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기 신도시發 '수도권 전세 대란'

입력 2020-09-09 17:34   수정 2020-09-25 16:06


3기 신도시가 들어서는 경기 하남, 남양주 등의 전셋값이 급등하고 있다. 내년 7월 시작되는 사전청약을 노리고 이들 지역으로 이주하는 수요가 늘고 있기 때문이다. 수도권 전세 품귀 현상이 더 심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9일 부동산 정보업체 경제만랩에 따르면 하남(교산지구 포함) 아파트 3.3㎡당 평균 전셋값은 지난달 1473만원으로 1년 전에 비해 30.9% 상승했다. 이 기간 전국에서 가장 많이 올랐다.

하남시 선동 미사강변센트리버 전용면적 84㎡는 작년 8월 3억6000만원(13층)에 전세 거래됐던 것이 지난달에는 6억6500만원(18층)에 전세계약서를 썼다. 상승률이 84.7%에 달했다. 지난 1년간 남양주(왕숙)가 12.0% 뛴 것을 비롯해 △고양(창릉) 4.4% △부천(대장) 3.6% △인천(계양) 3.0% 등 다른 3기 신도시도 강세였다. KB부동산 리브온에 따르면 지난달 전셋값 상승률은 하남 11.04%, 남양주 8.80%, 고양 2.37% 등이었다.

3기 신도시는 주택을 분양하는 시·군에서 1년(투기과열지구인 하남 교산지구는 2년) 이상 거주한 무주택자에게 전체 물량의 30%를 우선 공급한다. 이들 지역으로 이사 가면 당첨 확률이 높아진다는 얘기다. 서울 등 다른 수도권 지역에서도 전·월세를 살면서 우선 배정되지 않은 물량에 청약할 수 있다. 3기 신도시가 젊은 층의 ‘패닉 바잉(공황구매)’ 현상은 어느 정도 잠재우겠지만, 사전청약을 노리는 예비 청약자가 늘어날수록 전·월세 수요도 증가할 수밖에 없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3기 신도시 수요가 지난 7월 31일 전·월세상한제와 계약갱신청구권제 시행으로 불붙은 수도권 전세난을 가중시키고 있다”고 말했다.
하남 전셋값, 5개월새 2.5억 급등…전세매물 품귀 경기도로 확산
3기 신도시 사전청약이 수도권 전세난에 '기름' 부을 듯
3기 신도시 사전청약이 30대의 ‘패닉바잉(공황구매)’을 잠재우는 데에는 어느 정도 효과가 있겠지만 당장 불붙은 수도권 전세난에 기름을 부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서울을 포함한 수도권 지역 전셋값은 지난 7월 31일 전·월세상한제와 계약갱신청구권제 등 새 임대차보호법 시행 이후 가파르게 오르고 있다. 전세 매물 품귀 현상도 서울에서 경기도로 확산되고 있다. 여기에 3기 신도시를 노리고 임대차 시장에 머무는 무주택자가 늘어나면 전세난이 가중될 수 있다는 얘기다.

불붙은 3기 신도시 전셋값
9일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경기 하남 선동 ‘미사강변 더샵리버포레’ 전용면적 90㎡는 지난달 11일 7억5000만원에 전세 계약되며 신고가를 경신했다. 이 주택형은 지난 3월만 하더라도 전세 실거래가가 5억원이었다. 인근 망월동 ‘미사강변 도시서희스타힐스8단지’ 전용 84㎡는 올해 초 4억원 정도에 전세 계약을 맺었는데 지난달에는 전셋값이 5억5000만원으로 뛰었다.

창릉지구가 들어설 경기 고양과 왕숙지구가 포함된 남양주도 전셋값 오름세가 뚜렷하다. 고양 향동동 ‘DMC 중흥S클래스 더센트럴’ 전용 59㎡는 지난달 8일 4억9000만원에 전세입자를 찾았다. 7월 4억원대에 처음 진입한 뒤 5억원 돌파를 앞두고 있다. 남양주 퇴계원읍 ‘성원상떼빌’ 전용 84㎡는 지난 2일 보증금 3억원에 전세 거래되며 신고가를 기록했다. 이 주택형은 지난해 말까지만 해도 평균 2억원에 전세 거래됐다.

3기 신도시 예정지들의 전세가 상승률이 최근 가팔라지고 있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하남 아파트 전세가격은 6월 말부터 8월 말까지 두 달간 6.03% 상승했다. 남양주 아파트 전셋값도 같은 기간 3.51% 뛰었다. 이들 지역은 전세 매물도 동이 나고 있다. 부동산 빅데이터업체 아실에 따르면 하남 전세 매물은 이 기간 25.4% 감소했다. 하남시 덕풍동 J공인 관계자는 “지난 ‘8·4 대책’에서 용적률 상향 등 3기 신도시 계획이 구체화된 이후 전세 매물이 동이 나기 시작했다”며 “사전청약 일정까지 나오면서 매물이 아예 자취를 감추고 있다”고 말했다.
수도권 전세난 가중 우려
3기 신도시가 예정된 곳의 전세가가 상승하는 건 청약 거주지 요건을 맞추려는 실거주 수요가 많아진 영향이다. 경기권 택지개발지구에서 분양하는 아파트는 해당 시·군 1년(투기과열지구 2년) 이상 거주자에게 30%, 경기 내 6개월(투기과열지구 2년) 이상 거주자에게 20%를 우선 배정하고 나머지 50%는 서울·인천 등 수도권 거주자에게 공급한다.

하남 전셋값이 가장 많이 오르는 건 3기 신도시 중에서 선호도가 높기 때문이다. 국토부가 최근 3기 신도시 분양을 희망하는 12만여 명을 대상으로 지역별 선호도를 설문조사한 결과 하남 교산을 선택한 비율이 20%로 가장 높았다. 하남은 강남 접근성이 뛰어나다. 서울지하철 5호선 연장 하남선 1단계 구간이 지난달 8일 개통하는 등 교통 여건이 계속 개선되고 있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3기 신도시가 촉발한 전세가격 오름세가 수도권 전역으로 퍼질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하고 있다. 3기 신도시 예정지 거주자가 아니더라도 수도권에 살고 있을 경우 무주택자이기만 하면 청약을 노릴 수 있기 때문이다. 정부 계획에 따라 내년 7월부터 3기 신도시 사전청약이 시작되지만, 당첨주택에 입주하려면 준공 때까지 5~6년간 무주택 상태를 유지해야 한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3기 신도시 분양을 노리는 무주택자가 집을 사지 않고 계속 세입자로 남아 있으면 전·월세 가격이 오를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정연일 기자 nei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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