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 10000% 이자 준다고?…투기판으로 변질된 '수상한 코인 대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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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20-09-06 07:00   수정 2020-09-06 15:48

연 10000% 이자 준다고?…투기판으로 변질된 '수상한 코인 대출'

금리가 0%대로 떨어진 요즘 시대에 적게는 6~7%, 많게는 수 만%까지 이자를 지급한다고 주장하는 곳이 있습니다. 바로 디파이(Defi) 프로젝트들입니다. 디파이란 탈중앙화 금융(Decentralized Finance)의 줄임말로, 가상자산(암호화폐)을 기반으로 한 금융 생태계를 일컫습니다.

이들이 높은 수익율을 보여주자 수많은 투자자들이 뛰어들었고, 이에 가상자산 업계에선 '디파이' 열풍이 거세지고 있습니다. 데이터 분석 업체인 디파이펄스에 따르면 디파이 업체에 예치된 자산 금액은 지난 4일 기준 무려 90억달러(약 10조7000억원)에 달합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쇠락의 길을 걷던 코인들도 잇따라 디파이 진출을 선언하고 있습니다. 디파이와 엮이기만 하면 시세가 뛰는 모습을 보이고 있기 때문입니다. 도대체 디파이가 뭐길래 이렇게 많은 이자를 주겠다고 주장하는 걸까요. 이들의 주장은 정말 사실일까요.
가상자산 대출서비스에서 파생
디파이는 가상자산 기반의 대출서비스로 시작됐습니다. 가상자산 대출은 100% 담보대출로 운영됩니다. 부동산이나 자동차 등을 담보로 현금 대출을 받는 것과 비슷한 방식입니다.

예컨대 이용자가 1비트코인(약 1230만원)을 담보로 예치하면 400만원 정도의 스테이블 코인(가치가 변동하지 않는 코인)을 빌려주는 식입니다. 빌려간 400만원에 이자를 얹어서 갚으면 예치했던 1비트코인을 돌려받을 수 있습니다.

이들이 대출받는 돈은 디파이 플랫폼에 예금된 자금으로부터 나옵니다. 이용자들이 스테이블 코인으로 예금을 하면 디파이 플랫폼은 예금 기간에 따라 이자를 얹어서 돌려줍니다. 이자 역시 스테이블 코인으로 지급됩니다.

마치 시중은행이 예금자의 돈을 받아서 대출이 필요한 사람들에게 빌려준 뒤, 이들에게 받은 이자 중 일부를 다시 예금자들에게 지급하는 것과 동일합니다.

여기까지만 놓고 보자면 디파이라는 대출 시스템에 큰 문제는 없어 보입니다. 그런데 이 모든 시스템이 언제부턴가 '자체 발행 코인'을 기반으로 이뤄지면서 문제가 발생했습니다.
가상자산공개(ICO) 몰락 잊었나…'자체 코인 투기판'으로 변질된 디파이
디파이 프로젝트들은 어느덧 자체 코인을 발행해 해당 코인을 기반으로 대출 시스템을 운영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이렇게 발행된 코인은 플랫폼 활성화를 위한다는 명목으로 마구 뿌려졌습니다.

예컨대 한 디파이 프로젝트가 가상자산 대출 플랫폼을 만들었다고 가정해봅시다. 이 플랫폼은 홍보를 위해 A라는 자체 코인 100만개를 발행하고, 이용자들이 자금을 예치·대출 하면 그 금액에 비례해 일정량의 A코인을 보상으로 매일 지급하기로 했습니다.

그런데 이 A코인이 갑자기 특정 거래소에 상장되더니, 시세가 급등하기 시작합니다. 아무런 가치도 없는 A코인이 갑자기 시장에서 20만원으로 거래됩니다.

한 투자자는 100만원어치의 가상자산을 예치하고나서 지금까지 A코인 10개를 보상받았는데, A코인이 20만원으로 폭등하면서 단 몇 주 만에 원금의 200% 수익을 냈습니다.

다른 투자자는 100만원을 대출한 보상으로 A코인 5개를 받았는데, A코인의 시세 상승 덕에 100만원의 수익이 났습니다. 단지 대출을 받았을 뿐인데 이벤트로 받은 A코인의 시세가 상승해 대출 원금만큼의 수익이 거저 생긴 겁니다.


