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년전 사라진 제도 '월차'…기본급으로 달라는 완성차 노조

입력 2020-09-09 17:12   수정 2020-09-10 08:52


지난달 27일 현대자동차 울산공장에 마련된 2020년 노사 임금·단체협상 영상교섭장. 노동조합이 “월차휴가 일부는 기본급에 넣어 달라”고 요구했다. 회사 측은 “법적으로 존재하지 않는 월차를 다른 방식으로 보상할 수는 없다”고 맞섰다. 회사 얘기대로 월차는 현행법상 근거가 없다. 2003년 주 5일제가 시행됨에 따라 사라진 제도다. 현대차는 그러나 17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월차 제도를 유지하고 있다. 법보다 우선이라는 단체협약에 아직 이 조항이 남아 있기 때문이다. 노조가 난데없이 월차 기본급 전환을 요구한 배경이다.

현대차 직원 1년에 연월차만 40일
주 6일제였던 2003년까지는 근로기준법에 따라 유급휴가인 월차와 연차가 따로 있었다. 월차는 한 달에 하루씩 연간 12일이 주어졌고, 연차는 기본 10일에 더해 1년마다 하루씩 추가됐다. 입사 1년차부터 22일의 기본 유급휴가를 제공하고 근속연수에 따라 휴가가 늘어나는 구조였다.

정부는 2003년 주 5일제를 도입하면서 토요일을 유급휴일로 하는 대신 월차를 폐지했다. 대부분의 회사는 현재 연차제도만 운영하고 있다. 기본 15일에 2년마다 하루씩 추가되며, 한도는 25일이다. 근로자가 바쁜 업무로 주어진 연차를 일정 수준 이상 사용하지 못하면 통상임금의 일정 금액 이상을 연차수당으로 보상하고 있다.

현대차 노조는 그러나 기존 단협에 월차가 있는 만큼 법이 바뀌었다고 월차를 없앨 필요가 없다는 입장을 유지해왔다. 회사도 어쩔 수 없이 받아들였다. 근로자 권익과 관련해선 법이 최소한의 기준이며, 단협은 그 이상을 제공하는 것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현대차 노조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조합원 1인당 평균 연월차는 40일에 달한다. 월차 12일에다 연차 10일(기본), 여기에 추가 연차 18일(평균 근속연수 18년·한도 없음)이 더해진 결과다. 1년에 평균 40일을 유급휴가로 보낼 수 있다는 얘기다. 여름휴가 5일은 별도다. 한 현대차 직원은 “법정공휴일을 고려하면 연월차를 한도까지 모두 쓰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노조가 월차 일부를 연차로 바꾸고, 일부는 기본급화 해달라고 요구한 이유다.
금속노조 소속은 여전히 월차 존재
현대차뿐만 아니다. 기아자동차 한국GM 등 다른 완성차 회사도 같은 제도를 유지하고 있다. 회사로서는 수천억원의 추가 인건비 부담을 안고 가야 한다. 연월차를 일정 수준 이상 쓰지 않은 직원에게는 남은 연월차 일수에 통상임금의 150%에 해당하는 수당을 지급해야 하기 때문이다.

작년 기준 평균 연봉이 9600만원에 이르는 현대차 직원들은 연월차수당으로만 1년에 평균 500만원가량 더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체 노조원 수(5만 명)를 고려하면 2500억원 안팎의 추가 비용이 발생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월차제도는 일부 제철회사, 중공업회사에도 남아 있다. 노동계 관계자는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금속노조에 소속된 노조가 있는 회사는 대부분 월차제도가 있다”고 말했다. 금속노조는 모범단협으로 월차와 연차를 각각 따로 제시하고 있다.

월차제도를 폐지한 완성차업체도 있다. 2009년 위기를 겪은 뒤 민주노총에서 탈퇴한 쌍용자동차다. 쌍용차는 2010년 노사 합의로 월차를 없앴다. 경제계 관계자는 “주 52시간제 시행으로 근로시간이 단축된 상황에서 17년 전 제도를 아직도 그대로 운영하는 것은 비합리적”이라며 “노조도 일부 양보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일규/도병욱 기자 black0419@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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