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서기 2000년 꿈을 이루는 미래

입력 2020-09-07 17:15   수정 2020-09-08 00:12

‘백 투 더 퓨처(Back to the future).’ 과거와 미래가 절묘하게 묶여 상상력을 자극하는 말이다. 그저 30여 년 지난 영화 제목 정도로 기억하기에는 그 안에 담긴 의미가 심오하다. 영화 역시 흥미로운 장면으로 가득 차 있다. 등장인물들의 일상에는 기발한 소품이 즐비하다. 증강현실(AR) 기기를 닮은 주인공의 고글뿐만 아니라 지문인식, 드론의 등장은 요즘 우리의 모습과 별반 다를 바 없다.

사실, 상상력의 진정한 끝판왕은 한국에 있다. 몇 년 전 이정문 화백의 1965년작(作) ‘서기 2000년대의 생활의 이모저모’를 보고 놀라움을 감출 수 없었다. 전기자동차, 원격진료, 태양광 주택 등 지금 우리의 삶이 한 컷 만화 속에 고스란히 담겨 있다. 스마트폰과 똑 닮은 ‘TV전화기’는 프로레슬링을 마음껏 보고 싶은 개인적 소망과 군인들이 길거리에서 사용하는 무전기가 만나 탄생했다고 한다. 자유로운 상상의 조합이 반세기 너머의 현실을 정확하게 그렸다. 지금이라도 ‘백 투 더 퓨처’의 감독이 이 화백 그림을 본다면 찬사를 아끼지 않을 것이라 확신한다.

최근 사내에서 ‘공상과 상상’을 주제로 공모전을 진행했다. 엉뚱한 발상에 소리 내어 웃기도 하고,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보며 고개를 끄덕이기도 했다. 돌이켜보면 은행은 상상력에 인색한 경향이 있다. 리스크 관리를 우선시해야 하는 업(業)의 특성상 자연스럽게 형성된 문화일 것이다.

물론 기본과 원칙은 중요하다. 고객의 자산을 지키고 함께 성장해야 한다는 당위성에 이견이 있을 리 없다. 하지만 디지털 확산으로 ‘금융’의 영역이 한없이 넓어지며, 생존에 필요한 역량도 바뀌었다. 검증된 성공 방식이 앞으로의 성과를 보장할 수 없다. 한계를 단정 짓지 않고 생각을 펼치는 인문학적 상상력이 절실히 필요하다.

여기 미래에 대한 또 다른 이야기가 있다. ‘우리는 기다려요, 다가오는 서기 2000년은 모든 꿈이 이뤄지는 해~.’ 가수 민해경 씨가 1982년 발표한 ‘서기 2000년’이라는 가요의 마지막 구절이다. 약속이나 한 듯, 이 화백의 작품과 같은 해를 노래한다. 만화 속 사람들이 이 노래를 부르는 모습을 떠올려 보니 나름대로 그럴싸하다. 그림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원격 진료로 울상인 한 명을 제외하면) 누구 하나 슬프거나 힘들어 보이지 않는다. 다음 세기를 향한 염원은 당시 시대상과 대비돼 오히려 더 밝고 희망차다. 우리가 그려야 하는 미래의 결론은 첨단기술이 아닌 ‘모든 꿈을 이루는 것’임을 깨닫는다.

대한민국 금융의 상상력도 반드시 그러해야 한다. 금융인의 한 사람으로서 큰 책임감을 느낀다. 기술 진보를 통해 놀라운 경험을 만들고, 우리의 성과가 모두의 꿈으로 이어지는 미래를 그려본다. 더 많은 ‘상상’을 모으기 위한 고민도 함께 깊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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