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뜻한 감성으로 포착한 일상 속 슬픔

입력 2020-09-07 17:40   수정 2020-09-08 00:52

여행 산문집 3부작으로 베스트셀러 작가 반열에 오른 이병률 시인이 여섯 번째 시집 《이별이 오늘 만나자고 한다》(문학동네)를 냈다.

이 시인은 3년 만에 내놓은 이번 신작 시집에서 이발소, 전철, 장례식장, 서점, 음식점 등 그가 일상 공간에서 목격하고 발견한 슬픔들을 자신만의 시어로 다양하게 펼쳐낸다. 대표적인 시가 ‘미용사가 자른 것’이다. 미용사가 손님의 머리카락을 자르며 느낀 눈물 속 슬픔을 시로 포착해냈다. 시인은 이렇듯 잠시 스쳐 지나가는 인연들에서 시선을 떼지 않으며 특정 공간과 장면에서 찾아내거나 떠올린 ‘슬픔’의 감정을 따뜻한 감성의 시어로 가시화한다.

시 속 공간에서 시인이 바라보는 사람은 비단 주위 사람들만이 아니다. ‘바닷가에서’란 시에선 ‘한 번도 본 적 없는 사람’을, ‘애인’이란 시에선 ‘나와는 상관없는 사람’을 이야기한다. ‘눈물이 핑 도는 아주 조용한 박자’란 시에선 “당신을 보려는데 당신이 보이지 않을 때”라는 대목을 통해, ‘닮은 사람 하나가 어디 산다는 말이 있다’에선 “나를 마주치기 위해/아주 다르게 하고 오기로 한다”고 말하며 그가 보고자 하는 슬픔의 대상이 자기 자신일 때도 있음을 알려준다.

이 시인은 “시집 전체를 아우르는 이별의 아픔이 ‘나’를 성숙하게 해주는 지점이며 사랑이야말로 이별의 아픔이 전제됐을 때 보다 깊은 의미를 지닌다”고 말한다. ‘여행’이란 시에서 “다만 다음 생에/다시 찾아오고 싶을 때를 대비해/꼭꼭 눌러 그 자리를 새기고 돌아가기를”이란 시구는 좌절 대신 누군가와 반드시 만나게 될 미래를 철저하게 준비하는 태도를 보여준다.

은정진 기자 silve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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