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 칼럼] 安美經中의 함정

입력 2020-09-10 17:50   수정 2020-09-11 00:14

요즘 미국에선 디즈니의 신작 영화 ‘뮬란’이 논란이다. ‘뮬란’ 촬영지가 중국 정부의 위구르족 탄압이 자행되는 신장지역으로 알려지면서다. 디즈니는 엔딩 크레딧에 “(촬영에 협조해준) 투루판 공안국에 감사드린다”는 문구를 넣었는데, 이 때문에 ‘디즈니가 중국의 소수민족 탄압에 일조했다’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일부에선 ‘뮬란 보이콧’까지 벌어지고 있다.

‘뮬란’은 주연배우 류이페이가 홍콩 시위대를 진압한 중국 경찰을 지지했다가 홍역을 치르기도 했다. 중국이 홍콩의 자치를 훼손하는 홍콩보안법을 강행해 미국은 물론 국제 여론이 싸늘해졌는데 이를 무시한 결과다.
美, 중국을 안보 위협으로 지목
‘뮬란’은 총 2억달러(약 2400억원)의 제작비가 투입된 대작이다. 디즈니는 몰입감을 높이기 위해 중국계 배우만 캐스팅해 중국 현지에서 찍었다. 1998년 애니메이션 원작 성공 덕에 ‘뮬란’은 개봉 전부터 관심을 모았다. 하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대대적인 극장 개봉이 힘들어진 데다 ‘반중(反中) 정서’에 부딪히면서 흥행 실패를 걱정해야 할 처지가 됐다.

‘뮬란’은 미·중 갈등 속에서 ‘중국 리스크’가 얼마나 커질 수 있는지 보여주는 한 사례일 뿐이다. 한국 기업들도 이미 중국 리스크에 직면해 있다.

LG유플러스는 중국 통신장비업체 화웨이의 장비를 도입하려다 미 국무부로부터 “믿을 수 있는 공급업체로 옮기길 바란다”는 경고를 받았다. 미국은 화웨이 장비를 도입하려는 영국을 압박해 화웨이에서 떼놓기도 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화웨이에 반도체를 못 팔게 됐다. 미 상무부가 국가안보를 이유로 오는 15일부터 미국 기술이 들어간 제품을 화웨이에 팔 때 사전승인을 받도록 했기 때문이다. 미국의 기술이 들어가지 않은 반도체 제품은 거의 없다. 두 회사가 미국의 방침을 어기고 화웨이에 반도체를 팔았다간 미국의 제재로 글로벌 시장에서 더 큰 손해를 볼 수 있다.

중국에 대한 미국의 압박이 한국 기업에 반사이익을 줄 수도 있다. 한국 반도체산업은 미국이 중국의 ‘반도체 굴기’를 견제하는 덕분에 LCD(액정표시장치)의 전철을 밟지 않고 중국의 맹추격에서 벗어날 가능성이 커졌다.
韓, 中과 '경제 밀착' 위험 커져
삼성전자는 최근 미국 1위 통신사 버라이즌과 8조원 규모의 5세대(5G) 장비 계약을 맺었다. 미국이 화웨이 고사작전을 펴면서 삼성은 미국뿐 아니라 유럽, 아시아 등에서도 도약할 기회를 잡게 됐다.

두산중공업은 미국 뉴스케일에 최소 1조5000억원어치의 소형 원자력발전 기기를 공급할 예정이다. 원전은 기술력뿐 아니라 안보까지 고려되는 만큼 이번 수출은 끈끈한 한·미 관계를 빼고 설명하기 힘들다.

이런 사례들은 한국이 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에 의존해야 한다는 ‘안미경중(安美經中)론’의 함정을 보여준다. 이 전략은 미국과 중국이 사이좋게 지낼 땐 통할 수 있다. 하지만 미국이 중국을 안보 위협 요인으로 지목하고 중국을 뺀 채 미국과 가치를 공유하는 나라들을 묶어 글로벌 공급망을 짜려는 지금 상황에선 설득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한국이 미국과 동맹을 유지하면서 미국이 적으로 간주하는 나라와 경제적으로 가까워지는 건 앞뒤가 맞지 않기 때문이다.

게다가 중국과 경제적으로 더욱 깊게 얽혔다가는 미국은 물론 미국과 가까운 유럽과 아시아 시장 등을 잃을 수 있다. 지금은 중국과의 경제적 밀착에 따른 리스크가 그 어느 때보다 큰 시기다.

hohobo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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