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가 앞당겼다, 렌터카 100만 시대

입력 2020-09-09 17:19   수정 2020-09-10 02:20

지난해 대기업 계열사에 입사한 A씨(31)는 최근 현대자동차의 신형 그랜저를 장기 렌터카로 계약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재확산으로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것이 껄끄러워졌지만 차를 구매할 만한 ‘목돈’은 없었다. A씨는 차를 사는 대신 ‘빌리기’로 했다. 4년 뒤 반납 조건으로 월 60만원, 총 2880만원에 그랜저를 빌렸다. A씨는 “주변에도 비싼 수입차를 저렴하게 경험하기 위해 장기 렌트하는 지인이 적지 않다”고 했다.

렌터카 100만 대 시대가 열렸다. 코로나19가 개인 이용자 증가세를 이끌며 오히려 시장을 키웠다. 위생에 민감해진 소비자들이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대신 ‘준(準)소유’ 개념의 장기 렌터카에 몰린 영향이다.

선방 넘어 성장
9일 한국렌터카사업조합연합회에 따르면 지난 7월 말 국내에서 렌터카로 등록된 차량이 101만 대를 기록했다. 지난해 말 96만 대에서 7개월 만에 5만 대가량 늘면서 처음으로 100만 대를 넘었다. 코로나19로 해외여행객이 급감하면서 관광지 또는 공항 근처에서 사용되는 단기 렌터카 수요가 절반 가까이 준 가운데 예상 밖의 ‘깜짝 성장’을 한 것이다. 업계에서는 연내 110만 대를 돌파할 것으로 보고 있다.

국내 렌터카 시장의 성장은 해외와 비교해도 이례적이다. 세계 2위 렌터카업체인 미국 허츠는 5월 파산보호를 신청했다. 미국 3위 렌터카업체 에이비스도 보유 차량 3만5000대를 처분하고, 올해 미국에 들여오기로 했던 렌터카 주문의 80%를 취소했다.

반면 국내에선 코로나19로 개인이 대중교통 이용을 꺼리면서 출퇴근용으로 월 단위 렌터카와 1년 이상 장기 렌터카 수요가 크게 늘었다. 업계 관계자는 “하루 단위로 계약하는 단기 렌터카에 집중된 미국 시장과 달리 한국은 1년 이상 장기 렌터카가 전체의 90% 이상을 차지한다”고 말했다. ‘장기 렌트’가 할부·리스와 함께 신차 구매의 한 방법으로 자리잡았다는 설명이다. 장기 렌터카는 세금 및 보험료가 월 렌털비에 포함돼 사회초년생이거나 차 사고 이력이 있어 보험료가 높게 책정되는 소비자에게 인기가 많다. 할부와 달리 취득·등록세와 보험료를 한꺼번에 납부하지 않아도 돼 초기 비용이 적게 드는 것도 장점이다.

장기 렌터카 호조에 힘입어 업체들의 매출도 늘어났다. 올 1~6월 롯데렌탈의 매출은 1조1079억원으로 작년 같은 기간(1조127억원)에 비해 10%가량 증가했다. SK렌터카도 올 2분기 누적 매출 7414억원을 기록해 작년 동기보다 약 250억원 늘었다.
“개인 고객 잡는 기업이 승자”
장기 렌터카 시장에서 개인 고객의 위상도 빠르게 올라가고 있다. 롯데렌탈에 따르면 5년 전까지만 해도 20%대에 불과했던 개인 고객 비중은 7월 기준 절반 수준인 48%까지 높아졌다. SK렌터카도 2~7월 개인을 대상으로 한 장기 렌터카 신규 계약 건수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 이상 늘어났다.

업체 간 경쟁도 더욱 치열해지고 있다. 법인 고객은 이미 포화상태인 탓에 시장점유율을 확대하려면 개인 고객을 확보해야 하기 때문이다. 국내 2위 업체인 SK렌터카는 SK네트웍스의 AJ렌터카를 인수한 뒤 공격적인 마케팅에 나섰다. 인원·용도 등을 토대로 인공지능(AI)이 차량을 추천해주고 차량 내부를 가상현실(VR) 시스템으로 미리 볼 수 있는 서비스가 대표적이다. 롯데렌탈은 견적부터 계약까지 전 과정을 온라인으로 처리할 수 있는 서비스를 내놨다.

업계 관계자는 “차를 휴대폰처럼 1~3년마다 바꾸며 다양한 차종을 경험하고 싶어 하는 소비자가 늘어나 장기 렌터카 시장은 더욱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선아 기자 sun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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