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꽉 막힌 韓·日관계…'소프트 외교'부터 다시 시작해 보자

입력 2020-09-14 17:50   수정 2020-09-15 00:11

일본의 차기 총리에 스가 요시히데 관방장관이 내정됐다. 스가 장관은 어제 집권 자민당 총재로 선출돼 16일 중의원에서 신임 총리로 지명된다. 역대 최장인 7년8개월을 재임한 아베 신조 총리의 교체를 계기로 교착상태인 한·일 관계의 돌파구를 찾아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한·일 관계는 당분간 호전될 가능성이 높지 않다. 스가 차기 총리가 아베 총리의 외교정책을 계승할 가능성이 높은 데다, 우리 정부도 일제 강제동원 배상 판결을 따라야 한다는 입장에서 물러설 기미가 없어서다.

한·일 관계를 외교적으로 당장 호전시키기 어려운 상황이라면 문화 스포츠 등 민간 교류라도 활성화할 필요가 있다. 이른바 ‘소프트 외교’로 양국 간 긴장을 풀어 정치·외교적 화해 분위기를 조성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미 두 나라 국민 사이에는 외교적 대립을 무색하게 할 정도의 문화적 교감이 이뤄져 왔다. 일본에선 한국 드라마 ‘사랑의 불시착’이 선풍적 인기를 끌며 또 한 번 한류 붐이 조성되고 있다. 한국에서도 일본의 영화 만화 음식 등은 젊은이들 사이에 꾸준히 인기를 끌고 있다. 여기에 내년으로 연기된 도쿄올림픽과 관련한 스포츠 교류나 코로나 방역 협력 등도 민관 차원에서 동시에 추진해 볼 만하다.

이런 식의 교류로 물꼬를 트고 양국 간 이해의 폭을 넓힌다면 한·일 외교관계 개선도 충분히 기대해 볼 수 있을 것이다. 1998년 김대중 정부 시절 일본 대중문화 개방을 결정하고 문화 교류를 활성화한 것이 한·일 관계 개선으로 이어진 선례도 있다. 당시 국내에선 반대여론과 문화 잠식이란 전문가들의 우려도 있었지만, 그 같은 대범한 결단이 한국 대중문화의 경쟁력을 높여 한류 붐의 밑거름이 됐다는 분석도 있다. 2005년 한·일 국교 정상화 40주년을 기념해 서울과 도쿄에서 각각 매년 열기 시작한 문화교류 행사인 한·일 축제한마당도 양국 관계의 교두보 역할을 해오고 있기도 하다.

한·일 두 나라는 떼려야 뗄 수 없는 이웃이다. 멀리 이사 갈 수 없는 이웃 국가라면 서로 이익이 되는 우호관계를 구축할 필요가 있다. 패권을 노린 중국의 급속한 영향력 확대와 북한 핵위협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서도 한·일 관계 개선은 중요하다. 두 나라 관계를 호전시키려면 양국 민간의 이해 폭을 넓히는 게 바탕이 돼야 한다. 그를 위해선 문화·스포츠 등 민간 소프트 외교만큼 유용한 것도 없다. 한·일 양국이 불행한 역사의 굴레에서 계속 벗어나지 못한다면 서로에게 잃는 것이 너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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