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명분도 효과도 없는 전국민 통신비, 접는 게 맞다

입력 2020-09-14 17:50   수정 2020-09-15 00:11

정부·여당이 전 국민 통신비 2만원 지원방안을 기어코 밀어붙일 기세다. 이호승 청와대 경제수석은 어제 한 라디오에 출연해 “그냥 주나 마나 한 지원이 아니다. 통신비를 매달 내야 하는 국민 입장에서 보면 그 금액이 무의미하다고까지 얘기하는 것은 이해가 가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야당뿐 아니라 여당 일부에서도 부정적인 목소리가 나오고, 리얼미터의 지난 11일 여론조사에서도 응답자의 58%가 통신비 지원을 ‘잘못한 일’이라고 응답했다. 그래도 강행할 것인지 궁금하다.

‘돈을 나눠준다’는데도 반대 여론이 거센 것은 이번 통신비 살포가 명분도 없고, 효과를 기대하기도 어렵기 때문이다. 59년 만에 4차 추가경정예산까지 편성하게 된 것은 코로나 장기화로 직접 타격을 받은 이들을 선별 구제할 필요성이 있어서다. 하지만 휴대폰을 쓰는 13세 이상 4600만 명에게 2만원씩 무차별 살포하는 것은 정부 스스로 선별 구제 원칙을 허문 것이다. 정부는 ‘비대면 재택근무로 통신량이 늘었다’는 이유를 대지만, 정작 국민 대다수는 정액제·무제한요금제를 이용해 통신비가 더 늘어날 것도 없다. 오죽하면 범여권인 정의당 심상정 대표마저 “맥락도 없이 끼어들어간 통신비 2만원 지원은 어이가 없고 황당하기까지 하다”고 비판하겠나.

문재인 대통령이 전 국민 통신비 지급을 놓고 “정부가 드리는 작은 위로이자 정성”이라고 언급한 것도 적절치 못하다. 국민 개개인에겐 소액이지만 전체 금액이 9300억원에 이른다. 빚(국채 발행)으로 조달한 돈을 정부가 자꾸 선심 쓰듯 뿌려선 곤란하다. 긴급재난지원금이라면 문자 그대로 ‘긴급’한 ‘재난’ 피해에 적절히 쓰여야 할 뿐 아니라, 소비 활성화로 이어져야 한다. 하지만 통신비 2만원은 곧바로 통신사로 들어간다. 1차 재난지원금 효과가 제한적이었는데 이런 소액 지원이 소비 진작 효과를 낼 리도 만무하다. 지난봄 미국 정부가 전 국민에게 1인당 1200달러씩 뿌렸더니 그중 42%만 소비로 연결되고 나머지는 빚을 갚거나 저축하는 데 쓰였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결국 ‘전 국민 통신비 2만원’은 선별 지원으로 인한 국민의 불만을 무마하려는 정치적 계산으로 비칠 수밖에 없다. 정부는 이제라도 명분과 효과 모두 의문인 통신비 지원방안을 철회하고, 정교하고 치밀한 구제대책으로 코로나로 고통을 겪는 이들을 도와야 할 것이다. 그래도 정부가 강행한다면 국회가 반드시 바로잡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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