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사이트]라이더 몸값은 뛰는데…배달대행 플랫폼 M&A는 '찬바람'

입력 2020-09-10 09:57  

≪이 기사는 09월09일(07:00) 자본시장의 혜안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한 수혜 업종 중 하나로 배달대행 플랫폼이 꼽힌다. 음식 주문은 물론이고 이커머스에 이르기까지 전방 사업들이 호황을 누리며 주문량도 연일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이같은 성장세를 타고 배달대행 업체도 신규 투자 유치 혹은 경영권 매각을 위해 인수합병 시장에 줄줄이 나서고 있다. 다만 정작 온기가 이어지지 않고 있다는 평가다. 해당 시장의 필요성은 원매자들도 인식하고 있지만 플랫폼으로서의 가치에 대해선 반신반의한 분위기도 감지된다.

9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배달대행 분야 점유율 1위 '생각대로'를 운영 중인 인성데이타는 NH투자증권을 자문사로 선임해 경영권 매각 절차를 진행 중이다. 유사한 서비스를 운영하는 '바로고'도 투자 유치를 두고 후보들과 접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연초 삼정KPMG를 통해 투자유치를 단행해온 부릉(메쉬코리아)도 여전히 시장에선 잠재적인 매물로 인식되고 있다. 업계 1,2,3위 업체 모두 자본시장의 문을 두드리는 구도가 펼쳐진 셈이다.

배달대행업체들은 지역별 라이더를 확보하고 있는 대행사들에 소비자들의 주문을 중개해주는 형식으로 사업구조가 이뤄진다. 생각대로, 바로고가 지역별 배달대행사들과 느슨한 연합체 모델 형태로 사업을 꾸린다면 부릉은 라이더들을 직접 관리하는 형식으로 차별성을 추구하고 있다. 수익 구조도 다소 다르다. 생각대로와 바로고가 라이더를 보유한 대행업체가 먼저 수익을 올리고 일정 수수료를 회사에 지급하는 시스템이라면 부릉은 본사가 수익을 먼저 인식하고 대행사 및 라이더에게 배분하는 방식이다.

다만 아직까진 배달대행사들에 대한 관심도가 M&A로까진 이어지지 않는 분위기다. 인수 혹은 투자를 검토한 관계자들은 공통적으로 플랫폼 내 '라이더 전속성'이 없는 점을 투자 위험 요소로 꼽는다. 플랫폼별 특색이 두드러지지 않다보니 소속된 라이더가 플랫폼에서 떠나지 못하게 하는 유인책(인센티브)이 없다는 지적이다.

한 투자은행 업계 관계자는 “결국 라이더를 모으는 게 전부인 플랫폼인데 정작 전속성이 없어서 플랫폼이 의미가 없다는 우려가 컸다”며 “지금처럼 라이더를 모시기 어려운 호황기엔 가령 경쟁사가 수수료 1000원을 더 주면 다른 플랫폼으로 옮겨가는 게 현실이다보니 적정 기업가치를 책정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고 설명했다.

매각 측은 자체 IT 기술 등을 통해 축적한 빅데이터 활용 능력 등을 자산으로 내세우는 분위기다. 배달 경로를 최적화하거나 한 번 출발시 여러 배달처를 거칠 수 있도록 경로를 짜주는 기술을 통해 라이더 수를 꾸준히 유지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반면 해당 기술의 진입장벽이 높지 않아 상각전영업이익(EBITDA)의 수십배 이상 기업가치를 부여할 만큼 특별하지 않다는 반론도 팽팽하다. 업체들의 주장대로 IT 기술을 통해 배달 효율화를 이뤘다면 배달 수요가 몰리자 고스란히 라이더 몸값 상승으로 이어지는 지금의 시장 구도가 형성되진 않았을 것이란 지적이다.

회사 인수를 검토한 한 PEF(사모펀드) 관계자는 “회사를 뜯어보다보니 내가 이 돈을 주고 뭘 사려는건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유형자산이 있고 없고 문제를 떠나 3개월 후에 해당 업체가 사라지고 신규 업체가 그 자리를 차지해도 전혀 이상하지 않은 플랫폼”이라고 말했다.

이 때문에 각 업체들의 눈높이도 다소 낮아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인성데이타도 거래 초반만 해도 내부적으로 약 6000억원의 기업가치를 자신해온 것으로 알려졌지만 원매자들의 눈높이는 2000억원 미만으로 내려온 상황으로 전해진다. 이마저도 거래 종결 가능성을 두고 의견이 분분하다. 부릉도 연초 삼정KPMG를 통해 투자유치를 한 차례 추진했지만 현재까지도 상시 매물인 거래로 인식되고 있다. 중소업체들 사이에선 자문사를 선임하기보다 직접 나서서 투자유치 진행하는 상황도 목격된다는 후문이다.

회수 측면을 고려해야할 PEF 입장에서는 더더욱 접근하기 까다로운 사업모델로도 꼽힌다. 추후 SI(전략적 투자자) 등으로 매각을 고려해야 하지만 대기업이 직접 회사를 인수해 배달업을 운영할 가능성은 극히 낮다는 평가다. SI 입장에선 소수 지분 투자를 통해 파트너십 정도만 해도 배달망이 유지가 된다. 오히려 노무 문제 등을 고려할 때 간접고용 형태로 여러 업체를 외주화 하는 구도가 정착됐다는 분석이다. 최근 네이버가 인성데이타 측 투자를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어디까지나 소수 지분 투자로 한정하고 있다.

한 스타트업 업계 관계자는 “O2O 비즈니스가 일상화된 미국 등에선 배달노동자들이 개인 사업자 형태로 플랫폼에서 일한다는 데 익숙해져 있지만 우리나라에선 여전히 노사간 문제로 비화할 위험성이 남아 있다”며 “굳이 대기업, 유통업체들이 평판 위험을 안고서까지 직접 해당 산업에 뛰어들 이유는 없어 보인다”고 설명했다.

차준호 기자 chach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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