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마음의 시간, 시계의 시간

입력 2020-09-16 17:55   수정 2020-09-17 00:03

추석이 눈앞에 다가왔다. 설 연휴 때 고향에 다녀온 게 엊그제 같은데 ‘벌써 추석이야?’ 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은 듯하다. 올해 유난히 시간이 더 빨리 흘러간 것처럼 느껴지는 이유는 무엇일까?

설부터 지금까지의 8개월은 온통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야기로 점철된 시간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것 같다. 바이러스가 바꿔놓은 것은 보이는 세상만이 아니다. 보이지 않는 세상, 즉 ‘시간 흐름의 인식’까지도 바꿔놓은 듯하다.

물리학자들은 시간을 과거-현재-미래로 이어지는 ‘사건’의 진행으로 정의한다. 그런 관점에서 보면 ‘시간이 너무 빨리 지나갔다’고 느껴지는 이유는 지난 8개월간 우리의 기억이 코로나19라는 ‘오직 하나의 사건’으로 가득 차 있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한다.

코로나19 시대에 시간의 속도감보다 더 문제인 것은 그 안에 내재한 스트레스다. 경기 침체는 물론 사회적인 이동 및 집합 제한으로 인한 스트레스가 이루 말할 수 없다. 만성 스트레스를 6주 동안 받으면 평소 멀쩡하던 사람에게도 우울증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고 한다. 반년 넘는 코로나19 스트레스로 정상적인 삶을 영위하기 어렵게 된 사람들에게 건강하고 행복하게 살기 위한 지혜가 절실히 필요한 시기다.

나이 든 사람은 시간이 더 빨리 간다고 느낀다. 그 이유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설명이 있다. 그중 하나가 ‘시간 인식’은 이미 살아온 시간의 비율에 따라 달라진다는 것이다. 여덟 살짜리 아이에게는 1년이 인생의 8분의 1이므로 다음 생일이 멀게 느껴지지만, 여든 살 노인은 자녀들이 방문할 다음 명절까지의 1년은 자기 생애의 80분의 1이므로 그다지 멀게 느껴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또 다른 흥미로운 설명이 있다. ‘설렘’ ‘호기심’ 같은 마음가짐이 시간 흐름에 결정적으로 작용한다는 내용이다. 예컨대 일상생활에서 설레는 경험을 많이 할 수 있다면 새롭게 취득하는 정보의 양이 많게 된다. 그만큼 두뇌가 할 일이 많아져 시간이 천천히 흐른다고 느낀다는 것이다. 길가에 핀 꽃만 봐도 가슴 설레던 어린 시절을 생각하면 아마 누구나 공감할 수 있을 것이다. 반면 설렘과 호기심이 줄어든다면 두뇌는 매일 반복되는 일만 처리하게 된다. 새로운 정보가 없어 두뇌가 일을 빨리 마치게 되고, 그만큼 시간이 빨리 간다고 느낀다.

젊게 산다는 것은 결국 설렘과 호기심 생기는 일을 얼마나 많이 접하는가에 달렸다. 좋아하는 음악 또는 그림을 감상하거나 드라마를 즐기는 등 자신이 가슴 설레는 일을 더 많이 하려 한다면 그만큼 더 젊어질 것이다. 규칙적으로 돌아가는 ‘시계의 시간’을 늦출 수 없다면 ‘마음의 시간’을 늦추는 노력이야말로 이 시대에 꼭 필요한 지혜가 아닐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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