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 칼럼] '극과 극' 재택근무

입력 2020-09-16 18:04   수정 2020-09-17 00:23

코로나 사태로 ‘뉴노멀’이 돼 가는 재택근무는 과연 얼마나 효율적일까. 국내 100대 기업에 속하는 민간기업(91개사)의 88%가 재택근무를 시행 중이다. 코로나 재확산으로 ‘재택근무 유경험자’가 크게 늘었는데, 이들의 속마음이 궁금하다. 기자의 경험으로는 솔직히 ‘반반’이다. 긍정적인 면도 있고, 불편한 구석도 적지 않다.

장거리 통근 직장인은 당연히 쌍수 들고 환영한다. 길바닥에 시간을 뿌리지 않아도 되고, 자기계발과 워라밸(일과 삶의 균형)에도 도움이 된다. 업무 몰입도가 높아진다는 반응도 있다. 반면 종일 집에 있으면서 배우자의 존재, 어린 자녀들의 난데없는 ‘방해’가 신경을 건드린다. 에어컨 노트북 사용으로 전기요금이 늘고, 컨디션 조절이 어렵고 불면증이 생겼다고 호소하는 이들도 있다.

재택근무가 창의적 아이디어와는 상극이란 지적도 나온다. 사람의 창의성은 혼자 멍때릴 때보다는 모여서 이런저런 대화와 교류를 나눌 때 활성화되는 경우가 많다. 혼자 일하는 고립감, 제때 못 마치면 ‘자발적 야근’을 해야 하는 문제, 사생활과 뒤죽박죽되는 등 곤란한 점이 한둘이 아니다. 반대로 근태관리를 명분으로 15분에 한 번씩 노트북 마우스를 움직이게 하거나, ‘아침 화상회의~퇴근 전 업무일지’를 요구하는 회사도 있다. 20대 직원은 100% 만족하는데 50대 간부의 만족도는 50%대에 그친다는 설문 결과(SAP코리아)도 있다.

기업들의 재택근무에 대한 평가도 업종, 업무 성격에 따라 천차만별이다. 일본 정보기술(IT)기업 후지쓰는 2023년까지 사무실 공간을 절반으로 줄이고 재택근무로 대체할 계획이고, 소프트뱅크는 통근수당을 없애고 재택근무수당을 신설키로 했다. 최대 금융회사 JP모간은 생산성이 떨어진다며 재택근무를 중단키로 해 대조적이다.

몸이 편한 걸 먼저 기억하는 게 사람이어서일까. 미국 뉴욕 맨해튼 근로자 가운데 지난 6월 말 경제 재가동 이후에도 재택근무를 고집하고 출근을 꺼리는 사람이 92%에 달했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재택근무는 여러 근무 형태 중 하나로 안착될 가능성을 엿볼 수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재택근무 비율과 노동생산성을 각각 X, Y축으로 삼아 그래프를 그리면 ‘역(逆)U자’ 형태를 띨 것이라고 한다. 이론적으로는 생산성이 가장 높은 재택근무 비율로 시장이 최적점을 찾아갈 수 있다는 얘기다. ‘두뇌 출근’과 ‘대면 근무’의 조화로운 지점을 찾는 게 기업들의 숙제가 됐다.

장규호 논설위원 danielc@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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