까지 팔면 3.5兆 확보…두산 구조조정 '8부 능선' 넘어
‘구조조정 우등생’ 두산중공업이 1조3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와 두산솔루스 등 핵심 계열사 매각을 통해 연내 3조원 자구안 이행이라는 목표 달성의 ‘8부 능선’을 넘었다. 마지막 퍼즐인 두산인프라코어 매각까지 이뤄지면 두산은 최대 3조5000억원에 달하는 자금을 확보해 유동성 위기에서 벗어날 전망이다.

3조 자구안 이행 ‘청신호’
두산그룹은 지난 4월 채권단과 3조원 규모의 자금 마련을 약속했다. 두산중공업 등 주력 계열사들이 만기 도래하는 빚을 못 갚게 되자 채권단 지원을 전제로 이 같은 규모의 자구안을 이행하겠다는 계획을 제출했다. 4일 두산이 발표한 1조3000억원 규모의 두산중공업 유상증자와 1조원에 달하는 핵심 계열사 매각은 자구안의 실행 가능성을 행동으로 보여줬다는 게 시장의 평가다.

시장에선 당초 두산중공업의 증자 규모로 1조원을 예상했다. 하지만 최근 두산중공업 주가가 껑충 뛰어 규모가 커졌다. 두산중공업 주가는 최근 3개월간 세 배 넘게 급등했다. 정부가 추진 중인 ‘그린 뉴딜 정책’으로 큰 혜택을 볼 수 있다는 기대가 커진 영향이다. 증권업계에선 두산중공업이 무난히 유상증자를 성공할 것으로 예상한다. 풍력발전은 증시에서 각광받고 있는 아이템이기 때문이다.

(주)두산은 앞서 지난달 초 골프장 클럽모우CC를 1850억원에 매각했다. 이 가운데 입회보증금 반환금을 제외한 1200억원가량을 상환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같은 달 벤처캐피털 네오플럭스 지분 96.77%를 신한금융지주에 730억원을 받고 팔았다.

이번 유상증자가 완료되면 두산은 3조원의 자구안 가운데 절반가량인 약 1조5000억원을 마련하게 된다. 여기에 매각 예상가가 8000억원에 이르는 서울 동대문 두산타워, 2000억원 수준의 두산건설 매각 절차도 진행 중이다. 이들 매각은 우선협상대상자 선정까지 마쳤다. 두산타워는 마스턴자산운용이, 두산건설은 대우산업개발이 각각 인수하기로 했다.

매각 추정액 약 1조원 중 두산타워 상가 보증금 등은 제외하고 (주)두산에 현금이 유입될 예정이다. 이 두 건의 매각까지 마치면 총 2조5000억원 안팎의 자구안이 이행되는 셈이다. (주)두산은 연말까지 매각을 마무리한다는 방침이다.
인프라코어 매각도 ‘착착’
두산그룹 내 핵심 계열사인 두산인프라코어 매각도 진행되고 있다. 크레디트스위스(CS)를 매각 주관사로 세워 이달 22일 예비입찰을 받는다. 시장에선 현대중공업, 한화 등 전략적 투자자(SI)와 MBK파트너스, 한앤컴퍼니, 글랜우드프라이빗에쿼티(PE) 등 대형 사모펀드(PEF)를 인수 후보로 꼽고 있다.

두산은 채권단에 두산인프라코어를 연말까지 매각한 뒤 필요하면 내년 상반기 두산밥캣을 매각하겠다는 자구안을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두산인프라코어 매각 진행 여부에 따라 두산밥캣의 매각 가능성은 유동적이다. 두산은 두산인프라코어 지분(36.27%) 가치로 1조원 이상을 희망한다. 두산밥캣을 제외한 두산인프라코어의 상각 전 영업이익(EBITDA)만 해도 연간 5000억원에 달하는 만큼 1조원은 넉넉히 받을 수 있다는 셈법이다.

다만 복잡한 소송에 얽혀 있다는 점이 매각의 최대 변수다. 자회사 두산인프라코어차이나(DICC)의 재무적 투자자(FI)들과 1조원에 달하는 소송을 하고 있다. 두산이 약속 이행을 하지 않아 투자 원금에 이자까지 받아야 한다고 이들은 주장한다. 조만간 있을 대법원의 최종 판단에 따라 1조원에 가까운 자금이 빠져나갈 수 있다. 만약 두산이 소송에 이기고 두산인프라코어를 1조원 이상에 팔면 단순 계산상 총 3조5000억원이 마련된다. 채권단 자구안의 이행 완료다. 반대로 소송에서 지면 ‘캐시카우’인 두산밥캣마저 내놔야 할 수 있다. 두산그룹은 현재로선 “밥캣 매각을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두산그룹이 자구안에 속도를 내다가 역설적으로 성장동력을 잃을 수도 있다고 우려한다. 과거 현대그룹, 한진그룹 등도 주력 계열사 매각을 추진했다가 경쟁력을 잃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두산은 이 같은 함정에 빠지지 않기 위해 재무개선뿐 아니라 사업구조 개편과 미래 성장동력 확보도 동시에 추진할 계획이다.

안재광/최만수/김채연 기자 ahnj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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