이런 일이 하나 둘 씩 등장하니 여기저기 소문이 퍼지기 시작했습니다. 이용자들은 A코인을 받기 위해 더 많은 예금을 맡기거나 대출을 일으켰습니다.

이쯤 되니 대출 시스템의 존재 목적 따위는 안중에도 없어졌습니다. 대출한 돈을 다시 예치 하는 사례까지 생겼습니다. 이제 이 플랫폼은 더 많은 A코인을 얻기 위해서만 존재하게 되는 겁니다.

아예 투기 목적으로 A코인을 매수하는 사례까지 나타나고, 이같은 현상은 다시 더 많은 'FOMO(Fear of missing out·기회를 놓치는 것에 대해 두려움을 느낌)' 현상을 일으키며 A코인 시세를 끌어 올렸습니다.


A코인의 성공을 본 디파이 업체들은 너도나도 보상용 코인을 만들어 뿌려댔습니다. 게다가 일부 업체들은 예금 및 이자 지급에 사용되는 스테이블 코인까지 자체 발행하기 시작했습니다. 이 코인을 'B코인'이라고 하겠습니다. 이제 사용자들은 내가 가진 자산을 B코인으로 바꿔서 예금을 해야 하고, 이자도 B코인으로 받게 됐습니다.

'B코인'은 1개당 1달러의 가치를 보증해주는 스테이블 코인입니다. 그런데 그 보증인이 영세한 디파이 업체들입니다. 이들이 가진 담보의 가치가 발행된 B코인의 물량을 뒷받침해주지 못하거나, 업체가 망하면 휴지 조각이 될 수도 있는 겁니다.

심지어 담보도 없이 자체 코인을 발행해 이를 기반으로 디파이 플랫폼을 설계하는 사례까지 생겼습니다. 이런 경우 단 몇 시간만 자금을 예치하더라도 그 사이 시세 변동으로 인해 막대한 타격을 입을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이는 당장 'A코인 얻기'에 몰두하는 투자자들에게 그리 중요한 문제가 아니었습니다. 어차피 디파이 관련 코인은 끊임없이 올랐으니까요. 오히려 코인 시세가 계속 오르다 보니 약정한 것 보다 훨씬 높은 이자 수익을 가져다줬고, 이는 더 많은 사람들이 디파이 플랫폼에 몰리는 계기가 됐습니다.

이 같은 현상이 지금의 '디파이 광풍'입니다. 대부분의 디파이 플랫폼들이 시세 상승이 계속 된다는 전제 하에 만들어졌다보니, 시세 상승이 멈추는 순간 문제가 터질 것은 불 보듯 뻔했습니다.
스시, 김치, 핫도그 코인까지 등장…높은 이자 미끼로 투자자 유혹하고 '매도폭탄'
디파이의 변질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습니다. 언제부턴가 이런 디파이 프로젝트들만 모아서 전문적으로 상장시키는 디파이 전용 탈중앙화 거래소(DEX) 들까지 생기기 시작했습니다.

탈중앙화 거래소는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업비트나 빗썸처럼 중간에서 누군가가 관리를 해주는 거래소가 아닙니다. 호가창이나 유동성공급자(LP)의 개념도 없습니다. 대신 유동성 풀(Pool)과 시스템에 의해서 가격이 자동으로 조절되는 형태입니다.

그런데 아무리 잘 짜여진 시스템이라고 해도, 관리자가 없으니 시세 조작에 상대적으로 취약할 수 밖에 없습니다. 유동성 풀이 감당하지 못할 정도로 매수·매도 주문을 급작스럽게 넣으면 시세를 쉽게 급등락 시킬 수 있습니다.

그러다보니 △디파이 프로젝트를 만들고 보상용 코인을 발행해 △이를 탈 중앙화 거래소에 상장시킨 뒤 △강제로 시세를 상승시켜서 △보상을 노린 투자자들이 디파이 프로젝트에 들어오도록 만들고 △이를 통해 다시 시세를 끌어 올리는 선순환(?) 구조가 만들어 진 겁니다.

