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여름에 쉬는 남자 200만…"올겨울이 위험하다" [신현보의 딥데이터]

입력 2020-09-12 10:59   수정 2020-10-06 03:33



비경제활동인구 중 '쉬었음' 인구가 이례적으로 2년 연속으로 '고용 성수기'인 한여름에 사상 최대치를 경신했다. 야외 일감이 그만큼 사라졌다는 의미다. "저소득층 중장년층 고용악화가 본격화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쉬었음 인구는 일할 능력은 있지만 별다른 이유 없이 쉬고 있는 비경제활동인구로 잠재적 실업자로 간주된다. 통상 쉬었음 인구는 건설 경기 등이 하한기에 접어드는 1월에 가파르게 늘었다가 이후 봄·여름에 일감이 늘어나면 확 줄어든다. 대개 겨울철이 다른 계절 보다 쉬는 인구가 30만~50만명 가량 많다. 하지만 최근 3년간 쉬었음 인구는 계절과 무관하게 계속 증가하는 추세다.

특히 지난해에 사상 처음으로 8월 쉬었음 인구가 1월을 추월했고, 올해도 8월이 1월 수치를 넘어 사상최고치를 찍었다. 여름철인데도 겨울철보다 일감이 없다는 얘기다. 최근 2년여 사이에 건설 등에 몰려있는 중장년층 남성들의 계약직, 일용직 일감이 그만큼 날아갔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여기에 최근 숙박 및 음식점까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직격탄을 맞으면서 청년층 일감도 확 줄어든 모양세다.

실제로 최근 쉬었음 인구를 분석해보면 여성보다는 남성이, 연령대별로는 고용안정성이 취약한 50대 이상 중장년층과 20대 청년층의 증가율이 가파르다. 코로나19가 장기화될 것으로 예상되면서 올 겨울 고용 시장 한파는 더 매서워질 전망이다.
봄에 지고 겨울에 오르던 '쉬었음'
2018년부터 계절 무관하게 고공행진

12일 '8월 고용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쉬었음 인구는 246만2000명으로 집계돼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이는 지난 해 같은 달 보다 29만명(13.3%) 증가한 수치다.

통계가 작성된 2003년부터 2017년까지 쉬었음 인구는 2012년 1월 단 한달을 제외하면 200만명 미만을 유지해왔다. 이 통계는 12월부터 2월에 상승하고 4월부터 6월까지가 가장 적은 게 일반적인 패턴이었다. 실제 2017년까지 쉬었음 인구의 월별 평균치를 분석해본 결과, 겨울철이 나머지 계절 보다 평균 20~40만명 가량 많았다.

하지만 이러한 패턴은 2018년부터 깨지기 시작했다. 2018년 1월 200만8000명을 찍은 후 쉬었음 인구는 줄곧 계절성을 무시하고 고공행진 중이다.



성별로 나눠보니, 8월 쉬었다는 남자는 195만명으로 전년 동기 대비 22만8000명, 여자는 51만2000명으로 6만2000명 증가했다.

10대를 제외한 전 연령대에서 가파르게 오르는 중이다. 특히 20대는 전년 동기 대비 24.8% 증가해 가장 큰 상승 폭을 기록했다.
'쉬었음' 文 정부 3년간 42%↑
박근혜 정부 때는 0.2%↓
쉰다는 인구는 최근 2~3년간 계절적 요인과 무관하게 증가하고 있다. 문재인 정부 들어 최저임금 급등과 건설 경기 위축, 비정규직 정규직화 등 일련의 정책 영향으로 건설 일용직 일감들이 줄어든 영향으로 해석된다. 8월 기준 최근 3년간 쉬었음 인구는 173만2000명에서 246만2000명으로 42.1% 증가했다. 이전 정부와 비교해도 이 같은 양상은 뚜렷하다. 박근혜 정부 초기 3년간인 2013~2015년엔 같은달 기준으로 151만5000명에서 151만2000명으로 0.2% 감소했다.



연령대별로 봐도 문재인 정부에서는 전 연령층이 모두 상승한 반면, 박근혜 정부에서는 60세 이상을 제외한 나머지는 모두 하락해 대조적인 모습을 보였다. 문재인 정부 3년간 10대는 10.7%, 20대 64.3%, 30대 51.8%, 40대 62.9%, 50대 25%, 60세 이상은 36.2% 상승하며 20대 상승폭이 가장 컸다. 박근혜 정부 당시에는 60세 이상만 32.4% 오르고 10대는 67.9%, 20대 23%, 30개 9.4%, 40대 14.2%, 50대 1.4% 내렸다. 60대 이상 쉰 인구는 두 정부 내내 오르며 8월 기준 7년간 117%나 올랐다.
올 겨울 '쉬었음' 인구 악화 불가피…
"취약 계층 타격 심각해진다"

본격적인 고용 동한기인 겨울에는 쉬었음 인구가 더 악화될 것으로 예측된다. 코로나19 장기화로 인해 고용이 불안정한 저소득층에 대한 추가 타격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이번 고용지표에서도 상용근로자는 전년 동월 대비 2% 증가했지만 임시근로자와 일용근로자는 각각 6.5%, 5.5% 줄었다. 고용원 있는 자영업자는 같은 기간 동안 1.6% 늘고 고용원 없는 자영업자는 11.2% 줄어들면서 아르바이트생도 급감한 것으로 여겨진다. 주당 시간대별 취업자를 봐도 정규직에 해당하는 36시간 이상 취업자는 18.8% 오르고 일용직이나 임시직에 해당하는 36시간 미만 취업자는 35.8%나 폭락했다.



이들 취업자가 대거 포진한 산업별 취업자 수를 들여다 본 결과, 제조업 취업자는 2013년 8월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고, 숙박·음식점업은 8월 기준 2014년 이후 최악으로 확인됐다. 건설업은 전년 동기 대비 0.3%, 통상 여름에 취업자수가 늘어나던 농·임·어업도 전년 대비 3% 하락하면서 2개월 연속 감소했다.

최근 연령층별로 골고루 취업자 수가 감소세인 이유는 제조업과 건설업, 농·임·어업에서 대다수 종사자인 중장년층이, 숙박 및 음식업종에서는 대부분을 차지하는 청년층 취업자 수가 떨어졌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이중 계절에 따라 등락이 심한 건설업과 농·임·어업은 전체 취업자 수의 14% 가량을 차지해 향후 고용 시장 불안이 가중될 것으로 보인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코로나19 장기화로 불경기가 계속되면, 취약 계층의 경제적 타격은 훨씬 더 심각해질 가능성이 높다"며 하반기 고용시장 전망이 더 어둡다고 내다봤다.

신현보 한경닷컴 기자 greaterfoo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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