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기세포로 만든 장기 '오가노이드'…코로나 비밀 풀어줄 열쇠

입력 2020-09-15 16:37   수정 2020-09-16 08:38


영화 아일랜드에서는 자신과 동일한 DNA를 가진 복제인간을 만들어 이식용 장기 생산에 활용한다. 영화에서처럼 인간 전체를 만들지는 못하더라도 줄기세포를 이용하면 필요한 장기를 제작할 수 있다. 바로 오가노이드다. 오가노이드는 장기를 뜻하는 ‘organ’과 ‘~와 같은’이라는 뜻의 ‘oid’의 합성어다. 장기유사체, 미니장기, 유사장기 등으로도 불린다.
줄기세포로 다양한 오가노이드 제작
우리 몸의 장 조직은 3일에서 5일 만에 모두 새로운 세포로 바뀐다고 할 정도로 재생 능력이 뛰어나다. 장 조직 내에 새로운 세포를 계속 공급할 수 있는 성체줄기세포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그 덕분에 장 오가노이드를 제작하는 방법은 비교적 간단하다. 대장내시경을 통해 성체줄기세포가 포함된 상태의 장 조직을 조금 얻는다. 줄기세포가 몸속에서처럼 기능을 잘 유지할 수 있도록 성장인자를 첨가하고 3차원 환경을 구현해준다. 그렇게 하면 시험관 내에서도 실제 장 조직을 이루는 세포들이 형성되며 3차원 형태의 ‘미니 장’이 만들어진다.

재생이 잘 안 된다고 알려진 뇌는 오가노이드를 제작하는 방법이 좀 더 복잡하다. 뇌의 경우에는 재생 능력이 더 뛰어난 배아줄기세포와 유도만능줄기세포를 이용한다. 이 세포들은 어떤 조직의 세포로도 분화할 수 있는 ‘만능세포’다.

유도만능줄기세포는 2012년 노벨 생리의학상을 받은 기술로 피부세포와 같은 체세포를 배아줄기세포처럼 만능성을 가지도록 만든 줄기세포다. 배아의 발생 과정에서 추출한 세포인 배아줄기세포는 윤리적인 문제 때문에 자유롭게 사용하기 어렵다. 이에 비해 유도만능줄기세포는 윤리적인 문제는 없으면서 기능은 배아줄기세포와 거의 동일한 개인 맞춤형 줄기세포를 만들 수 있다. 이 세포를 이용해 배아줄기세포에서 뇌가 형성되는 과정을 그대로 재현해 뇌 오가노이드를 제작할 수 있다.

뇌 오가노이드는 정말 우리 뇌와 흡사할까. 몇 년 전 브라질에서 지카 바이러스에 감염된 산모가 뇌가 작은 소두증 아기를 낳은 사례가 있었다. 태어난 아기는 지카 바이러스에 감염돼도 큰 문제가 일어나지 않았고, 태아의 뇌 발달에만 문제를 일으켰다.

원인을 파악하기 위해 한 연구진이 뇌 오가노이드에 지카 바이러스를 감염시켰다. 그랬더니 뇌 오가노이드 역시 작게 만들어졌다. 그 과정을 관찰한 결과, 지카 바이러스가 신경 전구세포에 특이적으로 감염돼 세포 사멸을 일으킨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그간 알 수 없었던 바이러스의 성질을 미니 뇌를 통해 파악하게 된 것이다. 이처럼 산모, 태아, 신생아 등 임상시험이 쉽지 않은 대상을 대신해 오가노이드는 좋은 임상 모델이 될 수 있다.
인체 대신 약물 독성·효능 평가
이런 연구를 위해 한국생명공학연구원 줄기세포융합연구센터에서는 다양한 장기의 오가노이드를 제작하고 있다. 연구진은 최근 유도만능줄기세포를 이용해 증식 가능한 인간의 간 오가노이드를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

현재 약물 평가에 사용하고 있는 인간 간세포는 인간 간 조직에서 얻기가 쉽지 않을 뿐만 아니라 시험관 내에서 증식하지 못한다. 하지만 생명연 연구진이 개발한 간 오가노이드는 1년 넘게 계속 증식하고 있으며 동결과 해동도 간단하다.

과거 기존의 2차원 평가 모델에서는 독성을 나타내지 않아 신약으로 출시됐지만 간 독성을 일으켜 사망에 이르게 한 약물이 있었다. 연구진이 개발한 간 오가노이드에 이 약물을 투여하자 독성을 정확하게 확인할 수 있었다. 간의 약물 대사는 동물과 인간과의 반응 차이가 워낙 커서 동물에서는 독성을 보이지 않았지만 인간에게 치명적인 경우가 있을 수 있다.

오가노이드는 동물실험을 줄이고, 이런 예상치 못한 위험성을 약물 개발 초기 단계에 줄일 수 있다. 또한 다양한 간 질환 모델을 제작해 약물의 효능을 평가할 수도 있다. 생명연은 지방간 오가노이드를 제작해 효과적인 지방간 치료 약물을 찾아내는 데 성공했다.

오가노이드는 우리의 삶을 위협하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연구에도 사용된다. 코로나19의 주요 표적인 폐뿐만 아니라 장, 신장, 뇌, 간 오가노이드 등에 코로나19 감염 모델을 만들어 바이러스의 감염 기전을 규명하려는 연구가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오가노이드에는 다양한 바이러스 수용체가 인체와 유사하게 발현돼 있어 감염병 연구에 좋은 모델이다. 간염 바이러스는 인체 간세포에만 있는 수용체를 통해 감염되기 때문에 동물 실험이 어렵다. 간 오가노이드를 이용하면 이런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이처럼 신종 감염병 연구에서 동물모델보다 인체 구조를 더 잘 반영하고 있는 오가노이드 모델을 이용하면 더 안전하고 효과적인 약물을 개발할 수 있다. 나아가 오가노이드 기술을 확장하고 보완하면 장기 이식을 기다리고 있는 많은 환자에게 직접 이식이 가능한 대체 장기를 제공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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