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 13세 이상 전 국민 통신비 2만원 지급안을 포함한 4차 추가경정예산안이 정부·여당의 목표대로 오는 18일 국회를 통과해도 추석 전 지급은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다. 생각보다 복잡한 통신 산업의 사정 탓이다. 전날 이호승 청와대 경제수석이 "통신사를 통하면 지원이 쉽고 빠르다"고 주장했지만 통신업계에서는 난색을 보였다.
과기부는 이번 지원에 대상만 4640만명으로 집계했다. 하지만 전체 이동통신 가입자는 6981만명에 달한다. 산술적으로 2341만명을 솎아내야 한다.
업계에서는 번호를 두 개 이상 쓰는 가입자를 분류하는 작업에 상당한 시일이 걸릴 것으로 예상한다. 중복 지원을 막기 위해서는 여러 번호를 쓰는 가입자를 확인하는 일이 우선돼야 한다. 한 사람이 서로 다른 통신사를 쓴다면 문제는 더 복잡하다. 한 통신사 관계자는 "가입자 정보는 영업기밀이기 때문에 각 통신사끼리 대조 작업이 까다로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알뜰폰 가입자 가운데 선불폰 사용자의 지원 방법이 빠져 있는 것도 문제다. 선불폰 이용자는 375만명 가량이 된다. 현재까지는 이동통신요금에서 2만원을 깎아주는 방식으로 지원하는 방법이 유력하다. 이렇게 되면 미리 요금을 내고 휴대전화를 쓰는 선불폰 사용자들은 지원에서 배제될 수 있다.
과기부의 4차 추경 사업설명자료에는 선불폰 사용자를 위한 바우처 지급이나 이를 행정적으로 지원할 예산은 책정돼 있지 않다. 만 13세 이상 전 국민 통신비 2만원 지급에 총 9280억원 예산과 통신비 감면지원 임시 상담 콜센터를 구축·운영하는 데 9억4600만원의 관련 예산만 언급됐을 뿐이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선불폰은 매달 요금을 내기 어려운 사람들이 부담 가능한 수준으로 금액을 충전해 사용한다"며 "선불폰 사용자는 '진짜 취약계층'으로 볼 수 있다"고 전했다.
과기부는 통신비 상담원의 고용 기간을 2개월로 잡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 때문에 통신비 2만원 지급은 일러도 11월말에 가서야 마무리될 것으로 예상된다.
정 총리의 설명에도 정부·여당이 통신비에 집착하는 이유가 납득이 되지 않는다는 지적이 많다. 여당 내에서조차 "누구 아이디어인지 모르겠다"며 혹평이 나오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청소년 및 청년 대상 맞춤형 대책으로 통신비 지원안을 검토하다가 선별 지원에 대한 역풍을 차단하기 위해 전 국민 지원으로 방향을 바꾼 것 아니냐는 추측도 제기된다.
조미현 기자 mwis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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