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로 무장한 글로벌 원격의료…한국은?

입력 2020-09-15 16:37   수정 2020-09-15 16:39

한국에 원격의료가 필요한가. 그다지 필요하지 않다. 의료 접근성이 좋기 때문이다. 의사를 만나기 위해 몇 주를 기다려야 하는 미국 중국과는 상황이 다르다.

그러면 한국에서 원격의료산업은 크게 성장할 수 있을까. 어려울 것이다. 원격의료기업은 진료비와 진료 건수 모두 높이기 어렵기 때문이다. 한국에서 진료비는 정부의 통제하에 낮게 유지된다. 또한 진료 건수도 대면진료라는 대체재가 있는 이상 크게 늘기가 쉽지 않다.

이렇게 필요성과 산업적인 가치가 높지 않으므로 원격의료를 금지해야 하는가. 이는 재고의 여지가 있다. 왜냐하면 필요 없다고 해서 꼭 금지해야 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전면적 금지는 혁신을 원천적으로 막는 결과를 초래한다.

최근 세계적으로 원격의료에 새로운 사업모델이 시도되거나 사물인터넷, 인공지능, 클라우드 등 기술의 혁신이 접목되며 발전하고 있다. 흥미로운 것은 구글이 원격진료 시장으로 확장하는 모델이다. 최근 구글은 미국의 대형 원격진료회사 암웰에 1억달러를 투자하면서 새로운 원격진료의 가능성을 제시했다. 원격진료 이전부터 진료 이후까지 전체 과정을 구글의 인공지능과 클라우드 기술을 접목하겠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환자가 가상의 대기실에 있을 때 챗봇을 통해서 증상, 병력 등에 대한 문진을 하고 의사에게 전달해 진료 효율을 높인다. 의사와 환자의 대화가 자연어 처리를 통해서 전자 차트에 자동으로 저장되고 처방전 발송, 보험 청구 등의 번거로운 업무도 인공지능이 처리해준다. 이를 통해 의사의 생산성이 높아지고, 번아웃도 줄어들 수 있다.

더 나아가 의사와 환자의 언어 장벽도 허물어진다. 유튜브 영상에 실시간 자동 번역이 가능하듯 의사와 환자가 다른 언어로 말하더라도 구글의 인공지능 번역기가 실시간으로 통역해주는 것이다. 이를 통해 원격진료에 국가 간 장벽이 허물어질 수도 있다.

이런 챗봇 문진, EMR 자동 입력, 의사-환자 간 실시간 통역 등은 대면진료에서도 시도됐던 것이다. 하지만 대면진료와 달리 원격진료는 환자와 의사 사이의 모든 음성, 영상 등의 데이터가 클라우드 등 디지털 채널을 통한다. 이렇게 클라우드를 거치는 과정에서 인공지능이 활용될 기회를 구글이 포착한 것이다. 원격의료의 속성이 디지털 기술의 혁신과 절묘하게 융합됐다고 할 수 있다. 아직 이런 기술이 완벽하지는 않지만, 구글 등 글로벌 정보기술(IT) 기업의 기술 발전 속도를 보면 몇 년 뒤에는 현재 상상하기 어려운 수준으로 구현될 수 있다.

한국에서는 원격의료가 필요 없고, 사업성이 낮다. 하지만 원격의료가 금기시돼 아무것도 하지 못하는 동안 세계에서는 혁신적인 변화들이 일어나고 있다. 이런 사례조차 이미 어제의 이야기이며, 내일은 또 어떤 변화가 일어날지 아무도 모른다. 원격진료 전반에 인공지능 등의 기술이 더 접목될 여지는 충분하다. 혁신은 어디에서 무엇이 일어날지 모르기 때문에 혁신인 것이다.

이런 발전에 대해 필자가 사석에서 의사 지인에게 들은 말로 이번 글을 마무리하고자 한다. “한국 의료는 마차가 너무 편리하고 저렴하기 때문에 자동차를 도입하지 못하는 형국이다. 당장은 별다른 문제가 없을 수도 있지만 이러다가 외국에서는 로켓 타고 다닐 때, 우리는 여전히 마차를 타야 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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