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력 부족도 문제지만 공급 과잉도 위험…넘쳐나는 태양광·풍력에 '전력대란 비상'

입력 2020-09-13 17:12   수정 2020-09-14 01:08


태양광·풍력 등 재생에너지 설비가 우후죽순처럼 늘어난 여파로 오히려 블랙아웃(대정전)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전력 공급이 수요에 비해 지나치게 많아도 전력 공급이 부족한 것과 마찬가지로 통제 불능 상태에 빠질 수 있어서다. 당장 올해만 이런 위기 상황이 여덟 차례나 있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13일 윤영석 국민의힘 의원이 한국전력거래소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전력 공급을 5분 내로 낮출 수 있는 능력을 뜻하는 ‘5분 감발량(減發量)’이 20만㎾ 이하로 떨어졌던 날짜가 8일에 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력거래소 관계자는 “전력은 수요에 맞게 안정적으로 공급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5분 감발량이 20만㎾ 이하로 낮아지면 수요에 비해 전력 공급 초과로 여러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5분 감발량이 20만㎾ 이하로 떨어진 것은 관련 조사를 시작한 2014년부터 2017년까지 한 차례도 없었지만 2018년 한 번, 2019년 두 번, 올해는 여덟 번으로 크게 늘었다.

한국에선 전력을 한국전력 발전자회사와 민간회사 등이 생산한다. 이를 전력거래소에 보내면 전력거래소가 수요에 맞게 통제·관리하고, 한국전력이 기업과 가정에 전력을 보낸다. 하지만 초과 공급이 일어나면 전기 주파수가 표준(60±0.5㎐)에서 벗어나 전력의 ‘품질’에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주파수가 표준을 벗어나면 공장 생산설비의 수명이 짧아지고 고장이 잦아진다.

초과 공급이 더 심해지면 주파수에 좌우되는 터빈이 헛돌면서 발전소가 고장 나고, 전국 각지의 태양광도 설비 보호를 위해 발전을 중지하면서 정전이 일어난다. 주파수를 사람의 맥박에 비유하면, 빈맥 현상으로 심장에 무리가 간 나머지 결국 심장이 멎는 셈이다.

전력 초과 공급으로 가장 피해가 우려되는 분야는 반도체산업이다. 반도체를 생산하려면 반드시 안정적인 주파수의 전력을 공급해 줘야 해서다. 반도체 공정은 원재료인 둥근 기판 형태의 실리콘 웨이퍼에 나노 단위의 회로를 새기는 작업이다. 극히 미세한 문제가 생겨도 생산 중인 반도체를 전부 폐기해야 할 수 있다. 삼성전자는 2018년 불과 30분간 정전 사태로 수백억원의 손실을 입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초과 공급에 의한 블랙아웃 가능성이 커진 것은 통제가 어려운 태양광 풍력 등 재생에너지 발전 설비가 크게 늘었기 때문이다. 태양광 발전은 바로 30% 이상 출력을 낮출 수 있는 화력·원자력과 달리 발전량을 쉽게 줄일 수 없다. 초과 공급 위기에 대응할 수 있는 능력이 없다는 얘기다. 2017년 전체의 12.4%에 불과했던 재생에너지 비중(누적 설비용량 기준)은 지난해 17.0%로, 불과 2년 새 40% 가까이 늘었다.

전문가들도 재생에너지 비중이 늘면서 이런 위기가 갈수록 잦아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지난 7월 전기학회 학술대회에 참석한 신기준 전력거래소 관제5부장은 “지난 2월 공급 과잉 위기 때 발전기를 정지시켜 대응하려 했지만 여의치 않았다”며 “양수발전소로 물을 퍼올려 겨우 위기를 넘겼지만 수요가 좀 더 감소했다면 끔찍한 일이 벌어졌을 것”이라고 말했다. 대형 화력발전기 등은 끄는 데만 세 시간 이상 걸리는 등 즉각 발전량을 낮출 수 없어 대응하기 쉽지 않다는 설명이다.

윤 의원은 “정부가 태양광 보급을 무턱대고 늘리면서 전력이 필요할 땐 부족하고, 필요 없을 땐 넘치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며 “초과 공급에 따른 위기를 포착할 수 있는 지표를 마련하는 등의 제도 정비가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유승훈 제9차 전력수급기본계획 총괄분과위원회 위원장은 “재생에너지 확대 계획의 가장 큰 걸림돌 중 하나가 초과공급 문제”라며 “해외 재생에너지 선진국들처럼 정부가 초과공급 문제에 대응할 수 있는 제도적·기술적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성수영 기자 syo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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