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PPT 읽기냐"…질 낮은 원격수업에 뿔난 학생들

입력 2020-09-06 16:59   수정 2020-09-07 09:28


“설마 했는데 2학기도 모두 ‘싸강(원격수업)’을 듣게 될 줄은 몰랐어요. PPT만 읽는 수업을 듣느니 차라리 휴학하고 싶네요.”

서울 소재 한 대학에 재학 중인 김나현 씨(23)는 2학기 개강 후 전공선택 과목 수업을 듣고 허탈함을 감추지 못했다. 교수가 올려놓은 영상은 1시간 내내 발표 슬라이드를 읽는 수준에 불과했기 때문이다. 김씨는 “2학기엔 조금 달라질 줄 알았는데 수업 질이 그대로”라고 불만을 드러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재확산으로 대학들이 다시 원격수업 체제로 전환하면서 학생들의 불만이 잇따르고 있다. 1학기에 제기된 수업의 질 논란은 물론 학생들의 부정행위 문제 역시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일부 학생은 수업의 질을 이유로 휴학계를 내고 있다.
2학기에도 여전한 ‘PPT 읽기’ 강의

6일 대학가에 따르면 전국 대학은 지난 1일을 전후로 2학기 개강을 시작했다. 학생들은 1학기와 마찬가지로 모니터 앞에서 2학기 첫 수업을 들어야 했다. 학생들은 “1학기 원격수업 때와 비교해 나아진 점을 거의 찾을 수 없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원격수업의 질과 교수들의 숙련도가 제자리걸음이라는 것이다. 대학생 최현식 씨(21)는 “교수가 첫날부터 원격수업 방 개설조차 하지 못하고 헤매는 탓에 1시간을 노트북 앞에서 대기해야 했다”며 “음성이 한쪽에서만 나오거나 자꾸 잡음이 섞여 수업을 제대로 듣기 힘들었다”고 말했다. 또 다른 대학생 박모씨는 “공업수학 강의인데 교수가 PC 프로그램으로 판서하는 법을 몰라 종이에다 수식을 적고 종이를 카메라에 비추는 식으로 수업하기도 했다”고 했다.

일부 학생 사이에서는 개강하자마자 수업 중 부정행위를 하자는 이야기도 나오고 있다. 의대에 재학 중인 조모씨(25)는 “퀴즈 답을 카톡으로 공유하자는 얘기가 벌써 나도는데 양심에 찔려 동참하고 싶지 않다”며 “나중에 나만 피해를 보는 게 아닌가 두렵다”고 했다.

대학들은 2학기 부정행위 방지, 평가 공정성 제고를 위한 대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지만 아직 명확한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한 사립대 관계자는 “제한적으로 대면시험을 치르도록 하는 것이 가장 좋지만 코로나19 상황을 지켜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또 다른 사립대 관계자는 “원격수업 기간에는 온라인평가를 가급적 지양하도록 교수들에게 권장하고 있다”고 했다.
“등록금 아깝다” 휴학하는 학생들
교육부 조사 결과 전국 대학 332곳 중 144곳(43.4%)이 개강 후 전면 비대면으로 수업을 운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80개 대학(24.1%)은 거리두기 단계에 따라 수업을 운영하고, 69개 대학(20.8%)은 대면과 비대면 수업을 병행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전면 비대면 수업으로 운영하는 대학 중 59곳은 9월 2주까지 비대면 수업을 하고, 22곳은 추석연휴까지, 15곳은 9월 3주까지 비대면 수업을 유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원격수업 기간이 길어지면서 학생들은 2학기에도 등록금을 반환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알바몬이 최근 대학생 2555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대학생 중 91.2%는 온라인 강의 시 2학기 등록금이 줄어야 한다고 답변한 것으로 나타났다. 2학기 등록금 감액 이유로는 ‘비대면 강의로 인한 수업 질 하락’(64.2%, 복수응답)을 가장 많이 꼽았다.

일부 대학생은 2학기를 포기하고 휴학을 택하고 있다. 대학생 이모씨(20)는 “동영상 강의만 보느니 자기계발을 하는 편이 낫다고 생각해 휴학계를 냈다”며 “1학기 내내 동기 얼굴을 볼 수 없어 새내기배움터를 다시 가야 할 판”이라고 말했다. 학원가 역시 반수생을 대상으로 한 강의가 꽉 찬 상태다. 종로학원 관계자는 “예년과 비교해 반수생 등록자 수가 확연히 늘어났다”고 밝혔다.

학생들이 휴학하는 원인으로는 수업의 질에 대한 불만이 가장 컸다. 알바천국이 지난달 대학생 2903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휴학하는 이유(복수응답)로 ‘수업의 질 하락’이 37.9%, ‘등록금 액수에 대한 불만’이 28.1%로 집계됐다. ‘휴학을 확정했다’는 응답은 16.8%, ‘고민 중’이라는 답변은 25.7%로 나타났다.

배태웅 기자 btu104@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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