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北 "한국군은 상대 안 된다"…국방부, 뭐라 답할 건가

입력 2020-09-14 17:49   수정 2020-09-15 00:11

북한 김정은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보낸 친서에서 “한국군은 우리 군(북한군)의 상대가 안 된다”고 했다는 증언이 나왔다. 미국 언론인 밥 우드워드가 트럼프 대통령과 인터뷰한 내용을 담은 《Rage(격노)》에서 공개한 내용이다. 책에는 내밀한 메가톤급 얘기가 많이 등장하지만, 한국군을 평가한 김정은의 이 한마디가 더 눈과 귀를 잡아끈다.

김정은의 발언은 핵 담판 기싸움을 하는 과정에서 의도적으로 계획된 것으로 분석된다. 군사행동은 꿈도 꾸지 말라는 메시지였을 수도 있다. 그러나 휴전선을 맞댄 북한군 통수권자가 확신에 찬 듯 말했다는 점에서 가벼이 넘길 일이 아니다.

남북 군사력은 재래식 전력만 놓고 보면 ‘한국이 북한에 엄청난 열세를 보인다’(미국 헤리티지재단)는 평가도 있지만, 보유 무기의 성능과 기술력에선 한국군이 질적으로 우세하다는 주장도 많다. 이 때문에 병력과 군사장비 등 단순 숫자가 아니라, 어떤 상황에서도 침공을 막아내고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킬 준비가 됐느냐로 판단해야 한다는 지적이 일리 있다.

문제는 문재인 정부 3년간 군의 대북 경계, 보고체계, 병영문화, 기강 등 여러 면에서 구멍이 뚫린 게 한둘이 아니라는 점이다. 작년 삼척항 입항 귀순사건, 올초 제주해군기지 민간인 무단침입 사건, 지난 6월 태안 밀입국 보트 사건 등에서 군의 경계 실패가 무수히 드러났다. 상급자 야전삽 폭행, 부사관의 장교 성추행, 전투기 조종사들의 대기 중 술판, n번방에 현역 병사 가담 등 기강 해이도 도를 넘은 지 한참 됐다.

이렇게 대비 태세가 붕괴된 것은 전적으로 정부와 군의 책임이다. 남북 평화모드만 강조하는 바람에 휴전선 아군초소를 겨냥한 북한군 사격에 제대로 대응도 못 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4급 청와대 행정관이 4성 장군인 육군참모총장을 불러내고, 일선부대 중령이 청와대 안보실에 직접 보고하는 등 기본적 지휘체계마저 뒤죽박죽이다. 그런 점에서 바람이 불기도 전에 먼저 누워버리는 군 지휘부도 철저히 반성해야 할 것이다.

김정은의 폄하 발언에도 절치부심하지 않는 군이라면 존재 이유가 없다. 풀어질 대로 풀어진 대비 태세와 군 기강을 바닥부터 새로 확립해야만 한다. 군이 국민의 안위를 걱정하는 게 아니라 국민이 군을 걱정해서야 되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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