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채시장의 양극화가 극심해지는 가운데 스테디셀러인 금융회사 고금리 채권마저 찬바람을 맞고 있다. 신용등급 AA- 이상인 영구채와 후순위채에만 투자수요가 몰리고 이보다 신용도가 낮은 채권은 팔리지 않는 일이 잇따르고 있다. 금리가 연 4%가 넘는 보험사 후순위채마저 외면받고 있다.
15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푸본현대생명보험이 10년 만기 후순위채 500억원어치를 발행하기 위해 전날 진행한 수요예측(사전 청약)에 150억원의 매수주문이 들어오는 데 그쳤다. 연 4.20~4.49%의 금리를 제시했음에도 투자자들의 참여가 부진했다. 이번에 팔리지 않는 채권물량은 주관사인 KB증권과 인수단인 신한금융투자가 나눠 사들이기로 했다.
금융회사가 후순위채나 영구채 투자수요를 모으는 데 실패한 것은 올 들어서만 다섯 번째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에 대한 불안심리가 가장 극심했던 지난 3월 하나은행의 후순위채(신용등급 AA) 수요가 목표금액에 다소 못 미친 것을 제외하면 모두 A급(신용등급 A-~A+) 채권이 외면받았다. 롯데손해보험(후순위채)과 메리츠금융지주(영구채), 흥국화재(후순위채)가 연 4.2~5.0%의 금리를 앞세우고도 투자자들의 시선을 끌지 못했다.
핵심 투자자인 증권사 소매판매(리테일) 부서의 투자가 소극적이다보니 수요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분석이다. 일반 회사채와 달리 금융회사의 후순위채와 영구채는 연기금 등 대형 기관투자가들이 투자대상에서 제외하고 있어 리테일시장 의존도가 큰 편이다. 단위 농협신협 등 서민금융기관이나 개인들이 비교적 높은 금리를 눈여겨보고 증권사 리테일부서를 통해 해당 채권에 투자해왔다. 하지만 이들은 코로나19 발생 이후 회사채 투자심리가 크게 위축되자 신용등급이 높은 영구채와 후순위채만을 골라담고 있다.
IB업계 관계자는 “이자를 조금 덜 받더라도 투자위험이 적은 채권을 사들이는 분위기”라며 “신용등급 AA- 이상인 은행이나 금융지주의 영구채와 후순위채는 금리가 연 3%대임에도 오히려 더 잘 팔리는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진성 기자 jskim1028@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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