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 아닌 종교'…셀트리온과 소액주주는 어떻게 팬덤 형성했나

입력 2020-09-14 15:19   수정 2020-09-14 16:09


증권가에서 셀트리온은 주식이 아닌 종교에 가깝다는 평가를 받는다. 소액 주주들의 결집력이 강하고 경영진에 대한 믿음이 확고하다는 의미다. 조금 과장된 표현이긴 하지만 일반적인 기업과 소액주주의 관계와는 다르다는 점은 대부분 인정한다. '셀트리온은 소액주주와 함께 성장한 종목'이란 평가도 그런 맥락에서 나왔다. 그 스토리를 살펴봤다.

2002년 설립된 셀트리온은 원래 바이오시밀러 회사가 아니었다. 바이오 의약품을 아웃소싱 받아 제조하는 바이오의약품위탁생산(CMO) 업체였다. 2007년에는 635억원의 매출을 올리며 실적이 제대로 나오기 시작한 것 아니냐는 평을 듣기도 했다.

하지만 서정진 셀트리온 회장은 2009년 CMO사업을 중단했다. 대신 바이오시밀러로 방향을 틀었다. 시장이 커질 것으로 예상했기 때문이다.

바이오시밀러는 매뉴얼대로 찍어내기만 하면 되는 CMO처럼 바로 매출을 낼 수 없었다. 약을 개발할 시간이 필요했다. 경영진을 지지해줄 장기 투자자도 있어야 했다. 증권업계 한 연구원은 "당시 서 회장은 장기 주주들을 끌어모았고, 주주들은 서 회장의 비전과 스토리에 지지를 보냈다"고 설명했다.

셀트리온은 분식회계설, 임상실패설에 끊임없이 시달렸다. 서 회장이 해외로 도주했다는 소문이 돌기도 했다. 이러한 소식에는 공매도가 따라붙었다. 2012년 4월에는 전체 거래량에서 공매도가 차지하는 비중이 35%대까지 치솟았다. 급기야 2012년 11월 서 회장은 공매도와의 전쟁을 선포했다. 그는 "공매도 세력과 정면으로 맞서겠다"고 의지를 밝혔다.

서 회장은 기존 지분을 담보로 주식을 사들이기도 했다. 움직인건 서 회장뿐만이 아니었다. 소액 주주들도 나섰다. '셀트리온 주주모임' 대표와 서 회장이 만나 공동 대응 방안을 논의하기도 했다. 주주들의 자발적인 모금활동도 벌어졌다. 2016년 공매도에 대응하기 위한 인터넷 모금에는 4097명의 소액주주가 참여했다. 총 모금액이 2억원에 달했다. 셀트리온 소액주주위원회는 "악성 공매도와의 전쟁을 위해 독립군이 군자금을 모으듯 모금활동을 벌였다"고 설명했다.

셀트리온 소액주주들은 이 돈으로 신문에 6회에 걸쳐 '악성 공매도 근절 호소문'을 올렸다. 온라인 매체와 주식방송에는 배너 광고를 게재했다. 100페이지에 달하는 셀트리온 홍보책자를 제작해 총 3만여부를 배포했다. 외국인 투자자들을 위해 영문판도 7000부 제작했다. 이들은 "다른 종목 주주들과 연계해 악성 공매도에 대한 무한 투쟁을 전개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2017년 소액 주주들와 셀트리온의 노력이 결실을 보기 시작했다. 유럽에서 바이오시밀러 램시마의 점유율이 50%에 육박하며 영업이익이 5078억원을 기록했다. 전문가들은 이 시기에 '공매도에 대항했던 전우애'가 한 차원 깊어진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증권업계 한 연구원은 "소액 주주들의 셀트리온에 대한 믿음이 현실화되기 시작한 게 2017년이었다"고 회상했다.

소액주주들의 믿음은 최근 더 강해지고 있다. 셀트리온 주가는 사상 최고점(35만4000원)에 근접한 29만~30만원 대에서 거래되고 있다. 올해 영업이익도 6899억원으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셀트리온 주주들은 아직도 공매도와의 투쟁을 벌이고 있다. JP모건의 '목표가 하향' 리포트에 항의하는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14일 기준 1만4124명이 서명했다.

일각에서는 이같은 '팬덤'에 가까운 셀트리온과 소액주주의 관계가 시장에서 기업에 대한 정상적인 평가를 가로막는 요인이 될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박의명 기자 uimy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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