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의 승부수…배터리 전격 분사

입력 2020-09-16 17:39   수정 2020-09-25 16:33


LG화학이 2차전지(배터리)사업부를 떼내 100% 자회사로 두는 물적 분할을 하기로 했다. ‘제2의 반도체’로 불리는 미래 먹거리인 자동차 배터리 사업을 집중 육성하기 위해서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LG화학은 17일 긴급 이사회를 열어 전지사업부 분사 안건을 상정해 의결할 계획이다. 분할 기일은 오는 12월 초로 예정됐다. LG화학은 분사 뒤 회사를 상장시켜 자금을 확보한 다음 대대적인 설비 및 연구개발(R&D) 투자를 할 방침이다.

그동안 시장에서는 LG화학이 연내 배터리사업을 분사할 것이라는 관측이 꾸준히 제기됐다. 회사 측도 분사를 2~3년 전부터 검토해왔지만 배터리사업의 대규모 적자로 실행에 옮기지 못했다. 분사 후 재무구조가 악화되면서 기업 신용도만 떨어질 것이라는 경영진의 우려와 노조 반대도 변수였다.

하지만 올 2분기 배터리에서만 1555억원의 영업이익을 거두면서 분위기가 바뀌었다. LG그룹 경영진도 테슬라 BMW 벤츠 포드 등 글로벌 완성차업체의 주문이 밀려들자 ‘홀로서기’가 가능하다고 판단했다. 차동석 최고재무책임자(CFO·부사장)는 2분기 실적 발표 직후 “자동차 배터리 부문에서 수율 정상화와 고정비 절감이 이뤄지면서 구조적 이익을 창출할 기반을 마련했다”며 분사 명분을 제시하기도 했다.

증권업계에선 LG화학 배터리사업부문의 기업 가치가 50조원 안팎에 이를 것으로 추산한다. 배터리 경쟁사인 중국 CATL, 미국 전기차기업 테슬라 같은 주가 프리미엄을 충분히 받을 수 있다는 분석이다. 물적 분할 방식으로 분사가 이뤄져 LG화학 주주들도 배터리사업부문의 가치 상승에 따른 혜택을 볼 수도 있다.
'LG 배터리' 상장시켜 10兆 조달…'글로벌 1위' 지킬 실탄 확보
LG화학은 지난 3월 전기차 배터리 세계 시장 점유율 1위를 차지했다. 중국 정부의 전폭적 지원을 받고 있는 CATL을 처음으로 제쳤다. 중국에서 생산하는 테슬라 ‘모델3’, 르노 ‘조에’ 등 LG화학 배터리가 들어가는 전기차 판매량이 크게 증가한 영향이었다. 이후 7월까지 내리 다섯 달 연속 1위 자리를 지켰다.

‘좋은 소식’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배터리 사업이 올 2분기 1555억원의 영업이익을 거뒀다. 작년 3분기 일시적으로 이익을 낸 것을 제외하면 사실상 첫 흑자였다. 이후 배터리 분사 논의가 급물살을 탔다. 배터리 사업만 따로 떼어내 대대적으로 육성하기로 결정했다. LG화학은 17일 이사회를 열어 배터리 사업 분사를 승인하기로 했다.

상장 시 10조원 투자금 조달 가능
배터리 사업 분사가 지니는 의미는 크게 세 가지다. 우선 대규모 자금 조달을 할 수 있다. LG화학은 배터리 생산 설비를 2018년 말 35GWh에서 올해 말 100GWh로 세 배 가까이 끌어올릴 계획이다. 내년 말에는 120GWh까지 확대할 예정이다. 미국 중국 유럽 등 해외에서 공장을 늘리는 것이 핵심이다.

가장 규모가 큰 폴란드 공장은 증설을 지속해 60GWh까지 늘릴 예정이고, 미국 GM과 합작한 회사도 2023년 미국 내 배터리 공장을 설립한다. 중국에서도 추가 증설이 이뤄지고 있다. 동시 다발적으로 추진되는 프로젝트에 필요한 자금만 연간 5조원이 넘는다.

지금까지는 이 자금을 LG화학 내 다른 사업부에서 담당했다. 특히 ‘캐시카우’인 석유화학사업의 기여도가 컸다. 하지만 투자금이 점점 늘어 석유화학에서 나온 이익만으론 감당이 안 되기 시작했다. 자체적으로 자금 조달의 필요성이 커졌다. LG화학의 해법은 기업공개(IPO)였다. 100% 자회사로 배터리 사업을 떼어내고, 상장 시 신주를 발행한다면 10조원 이상 자금 조달이 가능해진다. 시장에선 LG화학 배터리 사업 가치를 50조원 안팎으로 추산한다.

기업가치를 더 키운다는 의미도 있다. 현재 LG화학은 석유화학, 배터리, 생명과학 등 다양한 사업부가 한데 어우러져 있다. 이 때문에 ‘유망사업’인 배터리에 대한 프리미엄을 제대로 못 받고 있다는 평가가 많이 나왔다. 배터리 사업을 떼어내면 세계 1위 배터리 기업이란 프리미엄이 충분히 반영될 여지가 많다고 전문가들은 분석했다. 김정현 교보증권 연구원은 “LG화학이 사실상 유럽 배터리 시장을 지배하고 있는 만큼 제대로 된 프리미엄을 받아야 할 시점이 왔다”고 말했다.

독자 브랜딩을 하려는 의도도 있다. LG화학이 배터리 분야에서 세계 1위에 오른 만큼 ‘화학’을 뗀 별도 브랜드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경제계 한 관계자는 “LG화학은 석유기업의 이미지가 워낙 강해 배터리 시장을 위한 별도 브랜드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글로벌 배터리사 대규모 증설 경쟁
LG화학의 배터리 분사는 세계 배터리 시장이 대대적인 자본력 싸움과 증설 경쟁으로 변하고 있음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전기차 업체들이 원가의 40%에 이르는 배터리 가격을 낮추고, 성능은 높일 것을 강력하게 주문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선 증설을 통한 규모의 경제 달성, 연구개발(R&D) 확대가 필수다.

SK이노베이션은 중국 헝가리 미국 등 해외에서 배터리 공장을 연달아 짓고 있다. 작년 말 기준 19.7GWh인 설비 규모를 2023년까지 71GWh로 확 높인다는 계획이다. 수주 잔량이 500GWh에 이를 정도로 일감이 몰려들고 있기 때문이다. SK이노베이션은 다임러 폭스바겐 포드 현대·기아차 페라리 등 글로벌 완성차 업체와 계약을 맺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은 투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2년 만에 회사채 발행도 추진 중이다. 총 4000억원 규모다.

삼성SDI는 2018년 약 2조원, 작년 약 1조7000억원을 증설에 투자했다. 매출의 20%에 이른다. 올 상반기 매출의 8.3%가량인 4092억원을 R&D에 투입했다. 배터리 생산능력을 현재 약 20GWh에서 2025년 100GWh까지 늘릴 계획이다.

중국의 CATL도 공격적인 투자 계획을 세우고 있다. 60GWh인 생산 규모를 2023년 150GWh로 두 배 이상 늘리기로 했다. 이를 위해 해외에서 20억달러(약 2조3700억원) 규모의 채권 발행을 추진 중이다.

안재광 기자 ahnj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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