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인의 종잡을 수 없는 대선주자 발언 종착지는 [홍영식의 정치판]

입력 2020-09-06 13:58   수정 2020-09-06 14:09



“무슨 의미이고 어떤 의도인지 종잡을 수 없다.”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취임 후 잇따라 내놓은 대선·서울시장 후보 관련 발언에 대한 당내 한 중진 의원의 반응이다. 김 위원장은 지난 3일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 “우리가 당을 국민에게 사랑받을 수 있는 형태로 변경함으로써 자연발생적으로 당내에서 대통령 후보가 나올 수 있으리라 확신한다”고 단언했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와의 연대에 대한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이어 “제1야당으로서 서울시장 후보를 내는 것에 대해 더 말할 필요가 없는 상황”이라며 “국민의힘에 들어와서 후보가 되는 게 유리하다고 판단하는 분들이 계시면 우리 당에 입당하시라”고 강조했다.

김 위원장은 초선 의원 띄우기에도 나섰다. 그는 최근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초선 의원들을 만나 내년 4월 예정된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 출마를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취임 100일 기자회견 때 “가급적 새로운 비전을 제시할 인물이 당내에서 나올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이는 그의 과거 발언과 배치되는 측면이 있다. 그가 국민의힘 전신인 미래통합당 ‘4·15 총선’총괄선거대책위원장 시절부터 해 온 대선 주자 관련 발언은 모호하고 모순적이라는 지적을 받았다. 지난 4월 언론 인터뷰에서 “1970년대에 출생하고 비전과 능력을 갖춘 사람이 국가적 지도자로 부상했으면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야권 유력 대선 주자로 꼽히는 홍준표 의원(무소속)과 유승민 전 통합당 의원, 안철수 대표 등에 대해선 “지난 대선에서 검증이 다 끝났다”고 강조했다.

김 위원장의 ‘1970년대생 경제 전문가’ 발언이 있자 김세연(1972년생) 전 통합당 의원과 홍정욱(1970년생) 전 한나라당 의원 등이 그 대상으로 지목되면서 정치권을 달궜다. 그러자 그는 “희망 사항으로 프랑스의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 같은 사람이 나왔으면 좋겠다고 얘기했는데 아무리 눈을 씻고 봐도 그런 (1970년대생 경제 전문가라고 할 만한)사람이 없더라”며 한 발 뺐다. 서울시장 후보로 ‘홍정욱 전 의원 등이 거론되고 있다’는 말에는 “젊기만 하다고 서울시장이 될 수 있다고 보진 않고, 인물만 잘났다고 되는 것도 아니다”고 했다. 외식 사업가이자 방송인인 백종원 씨를 언급해 화제가 되자 “대통령은 국민에게 가장 사랑받는 사람이 돼야 하지 않느냐(는 차원에서), 무심코 얘기했던 것”이라고 물러섰다.

윤석열 검찰총장에 대해서도 속내를 종잡을 수 없는 발언들을 잇달아 내놨다. 김 원장은 “이 정권이 저러다가 진짜 윤 총장을 대권 주자로 만들어 줄 수도 있다”고 했다가 “검찰총장이 무슨 대통령 후보냐, 할 수가 없지 않나. 검찰총장을 그만둔 다음에 어떤 태도를 취하느냐를 봐야 한다”고 했다.

또 “당 밖에 꿈틀거리는 사람이 있다”는 발언으로 김동연 전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대선주자로 부각되자 “여기(국민의힘) 오기 2년 전쯤 만났던 사람들이다. 지금은 접촉하지 않고 있다”고 했다. 그의 ‘당 밖’발언은 최근 ‘당 내 후보론’과도 모순된다.

김 위원장의 이런 태도에 대해 당 내에선 여러 의견이 제기된다. 비대위원장을 맡은 지 100일을 넘기면서 당 운영에 자신감이 붙었다는 것이다. 그가 “밖에 계신 분들이 관심이 있으면 우리 당에 흡수돼서 대통령 후보가 될 수 있는 여건을 만들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한 게 이를 뒷받침 한다.

한 당직자는 “비대위원장 취임 초반 당이 총선 참패 후유증에서 벗어나지 못한 상태에선 외부에 눈을 돌릴 수 밖에 없었다”며 “김 위원장이 ‘당 밖’을 거론한 것은 외부의 충격으로 당 내부를 긴장시키려는 차원”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그러나 당 체제가 정비되고 새로운 초선들의 활약 등에 힘 입어 당이 역동적으로 움직이기 시작하면서 지지율이 오르고 있어 김 위원장이 자신감을 가지게 됐다”며 “안 대표 등 외부 유력 인사를 겨냥해 대선이든, 서울시장이든 뜻이 있으면 국민의힘으로 와라고 하는 것도 이런 자신감이 바탕에 깔려 있다”고 했다.

다른 해석도 있다. 다른 한 고위 당직자는 “대선과 서울시장 후보와 관련해 한마디씩 툭툭 던지며 풀었다, 조였다 하는 것은 여론의 관심을 끌고 민심을 떠보려는 차원”이라고 했다. 당 장악을 위한 특유의 전략이라는 분석도 있다. 초선 의원 서울시장 후보 거론은 김 위원장에 비판적인 일부 영남권 중진의원들을 견제하려는 의도가 있다는 것이다. 기존 주자들에게 긴장감을 불어넣어 더욱 분발하려는 뜻도 담겼다는 게 당내 분석이다. 일종의 메기 전략이다. 당 관계자들은 홍준표 의원과 유승민 전 의원 등 기존 당 안팎 대선 주자들을 야박하게 평가한 것도 이런 차원으로 볼 수 있다고 했다.

홍영식 한경비즈니스 대기자 ysho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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