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첨단제조·헬스케어 혁신 기업과 협업…韓기업, 글로벌 도약 발판 될 것"

입력 2020-09-10 15:19   수정 2020-09-10 15:21


스위스는 세계지식재산기구(WIPO)가 매년 각 국가의 혁신 역량을 평가해 발표하는 ‘세계혁신지수’에서 2011년부터 10년 연속 부동의 1위를 지키고 있는 독보적인 혁신의 메카다. 글로벌 대기업뿐만 아니라 혁신적인 스타트업들이 본사를 설립하거나 유럽 진출을 위해 스위스의 문을 두드리고 있다. 최고 수준의 대학과 연구 협력이 잘돼 있고 여러 기업이 몰려 있어 기술 공유가 수월하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기술의 상업화가 효율적이고 빠르게 진전되는 혁신 생태계를 갖추고 있다. 이 모든 것의 집합체이자 스위스 혁신 생태계의 축소판이라고 불리는 곳이 바로 ‘스위스 이노베이션’이다.

스위스 이노베이션은 학계 및 산업계 전문가들의 연구개발(R&D) 협력을 도모하는 일종의 플랫폼이다. 스위스 연방정부의 승인을 받아 설립 당시 19개 민간 스위스 회사의 지원으로 출범했다. 이후 대학, 민간기업, 정부산하기관 연구소 등 다자간 R&D 협력이 이뤄지는 혁신의 무대가 됐다. 바젤, 취리히, 로잔, 빌리겐, 비엘-비엔 등 다섯 곳에 ‘스위스 이노베이션 파크’를 거점지로 두고 있다.

레이먼드 크론 스위스 이노베이션 최고경영자(CEO)는 “스위스 이노베이션 파크는 대학과 기업의 최신 연구가 시장성을 갖춘 상품과 서비스로 빠르게 발전할 수 있도록 혁신 생태계를 만들고 있다”고 강조했다.

다섯 개의 스위스 이노베이션 파크는 각각의 지역에 있는 대학의 특성 분야, 주변의 강점 산업, 지리적 위치를 반영해 제각기 다른 사업에 특화된 양상을 띤다.
제약·바이오 메카 바젤
바젤은 생명공학으로 탄탄한 입지를 다진 세계적 제약 바이오클러스터로 유명하다. 로슈, 노바티스 등 글로벌 제약기업이 이곳에 본사를 두고 있으며 700여 개 생명공학 기업에서 온 3만3000여 명의 전문가가 모여 있다. 바젤 지역의 바이오산업 연구비 규모만 해도 연간 210억달러에 달한다.

뿐만 아니다. 200여 개 정보통신기술(ICT) 기업과 400여 개 바이오테크(BT) 관련 기업까지 가세해 전 세계 디지털 헬스케어산업의 성지를 이루고 있다고 할 수 있다.

바젤 지역에 있는 스위스 이노베이션 파크는 이런 장점을 바탕으로 기술 개발, 자금 조달, 임상 및 판매에 이르기까지 제약 바이오 사업의 A부터 Z까지가 한 번에 가능한 곳으로 명성이 높다.

한국의 말라리아 진단키트 제조업체 노을도 2019년 스위스 이노베이션 파크 바젤에 입주했다. 최재혁 노을 스위스법인장은 “스위스 이노베이션 파크에서는 다양한 펀딩시스템을 통한 자금 조달 및 세계 최고 기업과의 R&D 협력이 가능하다”며 “유럽 시장을 넘어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는 기회가 무궁무진해 입주했다”고 밝혔다. 스위스 이노베이션 파크 바젤은 올해 ‘노바티스 캠퍼스’ 내에도 거점을 마련해 세계 제약바이오산업의 스타트업 및 유망 기업들을 선별적으로 검토해 입주시킬 계획이다.
로잔, 한 해 스핀오프 기업 30개 배출
로잔 지역의 스위스 이노베이션 파크는 2021년 QS 세계 대학 순위 14위를 차지한 로잔연방공과대(EPFL)를 비롯해 프리부르대 등 인근의 응용과학 대학들을 중심으로 구성돼 있다.

