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 '왕실 비판' 카슈끄지 암살 일당에 대거 감형

입력 2020-09-08 11:04   수정 2020-12-07 00:02



사우디아라비아 법원이 사우디 왕실에 비판적이었던 언론인 자말 카슈끄지를 살해한 혐의를 받는 피고인 8명에게 징역 7~20년형을 확정했다. 작년 1심에선 5명이 사형선고를 받았으나 이를 뒤집고 최종판결을 내렸다.

7일(현지시간) 알자지라에 따르면 사우디 국영방송은 이날 카슈끄지 살해 사건에 관련해 기소된 이 중 유죄 판결을 받은 8명 중 5명에게 징역 20년형이 확정됐다고 보도했다. 나머지 셋 중 한 명은 10년형, 두 명은 7년형이 확정됐다. 각 피고인의 신원은 공개되지 않았다.

기존 사형이 선고됐던 다섯명은 앞서 카슈끄지의 유족들이 법원에 종교적 관용을 베풀어 사형을 집행하지 말라고 탄원한 이후 징역형으로 감형을 받았다.
"선처 요구? 당국이 유족 압박했을 것"
이번 판결을 두고 사우디 안팎에선 '꼬리 자르기', '봐주기'식 결정이라는 비판과 의혹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미국 워싱턴 DC 소재 아랍센터의 칼릴 자흐산 센터장은 "사우디 당국이 카슈끄지 유족을 압박해 선처 요구를 이끌어냈을 가능성이 높다"며 "카슈끄지 유족을 알고 있는데, 그들이 자발적으로 살해범들을 선처해달라고 법원에 요청했을 리는 없다"고 지적했다.

카슈끄지가 살해된 곳인 터키에서도 비슷한 지적이 나왔다. 터키 대통령실의 파흐레틴 알툰 언론청장은 트위터를 통해 "사우디 법원의 최종 판결은 터키 정부와 국제 사회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했다"며 "카슈끄지에게 무슨 일이 일어났고, 누가 살해를 지시했는지 등은 밝혀지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카슈끄지는 미국 영주권을 가진 언론인으로 워싱턴포스트 등에 사우디 왕실 문제를 비판하는 칼럼을 기고하다 2018년 10월 터키 이스탄불 주재 사우디 총영사관에서 살해됐다. 시신은 발견되지 않았다. 이후 유엔 특별보고관 등을 통해 사우디 요원 10여명이 카슈끄지 살해 준비와 시신 처리 등을 논의하는 음성 녹음 필사본이 공개됐다.
유엔 등 '왕세자가 배후' 파악했지만 미적지근

지난해 유엔은 카슈끄지 살해 사건 배후로 사우디 실세인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를 직접 지목했다. 6개월간 살해 사건 발생지인 터키를 찾아 현장 조사를 벌인 특별보고관은 카슈끄지 살해 사건이 많은 전문 인력과 자원을 들여 정교하게 이뤄졌다며 100페이지 분량 보고서를 발표했다.

미국 정보당국도 빈 살만 왕세자가 배후에 있다고 파악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상황을 담은 녹음파일에도 빈 살만 왕세자의 보디가드인 마헤르 아불아지즈 알무트렙 등 빈 살만 왕세자의 측근들 목소리가 담겼다.

그러나 빈 살만 왕세자 측근들은 작년 1심부터 증거 불충분을 근거로 석방되거나 무죄를 선고받았다. 유엔 특별조사관이 조사가 필요하다고 지목한 사우드 알 카흐타니 전 사우디 왕실자문 등은 아예 기소도 되지 않았다. 당시 유엔 특별조사관은 "사우디 법원은 애초에 배후를 밝힐 의지가 없다"며 "청부업자 몇명만 처벌하고 말 심산인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같은 주장에도 불구하고 유엔과 미국 등 세계 주요국들은 미적지근한 반응을 보였다. 석유를 기반으로 대규모 자금을 움직이는 사우디의 실권자와 대놓고 척을 질 수가 없다는 이유에서다. 사우디는 세계 원유 최대 수출국이자 무기 최대 수입국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앞서 카슈끄지 살해 사건을 두고 “용납할 수 없는 끔찍한 범죄”라면서도 “미국은 사우디의 확고부동한 파트너”라는 입장을 고수했다. 빈 살만 왕세자 배후설에 대한 질문을 받고는 "정보당국이 이미 들여다본 일이다"는 정도로 추가 언급을 피했다.

선한결 기자 alway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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