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기 효과' 노리는 중국, 미·중 갈등에도 글로벌 금융사에 문호 넓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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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20-09-11 15:28   수정 2020-09-11 15:35

'메기 효과' 노리는 중국, 미·중 갈등에도 글로벌 금융사에 문호 넓혀


미·중 갈등이 날로 심화되는 가운데서도 미국의 대형 금융회사들이 중국 본토 공략에 더욱 속도를 내고 있다. 빠르게 성장하는 중국 시장을 노리는 금융사들과 자국 금융산업 성숙도를 높이려는 중국 금융당국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진 결과라고 파이낸셜타임스(FT)는 분석했다.
자산운용사 독자 법인 설립 러시
자산운용사들이 최근 활발하게 움직이고 있다. 운용자산 기준 세계 1위(7조3180억달러) 자산운용사인 블랙록은 싱가포르 국부펀드 테마섹, 중국건설은행과 추진해 온 3사 합작 자산운용사 설립 허가를 지난달 23일 받았다. 블랙록은 지분 과반수 이상을 확보했다.


뒤이어 26일에는 2위 자산운용사인 뱅가드가 홍콩에 있던 아시아 본부를 상하이로 이전한다고 발표했다. 뱅가드는 "아시아에서 우리의 전략적 초점은 개인 투자자"라며 중국 본토에서 펀드 사업을 확대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씨티그룹은 지난 2일 미국 은행 중 처음으로 자산운용 면허를 취득했다. 프랑스 최대 자산운용사 아문디도 최근 중국은행(뱅크 오브 차이나)과 합작 설립하는 자산운용사의 지분 절반 이상을 확보했다.

중국은 1978년 개혁·개방을 통해 금융시장을 열었지만, 40년 동안 외국 금융사는 자국 금융사와 합자사를 세우고 지분은 49%까지만 보유하도록 하는 규제를 유지해 왔다. 이 규제를 2018년부터 업종별로 단계적으로 풀어 지난 1월에는 선물업과 보험업, 4월에는 증권업까지 외국 금융사가 단독으로 현지법인을 세울 수 있게 됐다.

중국은 금융업 외에도 대부분 주력 산업에서 외국 자본에 '지분 50% 제한'을 유지해 왔다. 자국 산업을 보호하겠다는 의도다. 선진국 기업들의 요구가 커지자 세계무역기구(WTO) 가입 20주년이 되는 2020년을 전후해 제한을 풀겠다고 공언해 왔다. 금융업은 주요 산업 가운데 가장 규제 철폐 속도가 빠른 편이다.
금융산업 발전 기대하는 중국
딜로이트컨설팅은 경제성장률이 연평균 4%를 유지한다는 가정 아래 2023년 중국의 소매금융(예금, 주식, 펀드 등) 시장 규모가 30조달러(약 3경5500조원)에 달하고, 이 가운데 자산운용사가 굴리는 펀드 자산은 10%가량인 3조달러 규모가 될 것으로 전망했다. 영국을 제치고 세계 2위 펀드 시장이 될 것이란 예상이다.

씨티그룹의 자산관리 계열사 씨티트러스트의 스튜어트 얼드크로프트 아시아 대표는 "중국만큼 시중 자금이 풍부하면서 성장 속도까지 빠른 시장은 지구상에 없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중국이 금융시장을 개방하는 게 단지 미국 등 선진국이 요구하기 때문이라고 오판해선 안된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얼드크로프트 대표는 "중국 금융당국은 외국 금융사들이 중국 시장에서 경쟁을 벌이면서 시장을 발전시켜주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골드만삭스에 따르면 중국 가계 자산의 7%가 주식과 펀드에 투자되고 있다. 미국은 이 비율이 32%에 달한다. 중국 가계 자산의 70%는 부동산, 20%는 현금·예금이다. 주식과 펀드가 아직 위험한 상품으로 분류된다는 얘기다.

상하이 투자자문사 Z벤의 피터 알렉산더 대표는 "중국 정부는 개인 투자자들이 변동성이 큰 개별 종목보다 선진 금융사들이 운용하는 펀드에 투자해 안정적으로 노후 자금을 확보하기를 기대한다"고 설명했다.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되는 가운데 사회 안전망은 부족하다는 부분이 중국 공산당의 가장 큰 고민거리 중 하나라는 진단이다.

외국 금융회사들이 중국 시장에 집중하는 주된 이유는 가계 금융자산이 축적될 여건이 갖춰졌기 때문이다. 지난해 중국의 1인당 국내총생산(GDP)은 1만달러를 넘어섰다. 통상 1인당 GDP가 1만달러를 넘어서면 은행뿐 아니라 증권, 자산운용, 보험 등의 분야가 폭발적으로 성장한다.
외국 증권사 10곳 도전장
FT는 아직 걸음마 단계인 중국 금융산업에 글로벌 플레이어들을 참여시켜 산업 전체의 경쟁력을 끌어올리는 '메기 효과'를 중국 정부가 기대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특히 증권업 부문에선 중국 131개 증권사 자산을 모두 합해도 1조3000억달러(약 1540조원)으로 JP모건 한 곳(2조7000억달러)의 절반에 못 미친다. 증권사들 대부분이 인수·합병같은 투자(IB)나 자산관리보다는 중개 수수료에 의존하고 있다.

JP모건은 지난 2일 중국 합자 증권사의 지분을 파트너인 상하이 와이가오차오로부터 추가로 20% 사들여 지분율을 71%로 끌어올렸다. 이 회사는 최근 선물업 면허도 받았다. 제이미 다이먼 JP모건 최고경영자는 "중국에서 100년 이상 사업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 증권감독관리위원회에 따르면 올해 증권업 독자 운영 허가를 받았거나 설립을 추진 중인 외국 금융사는 JP모건을 비롯해 골드만삭스, 모건스탠리(이상 미국), 소시에떼제네랄, 크레디트스위스, HSBC, UBS(이상 유럽), 노무라, 다이와(이상 일본), DBS(싱가포르) 등 총 10곳에 달한다.

보험업에선 독일 알리안츠가 지난해 11월 외국계 보험사 최초로 중국에 지분 100%를 보유한 지주사를 세웠다. 프랑스의 악사, 미국 시그나, 영국 스탠더드라이프애버딘도 중국 보험시장 진출을 진행중이다. 아메리칸익스프레스, 비자, 마스터 등 카드사들도 독자 영업을 추진하고 있다.

외국계 금융사들이 증권이나 보험 등 소매 창구에서 시장점유율을 빠르게 올리긴 어려울 것이란 지적도 많다. 블룸버그통신은 중국 주식 중개 시장에서 외국계 증권사의 시장점유율은 올해 0.4%에서 2030년 1.7% 정도로 높아질 것으로 전망했다.

휴 영 스탠더드라이프애버딘 아시아 대표는 "중국에서 당장 큰 돈을 벌긴 어려울 수 있지만 고액자산가들이 중국 외 자산에 대한 투자를 늘리는 시기가 되면 먼저 중국에 진출한 금융사들이 시장 선점 효과를 볼 것"이라고 기대했다.

강현우 기자 hk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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