2018년 한 해에만 로잔 지역의 스위스 이노베이션 파크에서 탄생한 스핀오프(spin-off·회사 분할) 기업이 30개가 넘고, 스타트업에 투자된 자본만 20억스위스프랑에 달한다. 200여 개 스타트업이 이 지역의 스위스 이노베이션 파크에 자리를 잡고 있으며, 진행 중인 벤처 프로젝트만 해도 100개에 육박한다는 사실이 그 규모를 가늠하게 한다.

로잔연방공과대는 신경공학, 뇌-컴퓨터 인터페이스, 인공지능 로봇, 스마트 빌딩 등 다양한 첨단 기술 분야에서 강세를 보이고 있다. 일명 ‘사이보그 올림픽’으로 불리는 사이배슬론 경기에서는 2016년 로잔연방공과대에서 시작한 스타트업 트와이스가 개발한 웨어러블 로봇을 입은 하반신 마비 참가자가 수상해 이목을 끈 바 있다.
취리히, 70만㎡에 드론 테스팅 부지
취리히는 ICT, 금융, 나노기술, 항공우주 등 다양한 산업의 클러스터가 밀집한 스위스 최대 도시다. 취리히의 스위스 이노베이션 파크는 QS 세계 대학 순위 6위, 2020년 타임스 세계대학평가에서 13위에 오른 스위스 최고의 과학 교육기관인 취리히연방공과대(ETH)와 응용과학 대학들이 함께 포진해 혁신을 이끌고 있다.

스위스 이노베이션 파크 취리히에는 2023년까지 70만㎡(21만 평)에 달하는 거대 부지에 드론 테스팅을 위한 대규모 이착륙장과 드론 격납고, 실험실 등이 들어설 예정이다. 최근 국내 드론산업이 각종 규제로 난항을 겪고 있는 것과 달리 스위스 이노베이션 파크 취리히에선 관련 기업들이 테스팅 및 실험 공간을 충분히 확보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비엘-비엔, 3D·스마트팩토리 강점
비엘-비엔 지역의 스위스 이노베이션 파크는 첨단제조, 에너지 저장 및 모빌리티, 의학 기술 등의 사업에 중점을 두고 있다. 특히 3차원(3D) 프린팅, 스마트팩토리 등 첨단제조업에서 두각을 나타낸다.

플라스틱과 메탈 소재를 대상으로 하는 대규모 3D 시스템, 프린터, 스캐너 등을 갖추고 있어 소규모 시제품을 빠르게 생산해야 하는 스타트업 및 기업들로부터 각광받고 있다. 또한 인더스트리 4.0 기반의 스마트팩토리 구축을 통해 제조 혁신과 경쟁력 향상을 모색하는 세계 스타트업 및 중소·중견기업이 몰려드는 곳이기도 하다. 작년에는 울산의 스마트 산업도시 전환과 한국 제조업의 스마트팩토리 도입에 대해 UNIST(울산과학기술원)와 자문을 통해 협력한 바 있다.
빌리겐, 2차전지·자율주행 기업 몰려
빌리겐 지역의 스위스 이노베이션 파크 이노바레는 스위스 최대 자연·공학 과학 연구기관인 파울쉐르연구소에 자리잡고 있다. 연료전지, 배터리 등 모빌리티 에너지 기술과 반도체 등 마이크로 및 나노 생산, 그리고 메디컬 이미징과 같은 의학기술 분야에 강점이 있다.

특히 파울쉐르연구소는 에너지 저장과 변환, 소재 및 부품 분석을 위한 대규모 장비를 갖췄다. 연료전지와 배터리 및 중성자-엑스레이 이미징, 경량화 설계가 중요한 자율주행 업계와 활발히 협력하고 있다. 최근 도요타와 전고체전지 관련 연구 분야에서 협력한 게 대표적이다. 한국의 2차전지 관련 기업들과의 협력도 기대를 모으고 있다.

크론 CEO는 “스위스 이노베이션 파크는 유럽에서 사업 확대를 모색하는 기업들에는 전략적인 베이스 캠프가 되고 있다”며 “최근에는 한국 기업들의 관심도 많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스위스무역투자청 한국사무소에 문의해 입주와 관련한 도움을 받을 수 있다.

허란 기자 wh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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