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마켓인사이트] 450조 국내 자산에 ESG를?...책임투자 가속화하는 국민연금

입력 2020-09-08 15:24   수정 2020-09-08 15:26

≪이 기사는 09월08일(13:44) 자본시장의 혜안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국민연금이 450조원에 달하는 국내 주식 및 채권 투자 결정에 ESG(환경·사회·지배구조)를 적용하기 위한 기초작업에 들어갔다. 수익률 등 재무적 요소만이 아닌 소위 환경이나 지배구조 측면에서 '착한 기업'인지를 투자에 고려하겠다는 생각이다. 술, 담배, 도박을 비롯 석탄발전 등 환경론자들로부터 비판 받는 분야에 대한 국민연금의 투자가 중단될 가능성이 점쳐진다.

◆ESG평가 통해 주식 채권투자 결정

8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국민연금은 최근 국내 주식 및 채권 투자에 ESG관점을 적용하기 위한 관련 평가체제 구축을 위한 용역 과제를 발주했다. 국민연금의 국내주식 신규 종목 편입 및 비중 조정의 기준이 되는 평가체제를 개편(주식)하거나 신설(채권)하고, 주식의 경우 ESG평가 결과를 주주활동으로 연결시키는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 이번 용역의 핵심 목표다.

국민연금은 올해 6월 말 기준 국내 주식에 132조원, 국내채권에 323조 7000억원 등 총 425조 7000억원을 국내 전통자산(주식 및 채권)에 투자하고 있다. 국민연금 전체 운용자산(752조 2000억원)의 59.2%에 달하는 규모다. 이 가운데 책임투자 규모는 작년 말 기준 국내주식에서만 약 32조원으로 전체 자산의 4% 수준이다.

국민연금은 지난 6월 국내주식 위탁운용 전략의 하나인 '책임투자형' 펀드에 적용할 새로운 벤치마크를 산출하기 위해 용역을 발주한 바 있다. 벤치마크는 펀드의 성과를 평가하기 위한 지표임과 동시에 투자 대상을 의미한다. 주식 위탁운용(패시브)에서부터 주식 직접운용(액티브), 채권 운용에까지 ESG 적용 대상을 확대하는 것이다.

이같은 행보는 2019년 11월 국민연금이 마련한 '책임투자 활성화 방안'의 후속조치다. 국내주식 일부에만 머물러 있던 책임투자의 범위를 2023년까지 단계적으로 국내외 주식, 채권으로 넓히고 ESG평가 결과에 따른 네거티브 스크리닝(투자 배제)나 적극적 주주권 행사 등 후속조치와의 연계를 통해 기금의 장기 수익성을 제고할 수 있다는 것이 국민연금의 생각이다.

안효준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장(CIO)은 지난 6월 한 포럼에서 "ESG 종목은 하방압력에 대한 회복력이 좋았다"며 "국민연금을 포함한 기관투자자는 장기투자자로서 리스크 관리 및 수익률 제고를 위해 ESG 요소를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술, 담배, 도박, 석탄산업 '직격탄'

아직 명확한 윤곽이 드러나지 않았지만 ESG요소의 본격 도입은 국내 자본시장의 지형도를 바꿀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국민연금은 앞서 ESG의 주요 평가 지표로 기후변화, 공정경쟁, 이사회 구성과 활동 등 13개 이슈와 52개의 세부평가지표를 제시한 바 있다. 평가체제에 따라 국내 상장기업과 발행 채권이 점수가 매겨지고, 이를 토대로 신규 종목 편입과 투자 비중 조정이 이뤄지는 것이다.

책임투자 활성화 방안에서 투자 제한 대상으로 직접적으로 언급한 언급한 술, 담배, 도박이나 대량살상무기, 석탄발전이나 채굴 관련 종목에 대한 비중이 대폭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국민연금은 하이트진로(술), KT&G(담배), GKL(도박)등 기업의 지분 10% 가량을 보유한 대주주다. 필립모리스나 브리티시아메리카토바코 등 해외의 대표적인 담배 관련주에도 수천억원씩 투자하고 있다.

하지만 국민연금의 'ESG드라이브'에 대한 우려도 만만찮다. 일단 ESG가 유럽을 중심으로 투자의 '대세'로 자리잡고 있긴 하지만 연기금의 장기 수익성 향상으로 이어지는지에 대한 근거가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국민연금은 ESG에 기반한 책임투자의 수익성을 가늠하기 위해 2014년 8월부터 2018년 12월 말까지 ESG 전략에 기반해 포트폴리오를 구성한 '책임투자 가상펀드'를 운용한 바 있다. 4년여간의 운용 성과를 분석한 결과 운용 수익률은 벤치마크 대비 높게 나타났지만 변동성이 커 리스크 문제로 실제 운용에 적용하기 힘들다는 결론을 내렸다.

기금운용의 정부로부터의 독립성이 확보되지 않은 상황에서 ESG를 기업 평가의 핵심 지표로 활용하는 것이 자칫 기업 압박의 수단으로 변질될 수 있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개별 기업이나 산업의 특수성을 고려하지 않은 채 일률적 잣대로 투자 및 주주활동이 이뤄지게 될 경우 기업 경영에도 타격이 가해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한 공제회 CIO는 "여전히 ESG투자가 개별 기업의 실적이나 연기금의 장기 수익성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의견이 갈린다"며 "고갈이 예고된 국민연금이 지나치게 ESG에 매몰되는 것은 위험할 수 있다"고 말했다.

황정환 기자 j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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