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업도, 민주노총도 싫다”…입지 좁아진 강성노조

입력 2020-09-11 17:35   수정 2020-09-25 16:27

르노삼성자동차 노동조합 지도부가 추진한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가입 시도가 실패로 끝났다. 노조원 찬반투표에서 부결됐기 때문이다. 산업계에서는 일반 노조원이 강성 집행부에 대한 거부감을 드러낸 결과라는 해석이 나온다. 르노삼성 외에도 강성 노조가 있는 여러 사업장에서 비슷한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 파업에 참여하는 인원은 갈수록 줄어들고 있고, 합리적인 성향의 집행부가 노조위원장 선거에서 당선되는 사례가 이어지고 있다.

2년 만에 분위기 바뀐 르노삼성
르노삼성 노조가 지난 10~11일 실시한 민주노총 가입 찬반투표 결과를 보면 전체 조합원 1983명 중 1907명이 참여했고, 이 중 60.7%인 1158명이 찬성했다. 민주노총 가입은 투표에 참석한 조합원의 3분의 2가 찬성해야 가능하다. 지난 2년 동안에만 약 300명의 직원이 집행부의 무리한 투쟁에 반대해 노조를 떠났다는 점을 감안하면 실제 찬성률은 절반 수준이라는 게 업계 관계자의 설명이다.

게다가 노조 지도부가 수차례 민주노총 가입의 장점을 설명하는 홍보물을 내놓고, 대의원을 대상으로 강연을 여는 등 이번 투표에 공들인 것을 감안하면 집행부가 사실상 불신임을 받았다는 분석이 나온다. 민주노총의 대대적인 지원도 통하지 않았다.

르노삼성 노조원 사이에서는 “회사를 상대로 투쟁을 계속하는데 정작 얻은 건 하나도 없다”는 볼멘소리가 나오고 있다. 파업 참가율도 갈수록 떨어지는 모습이다. 지난해 초만 해도 파업하면 노조원 80% 이상이 참여했지만, 올해 초 파업에는 20% 정도만 동참했다. 지난해 말에는 집행부가 전면파업을 강행했지만, 정작 노조원 절반 이상이 출근해 공장이 가동되는 일도 벌어졌다. 조합원을 대표하는 대의원들이 집행부에 공개적으로 반기를 드는 경우도 발생했다.

한 조합원은 “강성인 현 집행부가 출범한 직후인 2018년 말에는 ‘회사에 강하게 맞서 임금 인상 등을 얻어내자’는 분위기가 지배적이었지만, 지금은 분위기가 완전히 바뀌었다”며 “노조 지도부를 노골적으로 비판하는 이들이 늘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일부 노조원은 “임금 협상 등 현안을 내팽개치고 민주노총 가입에만 몰두하는 걸 이해하기 힘들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새 노조 만들자” 목소리도
다른 기업의 분위기도 비슷하다. 현대중공업에서 분리된 현대로보틱스에서는 기존 민주노총 계열 노조에 속했던 직원들이 새 노조를 설립해 대표노조 지위를 확보하는 일이 일어났다. 새 노조는 곧바로 회사와 교섭을 시작해 지난달 성과급 선지급에 합의하는 등 성과를 거뒀다.

이 소식이 알려지자 현대중공업 노조원 사이에서도 새 노조를 만들자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현대중공업 노조 게시판에는 “툭하면 파업하는 지도부에 질렸다” “노조 활동에 절대 동참하지 않겠다” 등의 글이 지속적으로 올라오고 있다. 현대중공업 노사는 2019년도 임단협도 마무리하지 못했고, 노조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확산된 이후에도 수시로 파업하고 있다. 하지만 파업 참여자 수는 갈수록 줄고 있다. 올해 초만 해도 약 2000명이 참여했지만, 최근에는 500명 수준으로 떨어졌다.

‘실리’를 앞세운 노조 지도부도 늘고 있다. 강성노조의 대명사였던 현대자동차 노조가 대표적이다. 올해 초 임기를 시작한 현대차 노조는 최근 임단협 교섭 과정에서는 기본급 대폭 인상 등 무리한 요구를 하고 있지만, 무분별한 파업을 지양하겠다고 선언하는 등 과거에 비해 합리적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회사에 무조건 반대만 하는 노조에 대한 불만이 커진 데다 무리한 투쟁을 하면 노사 모두 타격을 입는다는 사실을 아는 이들이 늘었다”며 “젊은 세대는 소통을 안 하는 ‘50대 꼰대 노조 지도부’에 대한 반감이 크다”고 설명했다.

도병욱/이수빈 기자 dod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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