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공정3법은 기업에 살인적 바이러스"라는 절박한 호소

입력 2020-09-11 17:17   수정 2020-09-12 00:04

국무회의를 통과한 상법·공정거래법 개정안 등 소위 ‘공정경제 3법’이 기업에는 ‘살인적 바이러스’처럼 치명적이라는 호소가 나왔다. 자동차 반도체 등 26개 업종 및 경제 단체가 그제 서울 코엑스에서 개최한 산업발전포럼에서다. 기업 관계자들은 감사위원 분리 선임, 다중대표소송제 등을 담은 상법 개정안과 내부거래 통제 강화 등을 골자로 한 공정거래법 개정안이 기업들의 사업 의욕까지 완전히 앗아갈 것이라고 걱정했다.

감사위원 분리 선임에 대해 송원근 연세대 교수는 “대주주 의사와 무관한 이사가 선임되는 것으로, 주식회사의 근간을 흔드는 제도”라고 지적했다. 정만기 자동차산업연합회장도 “아군 작전회의에 적군 장수가 참여하는 격”이라고 비유했다. 강호갑 중견기업연합회장은 “국회를 통과하면 코로나처럼 기업에 또 다른 살인적 바이러스로 작용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두 법 개정안은 20대 국회에 제출됐지만 위헌 논란까지 불거지며 자동폐기됐었다. 그동안 산업계에서 입법의 부당성을 여러 차례 호소했지만 정부·여당은 아랑곳 않고 강행할 태세다. 삼성 현대자동차 등 대기업을 장악하기 위해서라는 의구심이 커지는 이유다. 지분 5% 이상을 확보한 상장기업이 300여 개에 달하는 국민연금이 시민단체나 노동계 인사를 이사로 앉혀 대기업 경영을 좌지우지하게 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여권에서는 기업지배구조를 개선하고 소액주주를 보호한다는 명분을 내세운다. 하지만 과거 2.99% 의결권으로 SK그룹을 공격한 소버린펀드 사례와 유사한 일이 벌어질 가능성이 커지는 등 국내 기업이 투기자본의 놀이터가 될 수도 있다는 게 관련 전문가들의 한결같은 경고다.

기업지배구조를 법으로 뜯어고쳐야 하는지도 의문이다. 지난해 한국의 기업지배구조는 세계은행 190개 회원국 중 25위로 상위권에 속한다. 사실 기업지배구조에는 정답이 없다. 국가와 문화권마다 다양한 지배구조가 있고 어느 것이 우월한지 판단하기 쉽지 않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편향된 이념에 사로잡혀 획일적 규제를 통해 기업지배구조를 바꾸려 드는 것은 오만이며 매우 위험한 시도가 아닐 수 없다.

지금은 기업을 때리고 옥죌 때가 아니라 오히려 적극 지원하고 보호해야 할 시점이다. 예컨대 일본의 수출규제 극복을 위해 내부거래를 거꾸로 적극 활용해야 할 때도 있다. 황금알을 낳는 거위의 배를 가르는 우를 범해선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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