최근에는 여기에 한 술 더 떠서 탈중앙화 거래소마저 자체적으로 담보 전용 스테이블 코인을 발행하고, 이 코인에 디파이 형태의 이자·보상 지급 모델을 적용하는 일까지 벌어지고 있습니다. 대출 시스템 대신 담보풀 내 유동성 공급자에 대한 보상 시스템을 적용하지만 작동 원리는 결국 디파이 프로젝트들 흡사합니다. '상승이 멈추는 순간 망하는 구조'가 되는 겁니다.

그렇게 해서 탄생한 거래소들이 소위 'OO스왑' 같은 형태의 이름을 띈 거래소들 입니다. 이들은 이름은 제각각 이지만 대부분 실체가 없고 개발자의 신원 등이 공개되지 않았다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예컨대 최근 등장한 '스시스왑'이라는 거래소는 자체 디파이 코인 '스시(SUSHI)'를 발행해 상장시켰고, 이 코인을 기반으로 한 파격적인 보상을 약속하자 며칠만에 12억달러(약 1조5000억원)의 자금이 몰렸습니다.

이에 스시 코인은 단 3일 만에 5배가 급등했습니다만, 결국 폭락 현상이 나타났습니다. 거품이 꺼지는 와중에 스시 토큰의 발행자가 수백억원어치의 코인 물량을 개인 지갑에 몰래 가지고 있었고, 언제든지 팔 수 있다는 사실이 발각됐기 때문입니다.

이 스시스왑을 코드까지 그대로 베낀 '김치파이낸스'라는 거래소도 나왔습니다. 한국인 투자자들을 끌어들이기 위한 속셈이 보이는 건 기분 탓일까요. 김치파이낸스의 일부 담보풀들은 자금 예치시 최대 1만%가 넘는 복리연이자수익(APY)을 주장했습니다.

이에 이 프로젝트가 발행한 '김치(KIMCHI)' 코인 시세는 거의 0달러 수준에서 시작해 반나절만에 9.89달러(1만1768원) 까지 급등했지만, 하루가 채 지나지 않아 0.52달러(약 618원)까지 주저앉았습니다. 반나절 사이 '열 아홉 토막'이 난 셈입니다.

김치파이낸스의 뒤를 이어 핫도그(Hotdog) 라는 이름의 거래소도 등장했습니다. 핫도그는 디파이 보상으로 무려 100만%의 APY를 제시했습니다. 이 거래소가 발행한 핫도그 코인은 상장 직후 몇 시간만에 6234달러(약741만원)까지 올랐다가 정확하게 3시간만에 0.0026달러(약 3원)까지 추락했습니다. 사실상 전액 손실 처리나 다름 없죠.

찻잔 속 태풍 이지만 '투자 유의'
다행히(?) 디파이 열풍은 아직 찻잔 속의 태풍 수준입니다. 10조원이 넘는 자금이 디파이 시장에 몰렸다고는 하지만 대부분이 해외 자금이고, 코인 전문 투자자들과 기관들의 돈이죠. 탈중앙화 거래소를 기반으로 한 유통 구조와 복잡한 토큰이코노미 등으로 인해 평범한 개인투자자들은 접근조차 하기 어렵습니다.

그런데 최근 이러한 디파이 코인들이 탈중앙화 거래소를 벗어나 일반 거래소에 상장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습니다. 개인투자자들의 주의가 요구되는 이유입니다.

물론, 모든 디파이 프로젝트가 사기는 아닙니다. 2017~2018년의 ICO 열풍을 거쳐 살아남은 가상자산 프로젝트들이 지금 와서 빛을 보고 있는 것 처럼, 분명히 이중에서도 제대로 된 프로젝트들이 존재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옥석가리기가 마무리 되기 전까지 디파이 투자는 언제나 일반적인 코인 투자보다 더욱 높은 리스크를 동반한다는 점을 기억해야 할 것입니다.

특히 △비정상적인 이자 수익을 약속하거나 △토큰이코노미가 시세 변동에 취약한 경우 △프로젝트 구성원의 신원이 불확실한 경우 △보안 문제가 발생한 전력이 있는 경우 △기반이 되는 스테이블 코인의 담보 구조가 취약하거나 다수의 가상자산을 합성한 경우 등은 각별한 주의가 요구됩니다.

김산하 한경닷컴 기자 sanh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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