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수록 손해…실손 가입 문턱 높이는 보험사들

입력 2020-09-14 17:21   수정 2020-09-25 16:22

“저희 실손은 서류만으론 가입이 안 됩니다. 방문진단을 받고 심사를 기다려야 하는데 신청하실 건가요?”

요즘 롯데손해보험에 전화해 “실손의료보험에 가입하고 싶다”고 하면 무조건 이런 답을 듣게 된다. 21세 이상이면 누구나 예외가 없다. 방문진단을 받으려면 소비자가 간호사와 약속을 잡고 만나 혈압을 재고, 피를 뽑고, 소변 검사도 해야 한다. 병력이 있는 중장년층에나 적용하던 번거로운 절차를 팔팔한 청년에게까지 확대한 이유는 ‘다른 보험사로 가도록 하기 위해서’다.

50대는 가입 못하는 보험사도 등장
보험사들이 실손보험 가입 문턱을 자꾸 높이고 있다. ‘만성 적자’ 사업인 실손보험의 수익성이 나아질 기미가 없고, 기존 가입자에게 약속한 조건은 바꿀 수 없으니 신규 가입이라도 줄이겠다는 것이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생명은 지난달 실손보험 가입 나이 상한선을 70세에서 60세로 낮췄다. 지난 5월에는 한화생명이 65세에서 49세로, 동양생명은 60세에서 50세로 내렸다. 연령 제한에 걸려도 고령층을 위해 개발된 ‘노후실손보험’에 들 수는 있지만 보험료가 확 올라간다. 한화손해보험은 소비자가 다이렉트(인터넷·전화)로 실손보험 가입을 신청하면 “설계사를 만나 신청하라”며 받아주지 않고 있다.

대형 보험대리점(GA) 관계자는 “가입 자격과 절차를 변경하지 않은 보험사도 심사를 까다롭게 해 가입자를 되도록 덜 받으려 하는 게 공통적인 추세”라고 했다. 보험연구원에 따르면 실손보험의 영업손해율(전체 보험료 수입 대비 보험금 지출의 비중)은 2017년 101.2%에서 올 1분기 116.5%로 뛰었다. 손해보험업계가 올 상반기 실손보험에서 본 손실은 1조2066억원으로 1년 전보다 20.6% 불어났다. 생명보험업계에서는 3년 새 5개 업체가 실손보험 판매를 중단했다.
기존 가입자에겐 ‘상품 갈아 태우기’
3400만 건 넘게 팔린 실손보험은 크게 세 유형으로 나뉜다. 2009년 10월까지 판매된 구(舊)실손, 2017년 3월까지 팔린 표준화실손, 2017년 4월부터 판매 중인 신(新)실손이다. 실손보험 가입자의 80% 이상은 단종된 옛 상품을 들고 있다.

주요 보험사는 구실손·표준화실손 가입자를 신실손으로 전환시킬 것을 설계사에게 독려하고 있다. 신실손은 구형 실손에 비해 보험사가 적자를 덜 본다. 소비자의 자기부담금이 많고 도수치료, 주사, 자기공명영상(MRI) 같은 비급여진료는 추가 특약으로 분리돼 있어서다.

금융당국과 보험업계는 상품구조를 또 한 번 개편해 이른바 ‘4세대 실손’을 도입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병원에 자주 가는 사람에겐 보험료를 더 받고, 비급여진료의 자기부담금 비율을 올리는 등의 내용이 거론되고 있다.
“과잉 진료 때문” “상품 설계 잘못”
보험사들은 ‘과잉 진료’와 ‘의료 쇼핑’을 억제하기 위해 비급여진료의 가격, 진료량 등에 대한 적정 기준을 마련할 것도 요구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실손 가입자에게 비급여진료를 부추기는 일부 의료현장의 관행을 바로잡지 않는 한 상품 개편은 큰 의미가 없다”고 했다.

다만 보험사들이 수익성 하락을 명분으로 상품을 뜯어고치고 가격을 올리는 데만 집중하는 게 옳으냐는 반론도 많다. “애초에 상품 설계를 잘못한 보험사 책임도 크다”는 금융당국과 시민단체의 지적은 보험사들이 반박하지 못하는 비판이기도 하다.

임현우 기자 tardi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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